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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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라고해도 그닥 올 사람도 갈 곳도 없는 우리는

차례를 지내고 부산으로 향했다.

겨우 비행기표를 구해서 의외로 편하게 갔다.

와글거리는 식구들이 가득찬 큰언니네 집에서 머문 하루,

갓 결혼한 조카네서 하루 이렇게2박3일을 지냈다.

그사이에 통도사 근방의 시어른들 산소에 갔다가

들른 통도사는 내게 커다란 만족감을 줄 정도로 괜찮았다.

관광객인지 불자인지 바글거렸지만 통도사의 아름다움은

모든 복잡함조차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조카가 종교로 모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을

가게 되었다.

부엉이 바위를 보자 기분이삭막해지고 마음이 안스러웠다.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한 느낌은 저버릴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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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참을 수 없는 존재들의 무거움에 짓눌리는 기분?

동백섬이 있는해운대 풍경을 좋아했다.

근처에 높이 올라가는 고층빌딩들이 한 두개 생길때 나도

거기에 동참해 분양을 받곤 했다.

시간이 날때면 부산으로 내려와 동백섬을 산책하고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걷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지금의 해운대 동백섬 근처는 소돔과 고모라가 연상된다.

갑갑하고 무섭고 도대체 무시된 스카이라인이나 숨쉴 공간이

전혀 없어 보인다.

거기에 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징그럽고 곧 멸망할 지구종말론에 박차를 가하는 듯 했다.

끔찍하다는 표현을 남편과 나는 서슴치 않는다.

진짜 숨막히는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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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투리.

조카가 전화를 받는데 싸우는 줄 알았다.

남편은 조용하고 차분한 편이고 조카는 더 젊고

아주 남성적이고 목소리가 크다.

부산 사투리 중에

-문 좀 깨라주세요~~~

-천지빽가리다~~

-저 만디를 전좌서~~

-깔찌뜯는다~~

-깔삼하네~~

라는 말들이 있다.

우리는 같은 부산사람끼리인데도 엄청 웃는다.

조카네 아파트 상가에 수학학원이 있는데

<악어수학학원>이다.

그 아래는 ‘물면 절대 놓치않는다’ 라는 문구가 있다.

사투리나 생활속의 재미난 언어들이 웃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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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언니네는 딸만 4명이다.

결혼을 다 했고 한 집당 2-3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래서 합이 거의 20명이다.

아이들만 세뱃돈을 주어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기본을 정해야했다.

초딩과 유치원은만원, 중딩은 3만원, 고딩은

5만원, 대딩은 10만원.

다행하게도 대딩이 아직 없다.

그래도 세뱃돈만 만만찮게 나간다.

무섭다.

그래도 아이들이 정말정말 귀엽다.

나도 인기가많은 편이라 뽀뽀세례 엄청 받았다.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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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1. 김진아

    2011년 2월 6일 at 9:12 오전

    허걱~! 했습니다. ㅎㅎ

    세뱃돈이 정말 대단한걸요. ^^

    범준이도 부산 큰집 들렸다, 대구로 상주로 ..한바퀴를 빙 둘러서 돌아왔습니다.
    부산에서 대구로 오는 길이 4시간이나 걸렸다고 해서 깜짝 놀랬죠.
    구제역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는데도..
    길은 밀리더군요. 설은 설이였어요.

    사진이…색들이 주는 느낌이 참 좋아요.

    리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부산 사투리가 재미납니다. ^^   

  2. 순이

    2011년 2월 6일 at 9:29 오전

    설에도 바쁘셨네요.
    세뱃돈 저도 장난 아니게 많이 나갔습니다.
    조카들이 많다보니 …..
    퀸 다이어리 매일 못 봐서 서운해요.
    그래도 부지런한 리사님 글 보러 자주 들어옵니다.
    올 한해도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3. 슈카

    2011년 2월 6일 at 1:25 오후

    이번 설엔 친정에 안 내려갔어요.
    명절 다음날이면 셋째 넷째오빠가 처가에 들렀다가 항상 언니네 집으로 오곤 해서 우리도 합세했는데 이번엔 어째 다들 시간이 어긋나서 세뱃돈은 하나도 나가지 않았답니다^^
    대신 화재가 있었던 둘째 오빠네 아이들 불러서 속옷부터 겉옷까지 사줬더니 세뱃돈의 몇 곱절이 나갔어요;;;;; 이번 달엔 쫄쫄 굶어야합니다.ㅎㅎ
    대신 아직 절도 못하는 소리가 세뱃돈을 톡톡히 받네요ㅎㅎㅎ

    부산 살다가 서울로 온 언니를 아는데 그 언니랑 전화통화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목소리 가 한 톤 올라가요ㅎㅎㅎ   

  4. Lisa♡

    2011년 2월 6일 at 2:13 오후

    진아님.

    세뱃돈 장난 아닙니다.
    설에는 은근 걱정도 되어요.
    동생네 큰댁이 부산이군요.
    저도 구제역 소독하는 길을
    몇차례 지났답니다.   

  5. Lisa♡

    2011년 2월 6일 at 2:14 오후

    순이님.

    퀸다이어리 다시 써야할까봐요.
    뭔가 할 일이 없어진 것 같거든요.
    후후후..
    부지런 좀 떨어볼께요.
    새해엔 복만 받기 괜찮죠?   

  6. Lisa♡

    2011년 2월 6일 at 2:15 오후

    슈카님.

    화재난 오빠네 조카들한테 잘 하셨네요.
    좀 굶더라도 말이죠.
    그런게 행복이잖아요.
    당분간 소리가 세뱃돈 좀 챙기겠군요.ㅎㅎ   

  7. 오공

    2011년 2월 6일 at 2:27 오후

    우짜자고 사진을 이리도 잘 찍으시는지…   

  8. 안영일

    2011년 2월 6일 at 2:38 오후

    구정 새해에 재미나게 지나셨읍니다, 아이들 잘자라고 원하는모든것 이루어 지시길 바람

    니다, 붉은팤, 궁뎅이콩 ,조선오이 가 보입니다, 이유라면 낯에는 딸이 나에게는 쥬스를

    지 엄마에게는 셀러드를 만들어주니 항상보는 음식입니다, 건강 하십시요.   

  9. Lisa♡

    2011년 2월 6일 at 2:47 오후

    오공님.

    간만입니다.
    새해에는 더 멋진 나날들로
    이루어지길,,,,   

  10. Lisa♡

    2011년 2월 6일 at 2:47 오후

    안선생님.

    건강하시고’
    좋은 한 해 되세요.   

  11. 벤조

    2011년 2월 7일 at 5:18 오전

    해운대.
    거기서 내 처녀딱지가 떨어졌잖아요.ㅎㅎ
    그땐 극동(?)호텔인가, 해운대호텔인가 그것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어느 호텔에서 떨어졌는지도 잊어먹었네. 참.
       

  12. Lisa♡

    2011년 2월 7일 at 8:40 오전

    벤조님.

    아마도 극동호텔일 겁니다.
    우리 언니도 신혼여행을 그리로 갔거든요.
    그때는 그리로 많이 갔어요.
    ㅎㅎㅎ….딱지….   

  13. 이진우

    2011년 2월 11일 at 9:11 오전

    전 그냥 부산가면 좋습니다. 나를 언제나 반겨주는 친구가 있고 싱싱한 회가 있고 푸른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입니다. 물론 Lisa 님의 느낌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전 부산만 가면 그냥 좋습니다. 해운대 조선비치호텔에 앉아 낮에 가면 바다가 잘보여서 밤에 가면 운치가 있어서 좋아합니다. 그리고 한국콘도앞에 있다가 좀 더 안쪽 유람선 타는 곳으로 옮긴 ‘ 속 씨원한 대구탕’ 집에서 대구탕 먹는 것도 정말 좋아합니다.    

  14. Lisa♡

    2011년 2월 19일 at 8:32 오전

    진우님.

    이제사 봤네요.
    저도 부산사람이라 부산가면
    무조건 좋은 사람 중에 하나죠.
    그리고
    그 속씨원한 대구탕집도 압니다.
    달맞이고개쪽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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