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M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가 들고 온 W로 넘어갔다.
그 다음은 I로 시작되는 W를 홀짝거리다가
마지막엔 B로 시작되는 W를 마신 기억만..
나이가 있는데 죽으려면 무슨 짓을 못해.
오랜만에 영클럽이 만나기로 한날.
진짜 클럽멤버는 한 명 빠진 가운데
가짜 영클럽 멤버를 영입해서 주거니
아니 받거니만 했다.
여자들 천지에서 나만 남자인 척..
그녀가 슬퍼보여 마음에 개운하지 않았지만..
YOUNG CLUB…. 은 조금 더 젊어지는 노력을
하는 클럽이다.
그런데 그 노력이 어째 오늘 날 녹초를 만들었다.
문정동을 기웃거렸다.
수많은 아울렛 중에서 할인하지 않는데서
모자를 하나샀다.
나를 위한 것은 아니고–
고어텍스 모자가 왜 필요한지 모르나
고어텍스는 뭐든 비싸다.
고어가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 재벌이 되었는지..
영국사람인가?
그리고 게스 청바지를 하나 40% 할인해서 샀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그런데 왜 계산을 내가 해야하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내가 사줘야만 했다.
문정동은 처음 아울렛이 시작될 때는 무지 자주갔던 곳인데
근래에는 정말 6-7년만에 처음 간 것이다.
그런데 그다지 할인매장서 살 것은 없다.
혼자 산을 좀 걸었다.
곤파스가 지나가고 난 후의 산은 그야말로 전쟁이 지나간
그런 느낌의 황량함과 거친 쓸쓸함이 남아있었다.
마음이 편치가 않다.
나무들이 없어지니 다람쥐 걱정이 되고
여기서 살던 고라니는 어디로 간 걸까?
도대체 환경단체는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어서 다람쥐를 위한 꿀밤나무를 심어야 할텐데..
도토리나무…
다들 어디갔을까?
서둘러 내려와서 서점으로 갔다.
책을 사고 동네를 기웃거리다가찻집이 바글거리는 걸 봤다.
그 찻집은 조금 안면이 있는 엄마가 낸 곳인데
처음엔 차만 팔더니 이젠 스파게티도 같이 판다고 써있었다.
영리가 목적인데 고고해봐야 벌리는 돈 없다.
단팥죽이 먹고 싶었는데..혼자 들어가기엔 사람들이 넘쳤다.
자꾸 따지는O양은 그래야 재미있는 명답들이 나오고
거기서 포복절도할 대화를 끄집어내고파 한다.
맞다.
단답형의 예와 아니오의 답보다는 길고논리적인 답이
재미도 있고 배울 것도 있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가 된다.
하지만그런 대화를 이끌어갈 상대가 흔한 건 아니다.
그런 자리에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거나
듣기만해도 즐거운데 그만한사람들끼리 모이기도 힘들거니와
재치있고 유우머가 넘치게 대화를 나눌 이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수록 모든 것에는 정답이 없고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부터는 어지간한 대화 자체가 시시해지기 때문일지도..
나도 그런 시시해지는 느낌을 가진 적이 몇번 있는데 어쩌면
말없이 그냥 시간을 보내어도 좋은 상대가 되고팠는지 모르겠다.
O양은 확실히 젊다.
오공
2010년 11월 16일 at 2:14 오후
그러니깐요^^
조직에^^ 몸담고 계신 어제의 그분도
훌륭한 조직에서는 정답이 아닌 명답을 원한다자나요.
캬~ 난 그러고 보면 조직스러운 사람이얌~
젊은 오양 왔다감^ _~
Lisa♡
2010년 11월 16일 at 2:42 오후
어머….오양이 당신?
흠…그렇군……
앞으로 명답찾기 나서야지…..ㅇ
onjena
2010년 11월 16일 at 2:49 오후
문정동 거기……
오픈 당시 근처 수서동에 살아서
가끔 들락거렸는데
요즘은 어찌 변했는지~~~~~~
Lisa♡
2010년 11월 16일 at 10:13 오후
그때보다 좀 더 건질 게 없고
더 많은 #들은 생겼지만 활기는
좀 덜 하답니다.
저도 아주 오랜만에 가봤네요.
벤조
2010년 11월 17일 at 6:18 오전
혼자 산길을 걸었다구요?
겁도 없네…
Lisa♡
2010년 11월 20일 at 11:12 오전
벤조님.
겁나는 산 길 아니랍니다.
제가 혼자 간 산길은 그냥 길과 같은..
근데 저 겁없어요, 놀랍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