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애플 626.jpg

냉동고 안에 깊이 박혀있던 딱딱한 외피에 싸인

은행 한봉지를 발견했다.

누군가 까서 먹으라고 준 것인데 까기싫어서 그냥

쳐박아둔 것이다.

큰 맘을 먹고그릇에 담고 퍼질러 앉았다.

여러번의시행착오 끝에 쉽게 깨는 법을 터득했다.

망치다.

은행을 세로로 세워잡고 망치로 살짝 친다.

그러면 껍질 결따라 금이 짝- 간다.

까보니 냉동고 안에서 수분이 날아가 말라비틀어졌다.

드라마를 보면서 모두 다 까서 물에 담군 채 잤다.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적당히 통통하게 불어있다.

만세——– 압력밥솥에 이것저것 넣고 7곡밥을 짓기로

했기에 은행의 소모는 필수이다.

애플 625.jpg

왕후의 얼굴선은 아래로 향하지 않는 법이라는데

왕후는 커녕 무수리감도 안되니 얼굴선이 자꾸만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내려오는 게 매일 아침 보인다.

알량한자존심의 추락과 더불어 자신감에 금이 간다.

거리를 지나치다 비친 쇼윈도우에는 중년의 어물쩡한

아줌마가 버둥거린다.

삶은 고구마가 좋아지고, 은근 건강식에 신경이 쓰이고

같이 나이들어가는 남편의 턱살이 거슬리는 판국에

더불에 내려가는 턱선은 아———어쩌란 말이냐.

배에 힘을 주고 앉아도 어느새 풀려버리는 긴장감.

투박한 손과 촌스러워지는 말투는 우아함이라고는 읍따.

뭘로 채우나..이 구겨진 청춘을.

누군 지적 허영심조차 다 부질없는 짓이라는데

아 어쩌란 말이냐———이 아픈 가心을!!

애플 624.jpg

분당의 모식당을 갔다가 후식으로 주는 고구마를 보는 순간,

살짝 고구마 박스를 쌓아둔 곳으로 갔다.

재빨리 눈치껏 고구마 박스에 찍힌 전번을 입력했다.

그리고는 성업중인 곳의 건방끼가 살짝 있어뵈는 아저씨

목소리를 들으며 고구마를 주문했다.

앗싸————-(나는 영락없는 대한민국 아줌마표)

고구마가 너무나 마음에 들고 또 든다.

그 이름도 럭셔리한 황금고구마.

k씨에게 고구마를 주겠다고 하니..자기집에도 많단다.

그래도 이건 먹어봐야 할 걸~~~

바로 전화온다, 이 고구마 어디서 산겨?

아줌마들..이런 먹거리에 목숨건다.

괜찮은 먹거리 발견하면 진짜 황금을 캔 기분이다.

애플 629.jpg

홈쇼핑을 해본적이 없다.

우연히 방송채널을 돌리다가 한 프로에 꽂혔다.

성형으로 이상해보이는 탈렌트가 나와 선전 중이었다.

저 여자가 뭘—하는데 마감임박이라는 소리와

1차분은 매진..어쩌고 하길래 자세히 보니 팩을 판다.

그런데 89000원에 만원권 상품권 한 장과 팩이 무지않다.

게을러서 팩도 않하고 도무지 미용에는 무심한 나라

그냥 지나치려는데 악어흉내를 낸 장지갑을 공짜로…

그 지갑만 사도 5만원은 할텐데…사볼까?

거기다 결정타는 수분크림을 두개나..남는 거 있나요?

나도 예뻐지면 안될 거 없잖아..싶었다.

에라이~~~~~주문전화는 공짜로//080-000-…..

물건이 2일 후 도착했는데 대만족이다.

알고보니 아주 유명한 홈쇼핑 상품인데 외국 가있는

여성들이 입국시에는 반드시 사간다고 한다.

그 탈렌트는 이 걸로 대박이 났다고 한다.

근데 암만 생각해도 금액대비 괜찮은 구매같다.

곧 빛나는 피부를 맞이하게 될 나으 운명이 …눈 앞에…

14 Comments

  1. 오를리

    2011년 2월 21일 at 11:58 오후

    수퍼에서 고구마 계속 ㅅ다가 놓고
    저녁마다 한두개씩 구어먹으며
    허기를 달랩니다…ㅎㅎㅎ

    혼자 먹기에 고구마다가 단연 최고인것 같습니다.   

  2. 4me

    2011년 2월 22일 at 2:52 오전

    그 탈렌트와 그 제품이 뭘까요? 리사님이 아무리 뭣이 쳐진다 해도 나를 당할 수는 없을걸요. 점점 더 아래로 아래로… 황후장상 같으신 분께서 무수리 보다 못하다고 하시면
    정말 저같은 무수리는 서운하답니다. 날씨가 정말 많이 풀렸네요.
    좋은 하루 되시길….   

  3. 슈카

    2011년 2월 22일 at 3:14 오전

    은행 쉽게 먹는 법 알려드릴까요?
    500ml 우유팩에(200ml도 되지만 오래 돌리면 주둥이 부분이 살짝 타는 것 같아요) 은행을 넣고 전자렌지에 5분정도(2분이었나?;;; 해먹은지 오래돼서 가물거려요;) 돌리면 은행 외피가 탁 깨지고 알맹이도 먹기 좋게 익어요.

    저도 고구마 좀 사다가 쪄먹어야겠어요.
    소리가 잘 먹으면 좋겠는데 밥 이외엔 다른 건 잘 안 먹더라구요. 밥도 많이 안 먹으면서ㅠ.ㅠ   

  4. 이진우

    2011년 2월 22일 at 4:36 오전

    전 고구마, 은행보다도 쇼윈도우에 비친 모습에 더 공감이 가는군요. 언제부턴가 낯선 중년의 모습에 실망감이 더해가다가 이젠 점점 익숙해지는 …   

  5. 김술

    2011년 2월 22일 at 5:48 오전

    얼굴처짐을 막는다고,
    매일 거꾸로 몇시간씩 매달려
    처진 살을 두드려 올리던 아주머니를
    TV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뭔 주사를 맞고 얼굴이 탱탱하게 부어
    괴물같은 연예인도 봤지요.
    얼굴가죽을 하도 땡겨서,
    잘 때 눈이 안감기는 배우도 보았구요.

    근데 젤로 이쁜 얼굴은,
    잔주름도 좀 있고, 살도 좀 처졌지만,
    늘 내 곁에 서 웃고 있는 당신이더이다.

    글구 아지매,
    싼게 비지떡!!!
       

  6. Lisa♡

    2011년 2월 22일 at 11:03 오전

    오를리님.

    고구마는 몸에도 좋잖아요.
    맛도 있구요.
       

  7. Lisa♡

    2011년 2월 22일 at 11:04 오전

    4me님.

    ㅎㅎㅎ..위로가 됩니다.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일련의 자연현상이죠.
    흑흑흑…..관록으로 바꿀까요?
    인생의 관록!!   

  8. Lisa♡

    2011년 2월 22일 at 11:04 오전

    슈카님.

    그렇게 해볼께요.
    재미도 있겠고..
    근데 깐 걸 사는 게 훨 낫지 않을까요?   

  9. Lisa♡

    2011년 2월 22일 at 11:05 오전

    이진우님.

    익숙해지면 또 무뎌지겠지요.
    또 그런 모습이 아름다워보일 수 있구요.   

  10. Lisa♡

    2011년 2월 22일 at 11:06 오전

    술님.

    진실은 누구나 다 알지만’
    그래도 쩜…슬프다는…봄인데..   

  11. 레오

    2011년 2월 22일 at 1:06 오후

    첫 사진 보니
    영화 ‘공기인형’ 이 생각나요~

    어느 전시회 공간인가요??   

  12. Lisa♡

    2011년 2월 22일 at 1:10 오후

    모델라인에서 하는 갤러리겸

    커피#요——

    압구정동요—-   

  13. 오공

    2011년 2월 22일 at 11:19 오후

    무뎌지는 턱선이 마음에 걸려 턱선 날렵한 사진들만 모아둔 것 같네요.
    …무의식인가요,의식적인건가요?^^

    리사님,굿모닝~   

  14. Lisa♡

    2011년 2월 23일 at 3:20 오후

    오공님.

    무의식 속의 의식?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