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사>의 최초 여자 등단시인이면서 아직까지 시집 한 권 내지않던
권지숙 시인의 첫 시집 출간기념 모임에 참석했다.
35년만에 탄생한 시집이라 다들 기대가 있었고 즐거웠고 축하할 일이었다.
평소에 나와 나이를 떠나 막역한 절친이기도 한 탓인지 내가 다 설레였다.
염무웅평론가가 해설을 써주셨고, 오랜 친구인 정호승 시인이 축사를 맡아준
‘오래 들여다본다’ 는 따끈따끈하게 내 손에 들어왔다.
많이도 웃고 많이도 화기애애했던 밤이다.
미끌거리는 도로도 웃으며 조심하고, 지나가는 취객에게 택시도 양보하는
여유가 부려지던 밤이었다.
시인이 한마디하라하자 끝내 부끄럽다며 사양하시던 모습이 평소답다.
연말의 어느 밤에 이렇듯 축하할 일이 있다는 게 뿌듯하다.
오후에 피다.
너를 기다리는 이 시간
한 아이가 태어나고 한 남자가 임종을 맞고
한 여자가 결혼식을 하고 그러고도 시간은 남아
너는 오지 않고
꽃은 피지 않고
모래시계를 뒤집어놓고 나는 다시 기다리기 시작하고
시간은 힐끗거리며 지나가고
손가락 사이로 새는 모래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소란스런 시간
찻잔 든 손은 바삐 오르내리며 의뭉한 눈길을 주고 받으며
그러고도 시간은 남아
생애가 저무는 더딘 오후에
탁자 위 소국 한 송이
혼자서 핀다.
–권지숙
어젠 두군데의 병원을 들려야 했음에도 눈발 날리는 꼴이 무서워
후륜구동의 내 차를 낑낑거리며 되돌려 그냥 집으로 왔다.
그래서인지 미처 예약을 돌리지도 못한 채 찝찝하기만 하다.
마쳐야 할 일이 있음에도 미적거리고 있는 자신이 못마땅스럽다.
개운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냈다.
마칠 걸 제대로 해놓지 않았을 때 기분은 늘 뭔가 미진하다.
연말이라서인지 공연히 동동거린다.
별 일도 없는 것 같으면서 할 일이 있는 것도 같으면서…
돈을 빌려준 친구가 돈을 갚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편하다.
딱 떨어지지 않는 기분.
……….그런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다.
목이 아프다.
어젯밤 마지막 즈음 누군가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기 사작하였다.
그때부터였는지
아님 낮에 시간이 맞아서 본 영화에 나오던 존 레논이
줄곧 담배를 피워서인지..
게다가 그의 엄마와 이모까지 어찌나 담배를 들고 살던지
목구멍이 아프다.
모두 그들 탓이다.
귀까지 아프다.
누가 담배를 피면 목부터 귀까지 아프다.
눈내린 덕분에 지하철을 이용하니 재미도 있고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탄생한다.
오늘은 지하철에서 서로 건너 편에 앉아서 크게 대화를 나누던 아저씨와
아줌마가 기억의 인물이다.
그 복잡한 공간에서 줄기차게 큰목소리로 온갖 말을 나누던 대단한
성격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리고 지하철 안에 앉으면 다 켜는 스마트폰덕에 나 또한 긴 이동시간이
언제 도착했나 할 정도이다.
김술
2010년 12월 29일 at 12:29 오전
남이 담배를 피우니 내 목이 아프고 귀가 아프다…
내 몸이 남과 다른 것을 어째 남을 탓하리요.
다 내 탓인걸…
Lisa♡
2010년 12월 29일 at 1:47 오전
김술님.
연말이라 바쁘시죠?
담배 많이 피우는 실내에 있으면
어김없이 목구멍이 아파요.
내 목이 약한 건지..쯧!
너무 순수한가? 훗훗…
아름다운 날들입니다.
나를 찾으며...
2010년 12월 29일 at 2:42 오전
권지숙 시인님 ..시 너무 좋군요.
어제 오늘 사진 정말 좋아요.
저도 어제 담배때문에 ….
눈이 와서 치워진 그 좁은 길에서 만난 그 남자
휘이~~익 지나고 나니
역겹게 다가오던 그 냄새 땜에…
남자들 말이야~~~~ㅋ
화창
2010년 12월 29일 at 3:54 오전
눈이 많이 내리면 운전을 포기하는 분들이 많아져서인지 차는 오히려 적어져요!
저는 악착같이 운전을 하는 편인데 눈길에 약간 미끌 미끌하는게 스릴이 있고 좋아요!
Lisa♡
2010년 12월 29일 at 10:34 오전
나찾님.
남자들만 피우는 건 아니니…남자들보고만…ㅋㅋ
좁은 실내에서 피운 담배연기가 스며서
저 오늘 종일 목이 따갑고 아팠답니다.
Lisa♡
2010년 12월 29일 at 10:35 오전
화창님.
스릴을 좋아하시는 줄 몰랐어요.
ㅎㅎㅎ
눈오는 날은 차가 없긴 하더라구요.
빈추
2010년 12월 29일 at 12:25 오후
후륜이 눈 길에서는 특히 버벅대죠.
저도 후륜인데 다행히 눈길에는 사륜으로 전환해서 다니지만 조심조심.
밤에도 눈 온다는데 출근길 걱정입니다.
담배…입에다 불을 때는거죠. 돈과 나무잎을 돌돌 말아서.
입에 대 보질 않아서 잘…그렇지만 영 아니란 생각이죠.
눈 오고 추워진답니다.
Lisa♡
2010년 12월 29일 at 9:59 오후
빈추님.
후륜자동차가 벌벌 떠는 걸 여러차례 봅니다.
그 중에 저도…
옆에 있는 사람까지 피해를 주는 연기라는 게
어마어마하게 겁납니다.
화창
2010년 12월 30일 at 9:12 오전
제가 젊었을 때 부린 만용 둘….
하나~ 한라산에 폭설이 내려 5.16도로 통제되었는데 통제가 못내 아쉬워 새벽에 가족 모두 깨워서 렌트카로 통제하는 인력들 나오기 전에 무조건 올라간거……
둘~ 설악산 미시령에 빙판과 폭설로 체인 안감은 차는 진입을 안시키는데 통제인력 한눈파는 사이 그대로 진입…. 아슬아슬한 스릴을 즐기며 무사히 설악동으로……
다 옛날얘기입니다. 지금은 질서와 준칙 너무 잘지켜요! 근데 저는 언제가 같은 값이면 안가본 길로 다녀요! 정말 치안이 안잡힌 후진국가의 밤거리도 무서워 하진않고…..
Lisa♡
2010년 12월 30일 at 12:40 오후
화창님.
전혀 뜻밖입니다.
그래서 매력적이세요.
저는 그런 분들 은근 짱이거든요.
그렇다고 남을 괴롭히는 건 아니니..
후후후.
앞으로도 종종 그러세요….ㅎㅎ
화창
2010년 12월 31일 at 3:12 오전
저는 세상만물에 대한 호기심, 모험심이 강한편입니다.
그런데 제가 가진 한계로 저녁시간과 주말에는 딱 가족과 함께 해야한다는 굳은 신념의 아내와 가급적 싸우지 않고 살아보려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많이 접어두고 살고 있지요~~~ 잘 아시다시피~~~ ㅎㅎ
Lisa♡
2010년 12월 31일 at 4:24 오전
화창님.
^^*’
알아요…
하지만 호기심이 그렇게 대단하게
보이진 않는 건 사실이구요…ㅎㅎ
하여간 그 약속을 지키면서 산다는 게
또 행복의 지름길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