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생 밀라노 출생감독.
뉴욕에서 영화공부.
베를린 영화제에서스페셜 갈라 상을 수상했다.
유럽 영화가 그렇듯 스릴있거나 반전이 강하거나
그런 류의 영화가 아닌 일상적인 흐름이다.
영화팬이 아니라면 그냥 일반적인 불륜드라마?
섬세한 영화다.
이 영화를 대하면서 인간이 겪는 근원적 외로움과 육체가 주는
본능적 외로움, 그리고 사회문제로 야기되는 혼외정사에 대한
많은 사고들이 마치 스케치북의 캐리커처처럼 겹쳐서 혼란했다.
누가 누구를 지명해서 딱히 어떤 이유로 대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바람난 여자 이야기가 아니다.
자기가 속해있는 카테고리 안에서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모습들이다.
모자라는 생활의 단편들, 벗어나고픈 지긋지긋한 책임져야할 부분들.
그러나 도저히 버릴 수 없는 내 가지들..
밋밋하게 모든 걸 억누르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
그 세상이 내 세상의 전부로 알아서 그렇게 밋밋하게 살아가는 걸까?
아니라도 재주가 없거니 능력 밖의 문제라 포기하고 살아야 하나.
사회가 주는 구속력 또한 만만치 않다.
안나는 회계일을 하는 사무실에 다니면서 뭐든 고치고 만드는데 재주를 가진
순하디순한뚱뚱이 남자 알레시오와살고있다.
알레시오는 6학년 소년같은 순수함은 지녔지만 남성적인 매력은 0점이다.
안나는 어느 날 사무실 작은 파티에 웨이터로 일을 온 도메니꼬에게 끌리게 된다.
순간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욕정이 생긴 안나는 도메니꼬에게 모든 관심을 쏟는다.
자연히 문자메세지에 신경을 쓰게되고 집안의 나머지들이 시큰둥하다.
——
도메니꼬는 적은 봉급으로 두 아이를 키우는 이민자의 가정이다.
물고기에 빠져있는 딸은 늘 화장실을 폭파한 꼴로 만들어놓고 아내는 머리가 헝클어진 채
밥풀투성이 아들을 데리고 좁은 집에서 종일 씨름을 한다.
책임질 가장으로서 어깨는 무겁지만 순간순간 벗어나고픈 욕망에 사로잡히고도 남는다.
돈이 모자란다고 가불을 받으라는 아내의 징징거림도, 어디하나 편할 곳 없는 집이다.
그는 안나와 있는 시간이 위험한 시간이거나 지출의 불편함에도 가장 행복하다.
안나의 연기는 내면의 갈등과 여성으로서의 참았던욕정을 잘 표현한다.
그녀를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는 건 같은 여자로서 또는 중년을 사는 인간으로
그녀 뿐 아니라 도메니꼬마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어느주말, 도메니꼬는 여행갔다올께’ 라는 간단한 메세지를 남기고
안나와 이슬람문화권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무 간섭도 없는 그 곳에서 그들은 마음껏 사랑을 하고 연인으로 행복하다.
꼬마가 다가와 꽃을 판다.
그리고 꼬마가 내려논 물고기모양의 악세서리를 보고 선뜻 사고마는 도메니꼬.
그렇게 꿈같은 여행 중에도 딸이 좋아하는 물고기를 보자 바로 사는데–
아이들을 버릴 순 없는 도메니꼬를 바라보는 안나는 어떤 가슴일까?
알레시오를 두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안나에게 알레시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오라고 했다.
안나는 잡을 수 없는 행복 앞에서 진한 갈등을 계속한다.
마지막 그녀는 도메니꼬가 사준 귀걸이를 눈물을 흘리면서 뺀 후 내려놓는다.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을 하더라도 세월은 그 사랑의 마음을 유지시키지 않는다.
다행하게도 유지가 된다면 정말 행운아이고 그렇지 않고는 변하기 마련이다.
아이를 낳고 살면서 적당히 삶 가운데 그런 열정은 포기하고 살게 마련이다.
신은 오묘하게도 사랑이 식을 즈음 아이를 주고, 덧붙여 情과 구속력을 갖게 한다.
영원히 젊을 것 같던 육체도 시들어 매력을 상실하고 편히 지내다보면 그다지
환상이나 섹시한 끌림은 없어지게 마련이다.
긴세월동안 한 사람만 바라보고 사는 게 어찌보면 슬픈 일 일 수도 있다.
그게 인간들의 제일 큰 딜렘마이기도 하다.
사랑에만 매달려 있다보면 사는 게 무의미하거나 지루할 수도 있겠다.
그 가운데 안나와 도메니꼬는 만났다.
어쩌면 그렇게 잠깐이나마 뜨겁게 사랑할 수 있었던 그들이 차라리 행복한지도 모른다.
누구나 마음 속으로는 안나와 도메니꼬를 꿈꾼다.
하지만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대중가요처럼 아무나에게 기회가 오진 않는다.
잠깐 노는 것과 사랑은 다르다.
영화를 보면서 두 쌍의 주인공들이 다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내 주변의 일이고 내가 다 이해하는 스토리라서 더욱 더 마음이 아프다.
Hansa
2010년 12월 23일 at 1:06 오전
오, 영화 리뷰 훌륭합니다. 리사님
저도 봐야겠어요.. 말씀대로 섬세한 영화인듯.
Lisa♡
2010년 12월 23일 at 1:35 오후
한사님.
다행입니다.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이 영화 보고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할 수 있음이요..
ㅎㅎㅎ
체면 세워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