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당 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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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넓은 몰의 한 스타박스 매장.

치과예약이 10시였는데 원장님이 개인적인 일로

1시간 가량 늦을 예정이란다.

어슬렁거리며 애플#으로 갔지만 11시 오픈이다.

흠….그래써 커피나 한 잔.

아이폰과 함께 ..이럴 때 맥에어들고 스타박스 구석에서

열심히 뭔가를 서핑하고 있으면 멋져보일텐데..(남의 눈 의식)

한남자가 대자로 뻗어 자고 있다.

입을 벌린 채….머리를 뒤로 제치고.

얼마나 피곤했으면~~혹은 어젯밤에 얼마나 마셔댔으면~~

일찌기도 중년의 두 여자가 열쉬미 수다 중이다.

나도 의자를 하나 당겨 다리를 죽 뻗고.

멀리 구석에 나란히 두 남자가 따로 앉아 일에 열중이다.

하버드 앞 캠브리지 거리의 스타벅스에서 백발의 노교수가

골덴자켓 구겨입고 커피 한 잔에 컴퓨터를 열심히 두드리던

장면과 유니언 스퀘어가든의 스타벅스에서 안경낀 범생이가

헝클어진 머리에 뚫어져라 두꺼운 책을 보던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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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싯가루를 사도 여러봉지를 사서 여기저기 나눠준다.

언니도 주고, 권샘도 주고, 친구 누구누구도 주고…

카드지갑을사도 예쁘니까 여러 개 산다.

다시는 생산이 안되거나 못구할까봐…그리고는 없다는

주변 지인 중에 재수좋은 이에게거저 주게 된다.

허당———이라고 놀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

뭐든…나는 많이 사고본다.

나누면 되고, 나중에…이러면서.

나 진짜 허당이다.

내가 일을 성사시키고도 커미션을 주겠다고 하면 양심이

간지럽거나 얼굴이 뜨거워져 됐다고 손사레를 하기 일쑤다.

하지만 생겨먹은 태생을 어떡해.

그게 좋고 행복한 걸 난들 어쩌겠냐는 뜻이다.

약은 짓을 못하겠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혹은 모르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아차 싶은 걸..어째?

나의 호가 허당으로 짐짓 낙착이 될까 두렵지만 나름

무지 알뜰할 적도 많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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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자꾸 줘도 또 주고싶은 사람이 있고

바라고 또 바라는데도 모른 체 주기 싫은 유형이 있다.

그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마음이 유연하게 풀리지 않는다.

친구가 쌀이 떨어졌다고 오는 길에 수퍼갈 시간이 없으니

우리집에 있는 쌀 좀 퍼달라고 한다.

갑자기 못살아서 먹을 게 없어서 쌀을 동냥하던 시절의

사람들 생각이 스친다.

아예 있는 쌀을 다 갖고 갔다.

그런데 아뿔사…그냥 가져오고 말았다.

문제는 친구 걱정에 아이들 아침에 학교가기 전 밥은 먹이나..

했는데 문자가 온다.

오늘도 수퍼갈 시간이 없다고.

어쩌라고…먼 길을 날더러 쌀을 다시 갖고 오라는 거야? 뭐야?

꼭————이런 친구를 사귀어야 하나싶다.ㅎㅎ

하긴 전화하고는 날더러 다시하라고 끊는 친구도 있다.

나는 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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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친구도 친구다.

언제 만나도 허물없고 무슨 얘기든 다 편하게 한다.

늘 대화도 술술 나온다.

하지만 못할 대화, 해봐야 알아먹지 못할 대화도 있다.

구구하게 설명해야하는 게 귀찮아 아예 그런 쪽으로는

은연 중에 대화를 닫아버려야 하는이야기들.

가까이 사는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고 미우나 고우나

가까이서 자주 보는 사람이 외국에 나가있는 친구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이해의 폭은 넓어진다지만

꼴보기 싫은 수가 더 늘어난다는 건데 내가 문젠가?
마음을 비우고 다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여봐?

그게 안된다.

아들만 까칠해는 게 아니다.

나도 드럽게 까칠해지는 걸 종종 느낀다.

이러면 나만 손해인데 말이야.

세상을 아무렇지않게 넘기는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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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1. Hansa

    2011년 2월 24일 at 12:09 오전

    전화 하고 다시 전화하라는 친구!
    ..1등입니다.

    부모가 베풀면 자식들에게 복이 갑니다. 하하

       

  2. 나를 찾으며...

    2011년 2월 24일 at 12:10 오전

    허당스런 면은 …꼬오옥 제 얘기 가타서…ㅎ
    스타벅스 매장.. 오버랩 장면은 꼭 영화에서 보는 한 장면 가타서..ㅎ   

  3. Lisa♡

    2011년 2월 24일 at 12:52 오전

    한사님.

    압권이죠?
    바로 끊습니다…
    ㅎㅎㅎ..귀엽기도 하고.   

  4. Lisa♡

    2011년 2월 24일 at 12:53 오전

    나찾님”’

    허당스런 면이 있으시군요.
    다행입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위로가.
    근데 알고 하는 허당은 위의
    한사님 말씀대로 복 받습니다를
    믿고 있습니다…굳세게.   

  5. 김술

    2011년 2월 24일 at 1:09 오전

    허당?
    난 또 이승기얘긴줄 알았는데…
    이 외계인 아지매가 이제는
    자기 포장을 무쟈게 하시네…
    인간적으로 보일라구?
    아무리 그래도 태생은 못 속이는거 아니신감?   

  6. 블루바다

    2011년 2월 24일 at 1:23 오전

    허당이 아니라 인간미가 있으신거죠.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습니다.   

  7. 벤조

    2011년 2월 24일 at 5:36 오전

    허당. 거 참 좋은 혼데…이미 누가 가졌으니…
    허허당이라고 해 봐요. 허당당이 더 낫나?
       

  8. 리나아

    2011년 2월 24일 at 7:18 오전

    쌀퍼서 갖고오라는 친구..넘 재밌네~
    자기는 슈퍼갈 시간엄꼬 ..친구네가 바로옆집도 아닌데 싣고 오라?…
    전화로 시키면 더 빠를꺼 같은데……? @?@
    10kg..20kg..를 사서 들고오긴 힘들거고..1킬로.나 2키로씩 사다먹는 집인가?..
    .(지금까지 혼잣말…)

    거참..베짱 조코.. 성격도 좋케찌요~~

       

  9. Lisa♡

    2011년 2월 24일 at 9:41 오전

    술님.

    착한 척 좀 합시다.
    오늘도 허당짓을..

    돈 빌려준 사람에게 돈달라고 했다가
    혼나고…이게 몬지…
    남의 아이일에 4시간을 따라 다니고..
    내가 하는 일이 이래요.흑흑.   

  10. Lisa♡

    2011년 2월 24일 at 9:41 오전

    블루바다님.

    아버님은 어떠세요?
    준다기보다 늘 버벅거리는 느낌요.
    바보친척같아요.   

  11. Lisa♡

    2011년 2월 24일 at 9:42 오전

    벤조님/ 허당당 개안네요.
    요즘 당이 유행이거든요.
    남아당, 여당당…ㅎㅎㅎ
    역시 세련~~~~   

  12. Lisa♡

    2011년 2월 24일 at 9:43 오전

    리나아님.

    성격 좋습니다.
    확실하게….
    사실 힘든 거 아는데 너무
    푯띠를 내면 되려 허걱스런..
    전화 한통이면 해결될 일을…ㅎㅎ
    배짱도 캡입니다.   

  13. 박산

    2011년 2월 28일 at 1:47 오전

    주고 주어도 또 주고 싶은 이가 저도 있지요    

  14. Lisa♡

    2011년 2월 28일 at 8:59 오전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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