BRASOV(루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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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소브는 루마니아의 그 유명한 드라큘라가 사는 브란성이 있는 곳이다.

브란성을 불러보고 브라쇼브의 스파툴루이 광장으로 향했다.

사실 이 번 여행에서 제일 기대했던 곳이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닉이었다.

그다지 루마니아에 기대를 하지않았다.

브란성도 그저그렇다고 들었기에 기대를 접었다.

그러나 루마니아가 내게 남긴 인상은 완전히 꽂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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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광장은 어느도시에도 있지만

구시가지의 오래된 광장은 늘 만족감을 준다.

비둘기들이구구구구 모여서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낮..

따스한 햇살에 쭉 뻗은 아기씨들이 활개하는 길.

먼지낀 창가에 조용히 박힌 난초화분,

머리에 힘을 잔뜩 준 젊은 남자들의 가죽점퍼.

조는 듯 여유로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벤취에 머문 모습.

이렇게 광장은 나이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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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바빴다.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시간은 촉박해 마음이 동분서주다.

그때 카메라 카드가 찼다는 글이 뜬다.

오-마-이- 가-뜨.

이 광장에 검은 교회라는 곳이 있는데

관광에 열중한 나머지 들어가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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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화창했다.

빛이 눈부시다.

점심은 야채수프에 빵과 돼지고기구이.

맛있다.

후식 커피는 진해서..담배재를 푼 물같다.

그래도 설탕을 진하게 넣으니 마실만하다.

대체로 이쪽 커피의 맛이 거의 다 그런 스타일이다.

다들 아이스크림에 열중한 듯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커다란 콘이나 종이컵에 가득 아이스크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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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가게에서비산티를 샀다.

리얼 에그는 사기가 뭣하고 깨어질까 위험해서

나무로흉내낸 비산티를 한 개에 2유로를 주고 2개 샀다.

나중에 차우체스크 궁에서 한 개 5유로 주고산 것도 챙겼지만–

카메라 칩은 다행하게도 바로 옆에서 살 수 있었다.

2 기가짜리 9유로.

두보르브닉에서 4기가를 30유로 주고 산 걸 생각하니

거기서 바가지를 썼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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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사진찍을 줄 모르고

4 기가짜리 칩이 든 디카와 작은 디카 2기가짜리 두 개를 준비했는데

어림도 없고 마침 장날이라고 작은 디카가 고장이 났다.

게다가 첫 날 DSRL렌즈를 그만 시멘트 바닥에 떨어뜨린 것.

항상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니 대비는 철저히를 한 번 더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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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찍은 브라소브 광장이다.

광장 건너편의 교회에 올라가도 광장이 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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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면서 빙긋빙긋 웃는 이들이 기분나면

제패니즈~~? 혹은 차이나~~한다.

끝까지 "코리언" "쎄울" 이라고 외친다.

우리가 독일인들과 프랑스인들의 구분을 혹은 영국인과 벨기에인을

구분못하듯 그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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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힘들어 보이는 건물에서 낡은 듯 오래된 연배의 할아버지가

어수룩하게 나오기도 하고, 빵을 잔뜩 입에 문 남자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뭐든 어찌 용서치 않으랴..

이국적인 풍경에서는 뭐든 사진의 소재가 되고, 이야깃거리가 된다.

언니랑 나는 무조건 눈을 반짝이면 골목길의 모든 것을 빨아드리려는 듯

설친다.

나보다 더 아이같은 언니를 보니…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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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딜가든 떠나기 싫은 곳이 있다.

단 3시간이라도 좀 더 머물렀다면—

늘 아쉽다.

반드시 루마니아만 와서 일주일은 머물며

이 광장의 어느 여인숙에서 묶어 보리라.

듣자니 기차표는 부카레스트에서 약 12유로이고

숙박료는 일박에 10유로 안팎이라고 한다.

우리보다 못산다는그들이 더 풍요롭게 보이는 건

나만일까?

6 Comments

  1. 김진아

    2010년 10월 17일 at 1:59 오후

    꽃 그림 작가 백은하씨의 책 중에 몇년전에 서점에서 들춰보다가 사진속풍경에 푹 빠져서 구입한 책이 있어요. 그 책 속에 프라하..여행을 몇번이고 보고,읽고 했어요.

    여기..루마니아, 리사님 사진을 보면서 그 책 속에 사진들과 어쩜 그리 분위기가 비슷한지요.ㅎㅎ

    가보질 못할 곳일테지만, 여전히 꿈꾸는 곳들..
    간접이라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습니다.

    사진만 보아도 이리 좋은데요 ^^   

  2. Lisa♡

    2010년 10월 17일 at 2:25 오후

    진아님.

    프라하나 루마니아 불가리아나 다 붉은 지붕들이라
    그렇게 보면 다 비슷비슷해요.
    하지만 조금씩 또 다른 점이 있지요.
    프라하가 화려하다고하면 루마니아는 소박합니다.
    저는 그 소박함에 반했답니다.
    그리고 곳곳에…정말 아름다움이 배여있어요.
    하긴 프라하도 시골쪽으로 가도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루마니아만 한 번 돌 예정입니다.
    가보질 못해도 이렇게 사진만 봐도 좋죠?
    꿈꾸다보면 언젠가는 가게 됩니다.
    아이들이라도 가구요—–사진 많이 놀릴께요.   

  3. 박산

    2010년 10월 18일 at 1:32 오전

    ㅎㅎㅎ

    유럽과 비교하는말로 제 주위 친구가 그래요

    그들은 삼천 년 전부터 고길 먹었고

    우린 80년대 들어 삼겹살 먹기 시작하지 않았느냐 고

    저 역시 동구권 개방 됐을 때

    일로 이나라 저나라 머문 적이 있는데

    제 예상과는 완전 다르게

    베란다에는 꽃이 놓이고

    마당엔 바비큐 다이가 있고

    자동차가 집집마다 있고

    주말이면 국경마다 트레픽이 있고

    사람들은 어찌나 표정이 편안 하던지

    국민소득 수치와 공산주의 라는 비루한 선입견만 머리에 두고 있었는데

    예상이 빗나갔었지요

    ‘빵을 잔뜩 문 남자….’

    여기도 있어요 그런 골목 ㅎㅎㅎ    

  4. Lisa♡

    2010년 10월 18일 at 1:36 오전

    박산님.

    국민소득과는 그다지 관계없어 보이는 삶이더라구요.

    월급이 300유로라도 350유로하는 구두를 사고야 만다고 하네요.

    그리고 티토시절에는 해외여행은 무조건 나라에서 돈을 주었다네요.

    좋은 시절들이 있었더군요.   

  5. 나를 찾으며...

    2010년 10월 18일 at 11:11 오전

    오랜만에 하늘이활~~짝 화창하게 갠 사진을 보는군요.
    훨씬 더 멋진 사진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든 카메라만 들이대면 저런 멋진 사진이 …..   

  6. Lisa♡

    2010년 10월 18일 at 1:36 오후

    날씨탓이지요.

    저 날 날씨가 화창했답니다.

    진짜 어디든 카메라만 들이대면 저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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