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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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가중간쯤 어디매 왔을 때인가..

눈이 하얗게 내린 세상이었다.

졸다가, 아이폰으로 게임을 열나게 하다가,

바라본 바깥세상은 강원도 어디쯤이련가? 했다.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서울서

눈 온 날 짜증스럽던 기억과는 다르다.

아무 근심없이.. 그저 방랑자의 눈으로는 뭐든

아름답고 신기하게만 보인다.

머지않은 뒤쪽에서 코고는 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오는 버스 안은 어쩐지… 눈탓인지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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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다.

알지도 못하면서엉터리로 무지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아줌마 덕분에 돌아서 버스정류소를 찾았다.

어디쯤서 내리나..방송도 나오지않고…

"아저씨 터미널 아직 멀었나요?"

묻혀버려 말을 한 내가 머쓱해진다.

그때 갑좌기 뒤에서 한남자 목소리가 내 목덜미 가까이서

"아직 멀었어요" 한다.

뒤도 돌아보지않고 아—네—–

결국 그 남자가 내릴 때를 알려주었다.

내리면서 뒤를 돌아보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데

눈동자가 어딘가 이상한게 금방 탈북한 자 같다.

내려서 길을 급히 건너는데 세상에 이번엔

터미널 앞에서 맨손체조를 하던 이상한 모자를 쓴

긴 머리의 남자가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란 눈으로 정지한

자세로 나를 겁나게 쳐다본다.

헉스~~~~~~

요즘 나 정신병자빨 좀 받는 중이다.

길에서 황박사 정신병원 간판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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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서호시장 안,

지나가다 눈에띄는 게 있다.

시커먼 북어대가리를 잔뜩 올려놓고 판다.

‘저걸 사고시픈데….워짜까나….국물맛이 끝내줘요가 될텐데..’

남편이 시원한 국물맛을 좋아하는데 어쩌나.

돌굴이라고 적힌 굴봉지들이 그득하고

그 비싸다는 멍게가 가득 든 봉지도 눈에 쏘옥 든다.

이번에 알았는데 시골은 장례음식점이 있다.

뭔가가 달라보인다.

호래기를 비롯…입맛을 다시게하는 해물들이 천지빽까리다.

길이 멀어 사지는 못하고 발만 구른다.

내가 나서서 사려하자 친구가 떠말린다.

안 사는 내 눈에는 전복도 어찌나 싱싱턴지.

본래 사지않으면 가격도 싸보이고 물건도 실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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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도착.

강남터미널 지하가 그렇게 복잡한 줄 미처 몰랐다.

없는 게 없는 지하도 시장이다.

TV에서 돼지불고기가 맛있는 성북동 기사식당이나온다.

고기를 특별히 먹고싶어하지않았는데

갑자기 고기가 땡긴다.

TV의 저력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 집 고기맛을 알기에 더 땡긴다.

자주 가던 집이라 입안에 침이 고인다.

그래서 결국 저녁을 돼지왕갈비로 먹었다.

바다냄새가 나는지 사람들이 흘깃거린다.

아마도 배낭 뒤로 불쑥 나온 LEKI 스틱때문에

여성등산애호가로 보이는 모양이다.

생긴건 아닌데…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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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에서 아이폰으로 열쉬미 게임을 했다.

나 갤럭시게임중독자다.

거의 폐인수준이다.

문득 따가운 시선이 꽂히는 걸 감지…

건너편에 얼굴에 반창고 바른늙수레한 아저씨가 뭘보나..

저 반창고 안에는 점을 지웠을까?

뽀드라지일까를 굳이 생각한 건

바로 건너편에서 걸어오던 한 아저씨 얼굴에도

똑같은 반창고가 두개 더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반창고를 바른 남자들이 왜 유독 이 칸에만~~

점뺐나…..?

그리고는 다시 게임 속으로..

처음에 1~2만점을 했는데 지금은 60만점이 넘는다.

아무래도왕중왕전에 나가야할 듯.

온라인에 가입하면 더 바빠질래나?

바다가 오랜 피곤을 뺏어간 게 틀림없다.

며칠간의 피곤이 물러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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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김진아

    2011년 2월 17일 at 4:00 오후

    오늘 강남 세브란스 다녀왔는데,
    피부과와 비뇨기과가 양쪽으로 있어서 심심할때 바라보기 ㅋ
    괜찮거든요. ㅎㅎ

    피부과엔 젊은 사람들만 많이 보이는 것이 당연한것 처럼 생각되었는데,
    오늘은 글쎄요. 오십대 후반?은 되어보이는 중년의 남자분들이
    굉장히 많이 계시더군요.

    거기다 얼굴에 하이얀 점?처럼 붙이고 나오시는데도 그 모습이 무척 당당하신거예요.^^

    그래도 피곤하실거예요.

    푸욱 쉬셔야 해요. ^^
       

  2. 오를리

    2011년 2월 17일 at 4:53 오후

    리사아씨,

    늦둥이라도 가지 실려나
    갑자기 고가가 먹고 싶으시다니요?

    ㅎㅎㅎㅎㅎㅎㅎ

       

  3. Lisa♡

    2011년 2월 17일 at 10:03 오후

    진아님.

    점빼는 남성들이 느나보네요.
    검버섯?
    좀 큰 반창고..약 지름 1센티..
    그건 검버섯인 듯..
    검버섯 생기면 늙어가는 게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거든요.
    ㅎㅎㅎ
    진아님.
    거기까지 다니려면 힘들겠어요.   

  4. Lisa♡

    2011년 2월 17일 at 10:04 오후

    오를리님.

    늦둥이요?
    고기와 늦둥이의 관계가 그렇게?
    흠……….낳을 수만 있다면 저는
    정말 아이를 키우고파요.   

  5. 김술

    2011년 2월 18일 at 12:25 오전

    참으로 용감한 아지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근데 성북동 기사식당까지 안다면,
    대체 모르는게 뭐요?
    그나마 건강염려하시더니
    당일치기로 통영에 다녀오신걸 보면
    몸은 이제 정상이신가봅니다.
    다행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6. Lisa♡

    2011년 2월 18일 at 1:56 오후

    김술님.

    당일치기 아닌데요…
    정상입니다만…
    갱년기야..뭐 어쩌겠어요.   

  7. 리나아

    2011년 2월 18일 at 3:53 오후

    통영 시장안 좀 구경해보나 하니.. 시장사진은
    읎네요..
    근데 시골 장례음식점은 뭐이고..호래기는 또 뭐래요 ..
       

  8. Lisa♡

    2011년 2월 19일 at 12:06 오전

    리나아님.

    장례음식 파는 집이 있더라구요.
    그 집은 삼오제, 장례식..뭐 이런
    음식들을 해서 팔더라구요.
    식당은 아니고 만들어서 반찬으로
    파는 거지요.
    제사음식을 사면 딱 이지요.
    호래기는 아주 작은 한치같은 거
    그걸 호래기라고 해요…ㅎㅎ   

  9. 이진우

    2011년 2월 21일 at 7:34 오전

    통영 참 좋은곳이지요. 살지도 않았는데 그냥 푸근함.. 모처럼 놀러가는 김에 통영꿀빵집에 전화해서 문닫지말고 좀 기다려달라고 먹었는데, 옛날만큼 맛있지는 않더군요.    

  10. Lisa♡

    2011년 2월 21일 at 8:27 오전

    진우님.

    오비사 꿀빵요.
    한박스 사왔지요.
    정말 옛맛이 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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