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찍은 사진이 예뻐서 갖고다니거나, 어디에 내놓거나
잊지못하고 있는 이들이 더러있고 나도 그런 부류 중에 한 명이다.
그러나 자세히보면 어딘가 모자라는 부분이 보이는 게 젊은 시절이다.
나이든 사람에게서의 향기가 나지 않는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풍부해지고 연륜의 흔적이 보여 아름다워진다.
20대가 예쁠지는 몰라도 아름다운 부분은 덜하다.
하긴, 젊은 시절의 모습은 모자라는만큼 순수한 부분이 있어서 좋은지도 모른다.
누가 자기의 과거에 패셔너블하다는 이유로 잡지에 사진이 실렸는데
지금 그 잡지를 들춰보면 창피하다는 것이다.
피부는 쳐지고 주름은 늘어도 지금 나이든 모습이 더 아름답다는 건데
여기서아니다라고 말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서
보기좋은 사람이 정말 아름다운 사람인 건 틀림없다.
그러니 나이들면서 자신을 잘 가꾸어야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내가언제든 불타는 전쟁터의 한가운데에 있을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구나..
전쟁의불씨를 늘 안고 살아가는구나…아프리카의 내전이 어쩌구저쩌구 할 때가
아니구나..결국 우리도 내전이라고 할 수 있는 와중에 있구나..했던 날이다.
아들을 군대보내는 일이결코 쉬운 일이 아니구나… 아이들이 여기에 있어도 걱정,
미국에 떨어져 있어도 걱정이라는 모든 게 걱정인 날이었다.
끔찍하다.
전사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앤틱숍을 구경하기로 했다.
이태원의 앤틱숍은 유명하다.
크라운 호텔 아래편 육교옆으로 난 길에 앤틱숍이 즐비하다.
바로 버려야 할 물건이나 가구들도 누군가의 손길을 거치면
손때 묻은 아름다운 물건이나 가구로변하기도 한다.
오래된 크리스탈 잔을 보면 옛날 영화를 누렸을 주인이 상상되고
손수가 놓여진 레이스수건이나 침대보를 보면 예쁜 아기가 안고
잠이 들었을 거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더러는 다른 사람이 쓰던 물건이 싫다고도 하지만 나의경우는
그런 선입견이 별로없는 편이라 누가 쓰던 걸 더 좋아한다.
오래된 물건들 속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한가한 가게의 주인들
모습이유리창 너머 보일 때면 저 분들은 어쩜 참 행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배여있는 물건들과 대화라도 나눌지 누가 알아….?
오랜만에 三色 모임이 있었다.
이태원의 밤거리는 보통 때보다 썰렁했다.
뉴스가 전해주는 강도가 크다보니 모두 가족의 품으로 일찍
귀가한 탓일런가 한다.
그래도 길에서는 고소한 프렌치 프라이 냄새가 진동하는가 하면
털부츠를 신은 금발의 여성이 길에서 무언가를 사려고 흥정 중이다.
모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매 번 같은 대화에 지루한 화제가 나온다면 그건 모임의 생명을 잃는 것이다.
신선한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하고, 유우머가 있어야 하고
새로운 장소나 흥미를 끌만한 게 있다면 그날의 만남은 즐거울 수 밖에 없다.
집으로 가는 전철안에서 두 통의 문자를 받았다.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헤어지고 이렇게 감사를 전할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 또한 행복이다.
이나경
2010년 11월 23일 at 11:41 오후
역시 리사님은 언제나 분주하시네요. 모임도 참 많으시고 여기 저기 좋은 곳도 많이 아시고…. 돌아보니 원래부터 게으른 저같은 사람은 규칙적이고 정기적인 모임을 내켜하지 않으니 변변한 모임하나 없네요. 학교를 졸업할 때 마다 친구들은 모임을 만들고 그 모임이 수십년 이어져오는데 저는 왠지 귀찮고 번거로워 피하다보니…. 지금도 그런 모임에 꾸준이 참여하는 친구들이 부럽고 신기합니다. 늘 만나는 사람만 형편 닿는대로 만나며 살아가는 나는 사회성이 모자란 사람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드네요. 저도 리사님만큼 바쁜 일정이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아마도 감당 못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걱정도 되고 그렇네요. 부럽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날들 되세요. ㅎㅎㅎ 옛날 사진 넣어 다니는 분들, 저도 가끔 만나는데 그것도 신기합니다. 거울도 제대로 안 보고 살아가는 저는 여자도 아닌가 봅니다.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Lisa♡
2010년 11월 23일 at 11:49 오후
나경님.
사실 저도 모임을 거의 다 없애고
한 두 개 밖에 없답니다.
그것도 동네 모임요.
나이드신 분들과 하는 모임인데 좋아요.
편하고..별 말 않해도 다 통하고 다 알고요.
ㅎㅎㅎ..이렇게 적어서 그렇지 그렇게 분주하게
사람들 만나지는 않는데 남들이 볼 때는 그렇게 볼 수도 있구요.
갈수록 모임이라는 게 예전의 학연이나 지연보다는 취향위주로
많이 엮이게 되어요.
그리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들과 편하게 모이게 되구요.
학교동창이라도 멀면 자주 못보고, 또 친척도 이웃만 못하구요.
그러니….저도 멋은 그닥 부리지않는데 갈수록 남성화되어 가나봐요.
Hansa
2010년 11월 24일 at 12:34 오전
어제 아이가 전화했답니다.
아빠 라면 사둬야하는 것 아닐까요?
왜?
전쟁 나는 거 아닌가요.
…
북한정권이 스스로 무덤을 파는 듯 합니다.
Lisa♡
2010년 11월 24일 at 1:41 오전
아마 많은 사람들이 사재기를 했을 겁니다.
저도 잠시 그런 생각 하지않은 건 아니니까요.
스스로 무덤을 파는 과정은 늘 보이게마련이지요.
사람도 그렇고…어쩜 그리 똑같은지..후후후.
나를 찾으며...
2010년 11월 24일 at 2:40 오전
여자나이 40대가 되면 그 미모가 평준화가 된답니다.
아마도 저나 리사님이나 이젠 미모를 내세울 나이는 지났다고 보는데요.ㅋㅋㅋ
한참을 웃습니다.
저번 이야기에서 아직도 나이보다 한참 어리게 옷을 입으신다든가..등
그날 이야기에서는 너무나도 같은 점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어딜가게되면 이젠 그저 편해보이는 사람.. 나이 든 만큼 그 매력을 온몸에서
드러나는 사람이 오히려 더 가까이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시간이 배여있는 물건들과 대화라도 나눌지 누가 알아?라는 표현을 보며 ….
요즘 시간이 좀 여유로워졌다고 댓글을 다시 달고 있는 나찾…ㅋㅋㅋ
오를리
2010년 11월 24일 at 4:15 오전
이태원 정말 재미있는 곳입니다..
이번 겨울에는 나를 서부 영화 배우라는
별명을 붙여준 인태원으로 다시 찾아가
몇달 살다가 올계획입니다..
올겨울 제발 춥지 않았으면 합니다…
cecilia
2010년 11월 24일 at 7:32 오전
저도 어제 뉴스보고 가슴이 쿵쿵 거렸는데
자원도 없는 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나라가 되어
어떻게 먹고 살게 될지 요원합니다.
뭉쳐서 합심해도 살동말동일텐데 말입니다.
분단으로 싸우는데 쓰일 에너지를
빨리 합쳐서 창조의 에너지로 쓸 방법은 없는지
한국인들이 노력해야지 다른나라가 절대 생각 해주지 않는다는 것
알아야 될텐데 말입니다.
Lisa♡
2010년 11월 24일 at 7:58 오전
나찾님.
요즘 시간이 많이 여유로워지셨나요?
좋은 일입니다.
옷을 저처럼 나이보다 어리게 입으시는군요.
….^^*
맞아요–나이에 맞는 매력을 발산하시는 분들요
참 보기좋아요.
Lisa♡
2010년 11월 24일 at 7:59 오전
오를리님.
요즘 이태원엔 좋안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많이 생겨서
그 옛날의 이태원 전성기를 맞고 있는 건 아닌가 해요.
오래 전에 이태원에서 많이 놀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이테원에서 겨울 나신다구요?
아무래도 갈수록 겨울이 더 추워지고 여름은 더 더워지고
하겟지요.
Lisa♡
2010년 11월 24일 at 8:00 오전
세실리아님.
아마 슬기롭게 잘 해결해 나갈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제 겨우 먹고 살만하잖아요.
그러니…그런 부분도 잘 해결할 겁니다.
북한은 저러다 자멸할 게 뻔한데 방법을 좀’바꾸면
좋을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