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5

발칸1 134.jpg

그녀의 안색에 어두운 그림자가 비치는 건 진작 알았다.

상의할 일이 있어 전화를 하다가 그녀가 유방암진단을 받은 걸 알게 되었다.

이미 수술까지 했단다.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한 달에한 번 만나는사인데 안본지 꽤 된다.

차일피일 미루면서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유방암 진단이라는 소리에 나는 대수롭지않게 잘 될 거라고 했다.

정말이다.

주변에 유방암으로 수술을 하고 멀쩡하게 잘 사는 친구도두엇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 괜찮더라,,,걱정마라…라고 해줄말 밖에 없었다.

그녀는 일 년에 꼭 한 번씩 건강진단을 받는다.

결국 그 좋은 습관때문에 일찍 발견하게된 모양이다.

오래도록 일을 하고, 늘 단정하던 그녀이길래 나도 좀 놀랬다.

하긴 병이 어디 찍어놓고 찾아가는 건 아니니까–

발칸1 141.jpg

인생의 최후에게 이미 각오한 사람의 머리에는

평소에는 도저히 불가한 일들도 일어난다.

하나의 靈과 같은 것으로 산봉우리의 한가운데서

유유하게 빛을 발한다.

라고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말했다.

죽음을 앞두거나 큰 일을 앞두면 의외로 사람들은 태연해지고

평온해진다고 한다.

내 경우도 아예 큰 일이 일어나면 차라리 침착해진다.

그리고는 그 다음 일이 차근차근 떠오른다.

아이가 한 살 때경기로 열이나서죽음의 문턱을 오간 적이 있다.

그때 평소 말 수가 적은 남편이 대범하게 굴어서 위안이 된 적이 있다.

남편도 친구 일로 자존심이 퍽 상해 있을 때 내가 센 척해서

마음에 위로를 해준 적 있으니 그래서 서로 부부인가 한다.

미우니고우니해도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

아이 일도 하루가 지나니 운명이 아닌가보다 하게 되고

어쩔 수 없는 일이려니 하게된다.

그러니 흥분할 일이 생기면 3번은 되짚어 볼 일이다.

발칸1 143.jpg

간간이 잘못 전달된 문자가온다.

아침에친구 k가 자기 딸에게 보낼 문자를 내게 보낸 것.

‘너도 성인인데 그 옷값을 내가 다 내라고?

약간 모자란다하는 정도는 내가 내어주어도 너무한 것 아니니?

할부로 산다고?’

라는 문자였다.

짐작에 딸이 백화점에서 옷을 사겠다고 통보를 한 모양이다.

대학생인 딸에게 약간 모자라는 정도만 내어주면 나머진..어쩌나.

그렇다고 텀벙텀벙 사라고 하기에도 엄마로서 할 짓이 아니다.

그러더니 밤이 되면서 정정 문자가 왔다.

‘문자가 잘못갔으니 미안하다’고.

그런 말 하지않아도 어련히 알까봐.

나도 잘못 문자보낼 때가 있는데 일일이 알리기도 번거로울 때가 있어

상대방이 알아서 이해하려니 할 때 많다.

아이폰의 경우는 문자를 찍다보면 기계 마음대로 엉뚱한 글을 보낸다.

며칠 모임을 알리자 h 엄마가 ‘그날봐요’라고 보냈는데 내게는

‘그만둬라~’로 왔다.

발칸1 166.jpg

마음과는 달리 어눌하게 말이나 행동이 나올 때가 있다.

그렇게 센 척, 똑똑한 척 하고싶지 않을 때나 되려 더

강한 척 하고플 때 나오는 언행이다.

그러면 어떤 상대는 내가 허허실실법으로 나온다는 걸

눈치채기도 하고, 더러는 바보로 알기도 한다.

사람이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에 따라 진가가 발휘된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주는 상대가 있나하면 그 반대도 있다.

고민을 이야기해도 내 고민은 들어주지않고 자기 말만

우선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으로 아들 문제로 M엄마에게 전화로 일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위로받고자 혹은 다른 대책을 듣고자했다.

내 말을 듣자마자 그녀는 "어머, 우리 아들은 잘 했나 모르겠네.."

라고 나의 심정을 상하게 했다.

그냥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늘 그녀의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풀고 하다가 처음으로 내가

큰걱정에 사로잡혀 놀란 나머지 전화를 했는데 시큰둥한

반응에 기껏 불었던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참 분위기 파악 못하지?—–귀엽게스리, 근데 귀엽다고 봐야하나?

발칸1 144.jpg

14 Comments

  1. 나를 찾으며...

    2010년 12월 6일 at 2:32 오전

    ㅎㅎ… 웃다가 …
    오늘은 리사님이 마니 무서운 느낌이…ㅎ   

  2. Lisa♡

    2010년 12월 6일 at 8:23 오전

    사실 나 무서운 여자예요.

    다들 무서워해요.   

  3. 오공

    2010년 12월 6일 at 8:36 오전

    ‘낭중지추’는 숨길 수가 없는데…   

  4. 나를 찾으며...

    2010년 12월 6일 at 9:45 오전

    아~ 오공님 말씀 맞는 것 같아요.
    오늘은 왠지 리사님한테 잘 보여야 할 것 같은 예감이…ㅋㅋㅋ   

  5. 이나경

    2010년 12월 6일 at 10:09 오전

    위로가 받고 싶은 사람 앞에서 그것을 헤아려 주지 못하는 사람은 정말 서운해지는 법인데 …… 저도 요즘 들어 건강문제에 부쩍 예민해집니다. 누구라도 아프다 소리 들으면 깜짝 놀라게 되고… 내 몸의 컨디션이 조금 안 좋아도 괜히 온갖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하고…
    점점 더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나 봅니다. 내가 공 들인 만큼 내 몸도 보답을 하는 것인데 정작 가만히 앉아서 많은 것을 바라는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오늘도 하루 쉬는 틈에 남편은 두어시간 산을 오르고 왔는데(집이 산 속입니다.) 저는 걍 할 일이 많다는 핑게로 게으름을… 이러니 걱정만 자꾸 합니다. 리사님은 씩씩하니 건강도 문제 없을 것 같네요. 좋은 시간 되세요.   

  6. Lisa♡

    2010년 12월 6일 at 10:18 오전

    허걱~~~~

    오공님.

    사자성어를..
    낭중지추 뜻 방금 찾아봤떠요.
    저 이 사자성어 몰랐쩌여~
    ㅎㅎㅎ…..낭중지추…흠…
    똑똑한 것들은 그렇더라구요.
    괜찮은 것들도 그렇구요…   

  7. Lisa♡

    2010년 12월 6일 at 10:18 오전

    나찾님.

    잘 보여봤짜….지요.
    ★볼 일 없거덩요…제가.   

  8. Lisa♡

    2010년 12월 6일 at 10:20 오전

    나경님.

    저는 건강이라면 늘 자신만만한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심장근처가 자주 혈관이 막히는 느낌이…무서워요.
    하지만 저도 자주 걷고 신경 많이 쓰려구요.
    건강이 지상최대의 중요함이니 절대 신경팍팍 쓰세요.   

  9. 오공

    2010년 12월 6일 at 1:02 오후

    반가운 나찾님과 리사님께,
    겨울이고 하니, 눈에 관한 사자성어 하나 갈쳐 드릴께요.
    "하얀 눈이 소나무(?) 가지 위에 쌓여 있다"…라는 거 아실랑가…
    .
    .
    .
    .
    뿌.지.지.직.   

  10. Lisa♡

    2010년 12월 6일 at 1:06 오후

    ㅎㅎㅎ….   

  11. 나를 찾으며...

    2010년 12월 6일 at 1:46 오후

    크하하하하~~~오공님…
    나 원래 웃음 많은 뇨잔데…
    어머머머머 내 배꼽…

    어 데 가 슬 까 나???ㅎㅎㅎ

    리사님은 더 웃기셔요……

    어뗘게 그러케 웃고 마십니꼬….ㅋㅋㅋ

    오공님은 나의 이상형….이 ….쉬…..다…..ㅎ   

  12. 오공

    2010년 12월 6일 at 2:08 오후

    나찾님은 역시 식자층^^이 틀림없습니다.
    저 사자성어는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크게 웃거덩요^^;;

    그라고…
    저…뇨,뇨잡니더….

    스킨과 로션 사이에 잠시 들어 왔습니다.

    두 분 모두 안녕히 주무세요……

    ~,,~

       

  13. Lisa♡

    2010년 12월 6일 at 10:22 오후

    어멍………..어제 일찍 잤더니
    두 분이 뇨기서 뭐하시는 겁미?
    이..상..형..으로 까지..
    사귀남?

    나 무식자층?
    마저마저..크게 안 웃었거덩요.
    근데 크게 웃으면 좀 야한 거 아닌가?   

  14. Lisa♡

    2010년 12월 6일 at 10:22 오후

    우하하하——-

    푸하하하——-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