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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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에미끄러지지 않는 운동화를 신었더니 밑창의 파진

요철부분에 카페트가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순발력이라는 녀석은 나이와 반비례한다.

뛰어난 순발력으로 한 쑈하는 내가 그만 공중에 오르더니

바닥으로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두 무릎으로 땅을 짚고 모서리에 얼굴을 부딪치지 않으려는

노력탓에 다행하게도 무릎만 멍이 두군데 들었다.

아——-창피!!

어떤 남자가 유심히쳐다본다.

밤에는 아이를 데리러갔다가 아들이 얼음판에 띠용~~하고

미끄러져 철퍼덕 넘어지는 꼴을 봐야했다.

아들은 그러고도 서너번 더 미끄러지려 곡예를 탔다.

넘어지면서 제일 먼저 나를 본다.

나중에 "너 넘어지면서 엄마는 왜 봐?" 하자

엄마가 깔깔거리고 엄청 웃을 줄 알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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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자고 나니 모든 게 달라졌다

눈이 왔다 어제의 세상이 아니었다

정말 몰랐다

어제 오후 하늘이 약간 기울고

비린 바람이 조금 다르게 불었으나

눈이 올 줄은 몰랐다

나는 아직 떠날 준비가 안됐고

나는 아직 순결하지 못한 신부

그만 이불을뒤집어 쓰고 누워버렸다

종일 두 손 놓고 지치도록 울었다

이렇게 속수무책

첫 눈이 올 줄

—-몰랐다.

권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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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타고 까슬까슬하니 목젓이 말라드는 느낌이다.

반갑지 않은 헛기침을 계속 해야만 했다.

귀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제의 그 실내 담배연기가 주는 영향일까?

며칠 피곤한 탓도있을 거다.

병원에 갈 시간도 없을만치 빡빡하다.

옷입는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진 딸의 패션에도

신경써야 하고 아들이 덜덜 떠는 모습도 걸리고

가습기도 다시 씻어서 틀어야 하지, 이불장도 정리해야지

해야할 소소한 일들이 가득이다.

갑자기 일들이 거대하게 몰려와 나의 품에 엎어진

현상이 일어나는 그런 현상이…

늘 일과는 거리가 멀어서인지 갑자기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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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 쓰고 줄께—

두 명의 친구에게 완전히 속았다.

둘 다 일주일이 지나도 줄 생각이 없다.

전화를 해서 애원하는 쪽은 되려 나다.

돈을 빌려주고 늘 애를 태우는 일이 한 두번이 아니고

그럴 때마다 이젠 절대 돈거래 않는다고 하곤

다시 마음이 약해져서 빌려주고 만다.

정말 이제 다시는 돈거래는 끝이다.

돈이 있어도 빌려주지 않고 걱정만 해주면 그런 사람이

처신을 잘하는 게 욕듣지 않는다.

빌려주고 달라고 하면 오히려 욕을 먹는 꼴이다.

빌려간 쪽에서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급하다고 난리를 쳐서 빌려주고는 곤란한 건 나다.

약속을 잘 지키면 얼마나 좋을까?

우정까지 잃는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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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Comments

  1. 빈추

    2010년 12월 29일 at 11:24 오후

    눈이 많이 내린것을 알고서 잠들었더니 출근 걱정에 잠을 제대로 못잤네요.
    30분 일찍 출발해서 회사에 도착하니 벌써 제설작업이 마무리 단계라
    이렇게들 이쁠수가..하며 수고 했노라고 혀만 나불대다가 들어왔습니다.ㅋ
    오늘은 넘어지지 마세요.   

  2. Lisa♡

    2010년 12월 30일 at 12:39 오전

    빈추님.

    오능능 제설작업 확실하게 한다고
    벼르더니 그런 일이…차 갖고 나가도
    되나봐요?   

  3. 김술

    2010년 12월 30일 at 3:01 오전

    아이들이 왔으니 좀 바빠지시겠군요.
    그래도 외계인 아지매의 빠떼리는 쌩쌩하겠죠?
    새해에는 보다 왕성한 활동 기대합니다.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4. Lisa♡

    2010년 12월 30일 at 7:41 오전

    많이 바쁘네요.

    공연히..이유없이요.

    바떼리가 고장이 좀…ㅎㅎ

    새해에 존 일 가득….   

  5. 나를 찾으며...

    2010년 12월 30일 at 4:07 오후

    이집이나 제집이나 아이들 방학이 엄마들 개학이란 말이 꼭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치시지 않으셨다니 참 다행입니다.

       

  6. Angella

    2010년 12월 30일 at 10:13 오후

    그런대로 저녁의 풍경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사진으로 담기에는 2%부족하다는 느낌이..그렇죠..?
    저도 어머니를 모셔와야 하는 문제..있어요..^^
    오랫만에 들어오니 일기가 쫘악…
    에고..눈도 나쁜뎅..우짜노~
       

  7. Lisa♡

    2010년 12월 30일 at 11:37 오후

    나찾님.

    아이들 방학이지요?
    언제까지죠?
    1월말까지요?
    어제도 딸이 두 번이나 넘어지고..
    저 닮았나봐요.ㅎ   

  8. Lisa♡

    2010년 12월 30일 at 11:38 오후

    안젤라님.

    새해에 좋은 일들로 가득한 해 되시고
    오랜만입니다.
    어머니요?
    기회가 있을 때 모셔보는 게 나중에 후회없다고들
    그러긴 합디다…^^*   

  9. 화창

    2010년 12월 31일 at 3:14 오전

    가까운 분들과 돈거래 하지마세요~~~   

  10. Lisa♡

    2010년 12월 31일 at 4:22 오전

    그러니까요.

    그렇지만 또 가까운 사람이
    어려울 때 도움주지 않으면
    어떡해요? 난처하네요.   

  11. 강정애

    2010년 12월 31일 at 6:25 오전

    리사님!
    아이들이 방학으로 귀국해서
    리사님은 가사대학응 개학을 했다고 들었는데
    정말 부지런하시네요
    나처럼 게으른 사람은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숨가쁜데ㅡ
    28일날 잠간 들어와서
    권지숙시인의 시집 출간기념회 스케치를 읽었어요
    리사님의 친구이기도 한
    권지숙시인에 대한 사랑이 남다름이 눈에 보이데요
    리사님은 참 복이 많으신 분이세요
    한 해를 그렇게 멋지게 마무리 하셨으니
    신묘년 새해도
    리사님께
    주님의 평화와 축복과 은총이 충만하기를 ㅡ
    자제분들도 모두 희망하는 학교에 들어가기를 ㅡ
    기원할게요
    리사님
    좋은 한 해 되세요
    詩 (오후에 피다)는
    딱 내 취향이었달까?
    또 한 해를 보내야 하는 우울한 정서에
    위안을 주는 詩더군요
    친구에게도 보내주려고 베껴놓기도 하였지요
    물론 시인 권지숙씨 작품잉을 명시할 거구요
    그런데 오늘 본 첫눈도 좋으네요
    리사님
    좋은 한 해 되세요   

  12. 강정애

    2010년 12월 31일 at 6:30 오전

    리사님
    내 컴이 약먹었나봐요
    한 말 또 하고 또하고 또 했네요
    얼른 고쳐 주세요   

  13. 밤과꿈

    2010년 12월 31일 at 12:21 오후

    사람들이 말입니다~
    눈길에 미끌어져 넘어지면 웃는데요…
    저는 그게 영 이상하다 이겁니다^^

    사람이 넘어지면 다치지 않아도 아픔이 이만저만이 아닐텐데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오는게 도무지 못마땅합니다.
    함께 안쓰러워해주고 위로는 못해줄 망정 웃음이 나옵니까?????

    진짜 그럴 때 웃는 사람 때려주고 싶어라!   

  14. Lisa♡

    2010년 12월 31일 at 2:19 오후

    강정애님.

    제일 아래 날짜 옆에 x표 누르면 지워지는데
    몰랐꾸나………..ㅎㅎ

    새해에 또 인터넷상이지만 만나요—
    토끼해 한 해 최고의 해 되시구요….ㅎㅎ

    권지숙 시인의 시집 창비사 출판입니다.
    많이 권해주시고,,,사주세요….헤헤.   

  15. Lisa♡

    2010년 12월 31일 at 2:19 오후

    밤과꿈님.

    그런데 진짜 웃길 때 많습니다.
    그럴 땐 웃어야지요.
    으하하하…
    하지만 밤과 꿈님이 넘어지면 절대
    웃지 않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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