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번듯하게 살기 위해 도시로 몰려든다. 켜켜이 쌓인 그들의 욕망은
도시라는 거대한 성채를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도시의 주인이라기보다 ‘도시의 내장을 기어다니는 벌레’일지도 모른다.
도시는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약속했지만, 경쟁에서 진 사람들은 하수구에 던져지고
이긴 자들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에 시달린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던 삶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바로잡을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적응하거나 낙오하거나 도망하는 것만이 허용되어있다.
……………(생략)
위의 글은 영화제작사 ‘봄’ 대표이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광희씨의 글이다.
‘도시의 내장을 기어다니는 벌레’라는 제목의 글이다.
어디선가 읽은 적 있는 ‘우주의 내장을 기어다니는 벌레’라는 글귀가
머릿속을 맴돌아 글귀를 변형해서 정했다고 한다.
정말 우리는 도시의 내장을 기어다니는 벌레라는 생각이 든다.
걸어다니고, 들리고 먹고 마시는 모든 일들이 지구, 혹은 도시의
한 부분에서 열심히 일하는 또는 기어다니는, 걸어다니는 벌레같다.
언제 어디서 우리가 ‘난 잘 살았어’ 라고 말할 수 있을까만은
그의 말대로 쳐지지않고, 도망가지않고, 낙오하지않고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기어다니는 인간이라는 벌레.
지루하고 따분한 전형적인내용의 소설이나문학은 사양이다.
그러다보니 박민규같은 소설가가 우리를 즐겁게 하는 깜짝 놀랄
소재들로 글을 써서 신선한 감동을주기도 한다.
최민석이라는 신입작가의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를 읽었다.
짧은 소설이지만 처음 읽는 순간부터 웃음이 나왔다.
그러더니 결국 슬픔도 울면서 웃을 수 있는 재미로 끝을 맺었다.
그냥 바로 쭈욱 읽어내려간다.
서울서 취업을 한몽골과 카자흐스탄, 이란..등의 제3국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악랄한 회사 사장과 억울한 사회 구조때문에 그들은
청와대를 폭파하기로 하고 광화문에서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해
청와대로 가서 휘발유를 부어서 불을 붙이고 다 뛰어 내린 후
버스는 그대로 청와대를 향해 돌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버스를 탈취한 후 버스전용차선 때문에 운전하는 쿠마리 구씨는
계속 직진을 하게되고 결국 그들은 계획을 포기하고 바다로 가게된다.
버스에 타고 있던 관광객들은 소녀시대와 투피엠의 팬들과 나머지
아줌마들은 버스가 바다로 간다고 하자 주문진의 천국의 계단을 찍은
곳으로 간다는 말에 다들 좋아하게 되고 동행을 하게 된다.
결국 주인공 초이는거사를 포기하고 아프카니스탄에서 탈레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형인 별처럼 아프카니스탄으로 건너 가 훌륭한 탈레반이 되어서 다시 돌아와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형인 ‘별’이 그들을 돕기위해 입국을 하려다가 기나긴 이름 때문에
입국이 저지되는 일이 벌어진다.
사실 이들이 걱정한 건 ‘별’이 소세지 모양으로 만들어 입으로 넘긴 화약이 문제였는데
화약은 문제가 되지않고 긴 이름이 문제가 되어 입국거부가 되었던 것.
너무나 웃겨서 낄낄거리고 웃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들의 문제와 계획이 진행되는 과정을 참 재미있게 그린 작품이다.
다른 나라인 한국에 와서 고생하고 천대받는 그들의 이야기에 우리가 너무나
모른 척 하고 살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마저 든다.
배타적인 부분이 문제가 아니라 고용하는 자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그들은 말한다.
한국이 세운 역겨운 친화적 이미지가 바로 시티투어버스라고…
그들이 경험한 바로는 시청도, 신문사도, 방송도, 보건소도 어느 곳 하나
위로가 되는 곳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