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서랍 속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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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장이모 감독의 영화.

같은 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5편 꼽으라면

그 속에 들어가는 영화다.

주인공들의 연기가 너무나 자연스럽다.

감독이 다큐를 찍었나 할 정도이다.

실제 인물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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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이 앤이라는 깡촌에 아픈 노모를 보러 한달 간 떠나는교사를 대신해

웨이민쯔라는 13살 소녀가 대리교사로 온다.

겨우 초등학교만 졸업한 웨이는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다가 자신이

가사를 까먹거나 산수도 아이들보다 못할 때가 많다.

더구나 땟국물이 졸졸 흐르는 건 교사나 아이들이나 매한가지로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지 구분이 안가는 교실이다.

웨이는 50 옌을 벌기 위해 교사를 하는데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빠지거나

오지않으면 받지못할 지경이다.

더구나 전원 그대로 있다면 10옌을 더 받기로 한 것.

웨이는 공부보다 아이들의 출석에만 신경을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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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부터 4학년까지 28명이 전부인 쑤이 앤 학교.

지붕이 낡아서 비가 새고 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는 교사이다.

45년이 되었지만 언제 한 번 고친 적도 없다.

처음엔 40명의 학생이었지만 갈수록 아이들이 줄어들고

돈을 벌러 도시로 나가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밍신홍은 달리기를 잘 하는데 밤마다 10키로를 달린다.

그렇게 달리는 이유는 자다가 오줌을 싸지 않기 위해서인데

달려서 땀이 나면 그 대신 오줌으로 나오는 물이 없어지기 때문이란다.

수업을 마치는 시간도 해가 칠판너머 "저기까지 올 때" 이다.

글자도 당나귀 똥만하게 써야만 한다.

너무 커도 분필이 닳고 너무 작아도 아이들 눈이 나빠진다.

분필도 하루에 한 개만 써야 하고 아껴야지 그러지 않으면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분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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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아버지가 죽고 아파누워있는엄마를 대신해 돈을 벌어야 하는

장휘거는 동네 누나를 따라 돈을 번다며 도시로 나가고 마는 일이 벌어졌다.

웨이는 장휘거를 찾아서 데리고 오기 위해 버스비를 모금하는데 벽돌을

아이들과 나르기도 하며돈을 모은다.

그러나 그 돈이 턱없이 부족하자 아이들의 도움으로 공짜 버스를 타게되고

들켜서중간에 내리지만 걷고, 또걷고경운기를 얻어타며 도시로 간다.

그러나 역에서 없어진 장휘거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천신만고 끝에 방송국에 출연하면 가장 쉽게 장휘거가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는 무작정 방송국 앞에서 죽치며 국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

시골학교의 현실을 다루는 프로에 출연하게 되고 웨이는 장휘거를 부르며

카메라 앞에서 울먹이고 그걸 본 음식점 주인은 주변을 맴도는 장휘거를

데리고 와서 TV를 보여준다.

울먹이는 장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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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겠지만 그 당시 중국의 현실은

시골학교의 학생들 중에도시로 간다고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백만명에 달한다는 자막이 마지막에 나온다.

그 중에 15% 만이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고 한다.

나머지 85%는 도시를 헤매면서 거지가 되기도 하고 공장에 가기도 한다.

책상 서랍 속의 동화에서 보듯이 장이모 감독은 시골 이야기를 즐긴다.

가장 순박한 시골을 가장 사랑하는 듯 하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장난꾸러기 코흘리개에 가있는 걸 여러 번 본다.

영화에 나오는 장휘거는 실제 개구장이 문제아로 그대로 영화에 나오고

방송국 국장까지 전부 실제 인물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팩트가 살아있다.

다소 마지막의 설정이 인위적이긴 하지만 아주 아름다운 영화다.

아이들의 꾸질꾸질한 차림새와 표정들, 행동 하나하나가 다 그대로의

삶을 보여준다.

한 번 보면 영원히 떠오르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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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Hansa

    2010년 12월 20일 at 3:15 오전

    1960년초에는 한국도 비슷했지요..

       

  2. 6BQ5

    2010년 12월 20일 at 3:35 오전

    一个都不能少 십년전, 저와 친하게 지내던 대만 회사 사장이 강추해서 수소문끝에 자막있는 DVD 구해서 본 영화 입니다. 장휘거 가 남이남긴 국수 쳐다보며 침흘리다 TV 에 출연해 자기를 찾는 선생님 보며 눈물짓던 장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아주 찡한 영화 이지요.    

  3. Lisa♡

    2010년 12월 20일 at 3:30 오후

    한사님.

    그렇지요.

    한국도 그런 시절이 있기에
    더 찡한 것 같아요.
    다 이해가 가능한….ㅎㅎ   

  4. Lisa♡

    2010년 12월 20일 at 3:31 오후

    6BQ5님.

    보셨군요.
    장휘거 참 귀엽죠?
    너무 순진한 개구장이..
    그때 울던 모습이 제일 압권이지요?
    저도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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