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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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입출금기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가 다시 한 번 실감되는 부분이었다.

내 앞의 한 남자가 용무를 보고 돌아서자 기기의 글자가

엄청나게 크게 보이는 것이었다.

곧 잘못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직원을 부르려다가

그냥 시도해봤더니 글자가 보통 글자보다 10배는 더

커보이는 게 시원시원했다.

시도를 한 번하고나자 곧 되돌아오기에 홈을 보니

‘저시력자용’라는 글자가 보였다.

일부러 일을 마친 후 그걸 눌러보니 글자가 다시

확대되어 아주 크게 보이는 것이었다.

은행입출금기 글씨야 잘 보이지만 식당 메뉴판이라던가

전화기 글이 잘 보이지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별 이유없이유쾌해지는 안도감이 생기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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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전이라 그런지 은행안에도 기계 앞에도 사람이 한가득이다.

보통 3-4명이 현금출납기 앞에 서있었다.

70대 할머니 한 분이 바람을 몰고 들어오더니 갑자기 일을 마치고

나가는 사람이 있는 기계 앞으로 줄 선 사람은 생각도 않고 새치기를

하더니 한 점의 부끄럼도 없이 일을 보는 것이다.

게다가 뭘 잘 몰라서 헤매는지 내가 일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그 뒷사람은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참 난감한 일이었다.

나이가 많다고 모든 게 제멋대로인 분들이 왜그리 많은지.

지하철에서나 슈퍼에서나 은행에서나 붙잡고 얘기할 수도 없고

그런 모습들의 사람들을 보면 참 슬퍼진다.

아마도 자기 손주나 자기 새끼밖에 챙기지 않을 사람이고 불법이나

그 외의 것도 나이많은 노인네라는 이유만으로 태연하게 할 인물들이다.

자하철에서 은근히 옆자리 여성들에게 기대는 할아버지들도 가관이다.

대략난감일 때가 많은데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만으로 불쾌할 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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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VIP라서가 아니라 같이 통장을 만든 모임회원이 VIP라서

개설을할 때 은행 VIP실에서 만들었다는 이유로 남은 회비

144000을 넣기 위해 은행의 허울좋은 VIP실로 들어갔다.

말이 VIP 이지 거기도 몰리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들어간 창피함에 그냥 앉아서 기다리는데 앞의 창구에 부부가

여러 개의 통장을 꺼내서 이것저것 돈계산을 하며 돈을 불릴 궁리로

직원과 한참을 상의 중이었다.

속으로 아구 통장도 많기도 하네…부잔가봐…하고 있었다.

나가는데 내가 아는 부부였다.

세상에—밥 한 번 안사는 땐땐한 그들이 그렇게 돈이 많은 줄..

그러니 당연 돈을 모았겠지만 물려받은 재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상당히 검소하고 얻어만 먹지 먼저 사는 법이 없다고들 했던 그들이..

나를 다시 돌아보게되는 순간이었다.

늘 마이너스 통장을 쓰면서도 사고픈 거 다 사고, 144000원 들고

VIP실을 찾는데 공연히 부끄러워지는 게 그 자리가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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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창구 여직원이예쁘다.

분실한 현금카드를 재발급 받기 위해 서있는데

직원너머로 수표더미들이 보인다.

그 사이에 꼭 지난 번 사용하던 만원권과 비슷한

수표뭉치가 보인다.

저 수표는 무엇에 쓰는 수표인고?

저거 얼마짜리 수표예요?

50만원짜리 수표란다.

정말 잘했다..지난 번에 10만원권과 거의 흡사해

어딘가에서 10만원짜리랑 섞어서 낸 적이 있는 황당함이 있었다.

내가 그 수표 받을 일도 없는데 그냥 잘 바꿨다 싶었다.

경험이 낳은 관심이다.

그때 그 여직원이 내게 말하길

"어머 그 가방 제가 사고픈 건데…부러워요" 한다.

뭔 가방? 내 가방?

"어머…이거요? 근데 사고나면 바로 지겨워지거든요..사지마요.

그냥 무난한 가방이 제일 좋지않나요?"

내 가방을 반 값에 팔걸 그랬나?

14 Comments

  1. 김술

    2011년 1월 28일 at 1:40 오전

    외계인들도 노안이 오남요?
    얼어붙은 한강을 보니 옛생각이 나는군요.
    스케이트, 썰매, 오뎅, 멍개와 해삼,
    그리고 그걸 찍어먹던 옷핀…

    은행에 노인 전용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노인분들이 무쟈게 오래 창구를 점령(?)하시면
    시간에 쫓길 때가 많아서, 특히 점심 시간을 이용해야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할 때가 많답니다.
       

  2. 무소뿔

    2011년 1월 28일 at 1:58 오전

    리사님 그간 안녕하시지요.
    역시 리사님다운 재미난 글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설 맞으시기 바랍니다.   

  3. Lisa♡

    2011년 1월 28일 at 2:02 오전

    김술님.

    외계인도 노안이 오네요.
    절더러 친한 k 여사가
    아무래도 어릴 때 산삼을 도라지로’
    잘못알고 먹은 게 틀림없다고..ㅋㅋ   

  4. Lisa♡

    2011년 1월 28일 at 2:02 오전

    무소뿔님.

    좋은 아침입니다.
    ㅎㅎㅎ.
    좋은 사진 늘 너무 고맙습니다.   

  5. 오현기

    2011년 1월 28일 at 12:58 오후

    아이패드 손에쥔 기념으로 와봤어요 ㅋㅋ   

  6. Lisa♡

    2011년 1월 28일 at 1:13 오후

    우와………….좋겠네요.

    신형인가요?
    아님………
    혹시 신형나왔어요?
    사려구요.   

  7. 화창

    2011년 1월 29일 at 12:53 오전

    산업화에 크게 기여한 오늘의 노인….

    노인의 지혜로 현명하게 살아가는 노인들…

    매너라고는 모르는 무데뽀 노인….

    되는대로 막 살아가는 막가파 노인….

    역시 노인들만으로 된 群像에도 이런 저런 모습이 있네요!

    나도 노인이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미리 미리 상상을 해두어야지….    

  8. Lisa♡

    2011년 1월 29일 at 2:41 오전

    화창님.

    물론 점잖고 좋은 분들이 더 많지요.
    늘 몇 명이 물을 흐리지요.
    나이들면서 정말 신중하고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잘 지켜야 젊은이들에게
    방해되지 않는 거 맞는 말인 거 같죠?
    저도 잘 나이들어 가야 할텐데 걱정이지요.   

  9. 소리울

    2011년 1월 29일 at 11:15 오전

    VIP는 언제나 인격의 수준이 아니고 돈의 수준이라 그래요. 안그런가요?   

  10. Lisa♡

    2011년 1월 29일 at 12:05 오후

    아무래도….ㅎㅎ   

  11. 가을나그네

    2011년 1월 31일 at 6:23 오후

    한국사람들 VIP 좋아하지요.
    잠재 열등의식의 발로인 것도 같고…
    절대로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조금이라고 남보다 ‘세속적인 면’에서 우월감을 갖고 싵어서..
    금전, 권력, 직위, 등등 …많지요.

    아마 죽으면 들어가는 관도
    VIP용으로 개발하면
    많이 팔릴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12. Lisa♡

    2011년 1월 31일 at 10:25 오후

    가을나그네님.

    가을을 사랑하시나봐요.
    그 관요.
    제가 상권을 개발하고 싶어지네요.
    잘 팔릴 것 같아서요.ㅎㅎ   

  13. onjena

    2011년 2월 2일 at 12:16 오후

    마이너스 통장에 하고픈 거 하는 리사님이 더 행복한 거 아닌가요?
    은행에 돈 싸 놓고 죽으면 자식들 쌈박질 확실히 부추기는거지요.

    한국 사회가 돈 없으면 힘 못쓰는 사회가 뭐라 말하기가 어렵지만 그 분들은
    그 돈으로 좋은일(리사님 점심 사는것도 포함입니다) 하지 아니하면
    통장의 돈은 그저 숫자에 불과한거지요.

    리사님은 행복한 vip 입니다~~~~   

  14. Lisa♡

    2011년 2월 2일 at 2:18 오후

    언제나님.

    맞아요—저 마이너스 쓰면서
    간도 크게 하고픈 거 다하네요.
    제가 봐도 저 참 기특해요.
    간혹 그 마이너스 언제갚나싶어
    무섭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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