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갈등은
자기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므로 생기는 것입니다.
개구리는 연못이 운동장이고,
올빼미는 밤이 낮이고,
지렁이는 땅 속이 갑갑하지 않습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헤아릴 때
닫혔던 문도 열리고, 함께 사는 길도 열립니다.
정용철(시인)
백담사는 많이 달라진 느낌이었다.
조용하고 고요한 느낌은 전혀 없는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관광객이 많이 몰려오면서 예전의 모습은 오간데 없다.
섭섭하다.
만해 기념관도 그다지 돌아볼 기분이 나질 않는다.
날카로운 첫키쓰의 추억이라는 싯귀가 찔린다.
정말허를 찌르는 싯구이다.
어느 시인이 이렇게 날카로운 문장을 지어낼까 싶다.
만해 기념관 밖의 야생화전시는 정말 지저분했다.
그렇게 밖에 못하나 싶은 게 영 어지럽다.
어서 벗어나자는 생각 밖에 나질 않는다.
관광객이 몰리는 사찰은 불전이상상을 초월한단다.
불자가 놓아두는 것보다 관광객의 불전이어마어마해서
절에서는 절의 분위기가 변해도 하는 수 없겠다.
게다가 수행스님들을 비롯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끝물이라서 그런지 단풍이 곱지 않다.
단풍이 곱게 물들 무렵 찬 서리가 내려 나뭇잎들이 얼어버린 게
건조하게 보이는 까닭이기도 하다.
길가의 흐드러진 활련도 얼었다 녹아 죽은 채 숙주나물처럼 변했다.
금잔화도 무리지은 꽃들도 모두 깡마른 수수깡처럼 보인다.
그러나마나 백담사 오르는 길은 여전히 청아한 물색으로 우릴 반긴다.
돌들도 물도 예전의 물은 아닐진대 그래도 마냥 좋아라 한다.
백담사 오르는 버스는 여전히 난폭운전으로 공포에 떨게한다.
바로 깍아지른 낭떠러지로 엄청 빨리 달린다.
만약 버스가 구르면창 쪽의 사람이 많이 다칠까 아님 그 옆의 사람일까?
왼쪽으로 구르면 건너 오른 켠의 사람들이 더 다칠까? 아님 깔리는 이가 더 다칠까?
별 상상을 다 해본다.
기사들은 저네끼리 암호같은 말을 주고 받으며 나름 즐거원한다.
하루 관광객이 내는 버스비만도 대단하다고 하는데 편도 2000원이면 한 차에 33명.
하루 100번도 더 할텐데 금액이 까마득하다.
백담사와는 상관없이 동네주민들이 운영한다고 하니 유명 사찰 덕에 동네가 부자가
되는 경우라 하겠다.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일보다 내려오는 일이 문제였다.
오후 2시 전이면 몰라도 줄이 길고도 길다.
어느 여자는 아침에 올라올 때 2시간 줄서서 올라와 30분 절에 있다가 내려갈 때
5시간 줄을 섰다고 하는데 그 줄이 빙 돌아 사찰을 한바퀴 돌 정도가 된단다.
물론 단풍철의 이야기이지만 빨리 가서 2시 전에 내려오는 게 상책이다.
요즘은 춘천간 고속도로가 뜷려서 2시간이면 족히 갔다오고 올 때 바빠서
좀 밟았더니 1시간 40분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어쩌면 카메라에 두어 번 찍힌 것 같기도 하다.
오세암까지 가려면 적어도 새벽 5시에는 출발해야한다.
얼마 전에 알았는데 ‘오세’는 김시습의 호란다.
김시습이 오세암에 살았고 그 이름을 따 오세암이라 한다고 하는데
흔히 정채봉의 동화와 혼동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은지 며칠 안 되어 백담사를 가니 다시 되새겨진다.
만해 기념관 입구 문에 쓰여진 ‘새출입금지’
그 동네 새들은 유식해서 글을 읽나보다.
귀여운 문구에 웃음을 짓게 한다.
근데 창호문이라 저리 구멍을 뚫어놨나..
어딜가나 있는 시비나 시포스터가 보기에
중구난방이다.
커다란 돌에 새겨진 시비는 공해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하나도 아니고 보기도 무거운 디자인이라고는 엉망인
돌들에 새겨진 시는 민망할 적이 많다.
고은님의 짧은 시가 명쾌함을 주지만 어째 커다란 돌이 자꾸 밟힌다.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본 그 꽃’
나이들면서 젊었을 때 몰랐던 걸 발견하는 의미라고…
빈추
2010년 11월 1일 at 10:49 오후
좀 밟으시는군요.ㅎ
새 출입금지가 시 제목으로 보이는 것은 무슨 증세죠?
안영일
2010년 11월 2일 at 12:37 오전
위에 양반 세상에 그른것은 밟아야지요, 어느정도 무슨 책을 읽은 사람이 그리 가벼
운 글을쓸가 ?
흔히들 말한다 , 만해는 애국시인 ,혁명가 ,대사라고 , 그러나 가당치안은 말이다 . 만해
는 단지 다정 다감한 인간이었다,— 더 이상 우리는 자가당착에 빠지지 말자 , 별것
도 아닌 만해를 빙자하여 자신의 이름을 돋보이려 발버둥이질 하지말자. 그 근거는 다
음의 만해의 뿌리로—-
아아 사랑은 약한것이다 . 여린것이 간사한것이다 .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람의 이별은 있을수가 없는것이다 .
죽음으로 사랑을 바꾸는 임과 님에게야 무슨 이별이 있으랴
이별의 눈물은 물거품의꽃아요 ,도금한 물방울이다 .
칼로 벤 이별의 키스가 어디있느냐
생명의 꽃으로 빗은 이별의 두견주가 어디있느냐 .
피의 홍보석으로 만든 이별의 기념반지가 어디잇느냐.
이별의 눈물은 저주의 마니주요 거짓의 수정이다 .
*이하 8행의 이별 8연으로 나뉘어진다
여기에 만해의 불교의자리가 궁금해진다,
이조차 모르는 자들의 ####위의 빈추####의 내면이든 외면이든
머리속의 책이 궁금하다 ..
.
김술
2010년 11월 2일 at 2:31 오전
"신출귀몰!"
리사님께 어울리는 단어.
"동에 번쩍 ! 서에 번쩍! "
언제 백담사는 또 다녀오셨남.
수욜날 내장산 가려다
어떤 분땜에 연기시켰는데
담 주에도 백양사 단풍을 볼 수 있을지…
못 보면 리사님 사진 속 백담사 단풍으로
만족해야겠군요.
Lisa♡
2010년 11월 2일 at 9:04 오전
빈추님.
ㅎㅎㅎ//많이 밟았쪄?
ㅋㅋㅋ/근데 좀 더 깨끗하고 정갈한 걸 좋아하다보니..
내 방은 폭탄이면서–빈추님, 잘 계시져?
저지른 일 어캐 되었어요?
Lisa♡
2010년 11월 2일 at 9:05 오전
안영일님.
흥분하신 거 아니죠?
ㅎㅎㅎ…
만해만한 시인도 없는데
왜 그러세용~~~
일본과 대응한 그의 업적을 봐서라도
참으셔요~~~
Lisa♡
2010년 11월 2일 at 9:06 오전
술님.
신출귀몰..맞아요.
제가 좀 홍길동 과이지요.
그래서 남들 일에는 관심이 덜하지요.
단풍은 별로던 걸요.
지저분하고 깡마르고 얼었다가 녹았다가
하는 통에 여엉~~~
저 사진도 그저 그렇쵸?
박산
2010년 11월 4일 at 1:22 오전
그런데 사실 ‘날카로운 첫 키쓰’ 라는 말은
말이 안된다는 생각
첫 키쓰를 어찌 날카롭게 하는지
그건 갈등이 싹 튼 후의 …
그냥 문장의 날카로움을
그 시절의 포스트모더니슴을 향한게 아닐런지
그렇다고 백담사의 단풍에 시비를 거는 건 아님
Lisa♡
2010년 11월 4일 at 1:29 오전
ㅎㅎㅎ..박산님.
사실 첫키쓰가 무에가 그리 날카롭겠습니까?
어영부영 급하게…당황하면서..지요.
그래도 거기에 그런 의미를 부여한 시인과 어쩌면
그는 키쓰가 날카로웠을 수도 있구요.
키쓰에 날카로움을 부여한다는 게 정말 신선하지 않나요?
그리고 여성보다는 거기에 처한 시대적인 상황이…비교하기
나름이겠죠?
일제시대에 고통을 많이 넣은 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