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마을

두보르브닉 261.jpg

큰도로가 없는 길을 걷자고 했다.

언니는 그러지말고 큰 길가의 오다가 본 예쁜 집들을 보자고 했다.

난 그러던지 말던지 그냥 골목길을 접어들었다.

나보다 더 어린 언니는그래도 따라오며 마냥 즐겁다.

큰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자 포근하고 한적한 집들의 동네가

소롯이 나타난다.

잔디에 과일들이 떨어져 향굿한 향기를 풍기고

이따금 조깅하는 할아버지나 자전거 탄 꼬마가 스칠 뿐

맑은 공기만이 우릴 반겼다.

두보르브닉 236.jpg

언제부터인가 산타모니카에 살고싶었다.

환하고 눈부신 태양과 조용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곳이 좋았다.

그렇지만 간사한 마음이 변하듯

여기에 오면 또 여기에 살고픈 마음이 절로 생긴다.

호박을 하나따서 흙을 털던할머니가 바라보다

처음엔 오잉~~우리동네에 웬 동글동글한 동양인이 하는눈치다.

그러더니 이내 웃어준다.

두보르브닉 226.jpg

낡았지만 마음에 들던 집이다.

잠깐 마당에 머물렀다.

언니는 나무에 매어 둔 아이 그네를 훔쳐탄다.

시간의 고요가 지나간다.

잠시 새 한마리가 뾰로롱~~거리며 비상한다.

텅비우고 있음을 발견하다.

이렇게 비우게 되는 것…

두보르브닉 214.jpg

보이지않는 밀약을 했나.

마을은 그야말로 정돈된 평화에 스스럼없기까지.

누가 따로 명령하는 것도 아닐텐데.

내 집 앞은 나 스스로가 책임지는 약속이라도?

부대끼며 악착같이 살아가는 이들도 있는데

이런 평화—축복이다.

알고있니?

두보르브닉 213.jpg

아스팔트걸인 나는 늘 시골이 부럽다.

두보르브닉 209.jpg

숨을 크게 들이쉰다.

언니는 사진을 찍어달라성화다.

여기서 찍을까? 어디가 좋아?

아무데서나 찍지 그래—

난 본래 사진을 안찍는다.

여행에서 나를 찍을 경우가 거의없다.

처음엔 필름 10통도 모자라게 찍었다.

지금은 10기가를 찍어도 내 사진은 겨우 한 장 정도?

완전 꽂힌 곳에서 한 장 정도?

두보르브닉 204.jpg

70 이 넘으면그동안 찍은 사진을 버리느라 애쓴단다.

인생의 막바지에 돌아온 인생의 편린들을 정리하는 단계?

사실 사진은 찍어도 순간뿐 돌아보지않게 되는 게 대부분이다.

어쩌다 정리할 때만 이 때가 좋았지..하면 그 뿐.

풍경은 마음 속에 감동은 가슴 속에 담으면 된다.

중요한 건 나이 탓인지 사진을 봐주기 곤란하다.

예쁠 때가 있었나 싶다.

두보르브닉 194.jpg

꽃이 주는 감동을 완벽하게 깨달았다.

시골에 집을 짓거나살게되면 마당을 가꿀거야.

소소한 꽃들로.

그리 화려한 꽃들은 아니라도 말이야.

슬로베니아의 집들 특징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 점이 더 마음에 든다.

사람 나름이겠지만.

두보르브닉 190.jpg

친구 중에 화려한 이탈리아 클래식한 가구를 좋아하는 애가 있다.

그 집에 가면 삐까뻔쩍하다.

휘어지고 돌아가고 부딪힐까 겁나고 부티작렬이다.

난 모던한 가구를 좋아한다.

그러나 아주 비싼….좋아하는데 돈 안들지?

모던한 가구에 약간의 앤틱이 섞인 그런 느낌을 제일 좋아한다.

그러나소박한 때가 묻은 가치있는 것들을 더 좋아한다.

슬로베니아의 집들은 그 중간이다.

왜?

보스니아와세르비아의 허름한 농가들에 반했으니까–

두보르브닉 172.jpg

12 Comments

  1. Hansa

    2010년 10월 22일 at 1:02 오전

    슬로베니아..
    오래되며, 평화롭다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군요.

       

  2. 김진아

    2010년 10월 22일 at 1:15 오전

    마당이 있는 집을 지금도 꿈꾸고 소원해요.
    그다지 화려하지 않아도, 들판에 옹기종기 피는 꽃들로 꾸미고 싶어요.
    그냥 자연이 내 집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그런 마당이 저는 참 좋아요.^^

       

  3. Lisa♡

    2010년 10월 22일 at 1:20 오전

    한사님.

    슬로베니아는 서유럽 수준인 나라인데
    거기에 비해 좀 소박하더군요,
    좋더라구요.   

  4. Lisa♡

    2010년 10월 22일 at 1:21 오전

    진아님과 그런 집 어울려요.

    잘 가꾸실 것 같네요.
    저도 유기농 공부 좀 해보려해요.
    아는 사이트있음 알려주세요.
    학교도 다니려구요. 내년에요…농업학교 있으면.   

  5. douky

    2010년 10월 22일 at 1:29 오전

    첫 사진이 너무 정겹고 따스해요.
    타박타박 걸어 집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맘이 마구~~

    명승지를 돌며 빼어난 경관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마을에서 평화롭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보는 것이
    진정 여행의 즐거움 아닐까… 합니다.

    언제 꼭 해봐야지~~ ^ ^   

  6. Lisa♡

    2010년 10월 22일 at 1:54 오전

    그래서 제일 위로…

    설악은 좋았져?
    종준이랑 같이 갔으니 더 좋았을 겁니다.
    언젠가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덕희님도 여행 좋아하시니 그럴 거예요.
    스웨덴 마을도 생각나죠?   

  7. 오공

    2010년 10월 22일 at 2:56 오전

    동화는 상상이 아니라 사실이었었었어……

    넘 이뻐요~
       

  8. 오현기

    2010년 10월 22일 at 7:22 오전

    gable이 달린 집들이 참 멋있고 정겹습니다. 그 다락방에 빨강머리 앤이 살 것만 같이…
    마치 파스텔로 그려놓은 그림 같으네요.
    에고.. 좋은 곳들이 저리 많은데 언제 다 가보나?    

  9. 박산

    2010년 10월 22일 at 8:34 오전

    살고 싶은데 도 많고

    가고 싶은데도 많은 리사님

    나도 사진 엔간해선 잘 찍히지 않아요

    5년 만에 공통점 하나 발견 !    

  10. Lisa♡

    2010년 10월 22일 at 12:22 오후

    오공님아…..호호호.

    사실이야~~~~사실~~~   

  11. Lisa♡

    2010년 10월 22일 at 12:24 오후

    오현기님.

    넘 똑똑해요.

    보기만해도 좋죠?

    갈려면 끝이 없으니…후후.   

  12. Lisa♡

    2010년 10월 22일 at 12:24 오후

    박산님.

    5년만에?

    이 나이에는 거의 다 그런 걸로..
    언니만 별 종~~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