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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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지난 여름 나는 아무 것도 관리하지 않았다

텅 빈 종로에서

몇줄의 시와 몇묶음의 소설을 읽었으며

정판과에 드러누워 있는

여남은 개의 활자를 바로 세웠다

청계천 바다극장에서

장풍영화를 두 편 보았고

‘有田’에서 펄펄 끓는 커피를 두 잔 마셨으며

신경통인 어머니의 여윈 다리를

주물러드렸고

한 낮 아파트 옥상에서

누런 황소 두 마리를 그렸고

밤중에 일어나 냉수를 몇번 끼얹었을 뿐이다

지난 여름내내 나는

아무 것도 관리하지 않았다

———————————권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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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내가 관리한 것과 하지 못한 것을 계산할 여력도 없다.

7일동안일어난 일을 한 장에 그려야 한다는 아이의 고민 밖에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한 장에 그릴것인가?

그것이 지금의 고민이자 관리다.

연말이고 분주한 느낌이야 은연 중에 들지만 나는 자꾸 어디론가 빠져든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다는 보이지 않던 아랫집 영원이도 보이고

시카고대학에 다닌다는 건너집 민기도 보이는데

나는 이루지 못한 과제를 안고 씨름 중이다.

한 해가 가고 있는 이 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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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KFC가 먹고 싶단다.

피자헛도 그렇고 모두 미국에 있는데 왜 유독서울서

먹고 싶다는 것일까?

어릴 때 먹던 기억이 먹고픈 건지도 모른다.

다 돌아가며 먹었던 걸 다 먹고서야 만족을 한다.

지금은 베니건스도 KFC도 찾아봐야 할 정도로숫자가 줄었다.

아무래도 인스턴트를 사양하는 분위기라서인가 한다.

아랫집에선 종일 공사 중이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이들이 원서를 쓰느라 머리를 짜낼 중요한

시기에하필이면, 유독, 꼭 이럴 때 공사를…

이것저것 다 계산하고 하는 건 아니니

우리집이 그렇다고 중단시킬 수도 없고 재수없다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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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네에 잠깐 들렀다.

가깝기도 하지만 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봐야할 것 같아서다.

기치료를 한다고 누가 온다고 하더니

금방 쓰러질지도 모를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셨다.

기를 받는 게 아니라 빼앗기게보인다.

기치료가 뭔데?

그냥 여기저기손으로 혈을 누르거나 하는 모양인데

내가 봐서는 통 알 수 없다.

왜저런 걸 하는지..

한 번에 만원인데 2시간을 걸려서오신다고 한다.

몇 명이 모여서 받는데 그냥 한시간 걷는 게 더 낫지싶다.

하기야 내가 모르는 무언가 치료효과가 있을 거다.

당사자가 아니고야 그 심정을 어찌 알리.

언젠가 기치료를 한다는 사람은 앉아서복식호흡만을

디립따 시키더란다.

기치료를 하는 종류도 다양한가본데어느 게 정석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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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김술

    2010년 12월 31일 at 2:12 오전

    제 블로그에 글쓰는거보다
    리사님한테 댓글 다는게 더 많으니…
    허긴 리사님한테 댓글달려고
    조블에 가입한거라 딱히 불만은 아니군요.

    2008년 1월 1일부터,
    2010년 11월 30일까지
    아무것도 한게 없습니다.
    친구만나고,
    술 마시고,
    외계인 아지매한테 댓글 달고,
    내 블로그에 글 몇 개 올리고,
    산에 좀 다녔고,
    그게 지난 2년 11개월의 제 결산입니다.
    아! 살도 5kg정도 줄였군요.   

  2. Lisa♡

    2010년 12월 31일 at 2:59 오전

    아………..살이 줄었다구요?

    그건 내가 2011년에 또 도전할 과제네요.
    하긴 요즘 밥맛을 좀 잃었어요.
    그래서 빵을 먹습니다.호호호…..
    댓글 달다보면 글 늡니다.
    이건 믿거나 말거나…으하하하.   

  3. 화창

    2010년 12월 31일 at 3:07 오전

    나는 일년동안 술많이 마시고 연평도사건으로 환율이 올라서 몇천만원 잃어버린 느낌이고 골프실력 좀 늘고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르게 한해가 가네요!   

  4. Lisa♡

    2010년 12월 31일 at 3:11 오전

    골프실력 늘었으면 하나라도 이득이 있었네요.

    축하해요.

    저는 뭐 그냥 부지런히 보내긴 했어요.
    시간이 늘 빠듯한 척 하면서….진짜 나는
    왜그리 시간이 늘 빠듯한지.
    화창님.
    새해 건강하세요.   

  5. 아로운

    2010년 12월 31일 at 5:36 오전

    옛 것들은 지나갔으니, 보라, 모든것이 새롭게 되었도다.
    (고후 5:17)

    Wish you have – “best of the best” – year of the rabbit
       

  6. Lisa♡

    2010년 12월 31일 at 2:16 오후

    아로운님도

    토끼해에 많은 성취이루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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