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전화하니 없더라?"
-응 이태원갔다왔어.
"뭐하러? 옷사러?"
-아니……그냥.
"이태원에 그냥 갈 데가 어딨어?"
-으—–길거리 쇼핑도 하고…
"엥~~ 식구대로 다 길거리 쇼핑하러?"
-으—–지나가는 외국인들도 보고.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캐물어야 하나 그냥 모른 척 해야하나.
별 것도 아닌 일로 뭔가 숨기려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꼭 있다.
그냥 빅사이즈 옷사러 갔다든가, 짝퉁사러 갔다든가.
그러다보면 더 좋은 정보를 줄 수도 있는데
뭐든 비밀스러운 스타일들은 죽어도 못고친다.
아무도 안끼는 산호반지 빅사이즈를 끼고 나온 그녀.
오래 전에 장롱 깊숙이 묻어두었다가 엄마에게 물려받은 거라
엄마생각에 한 번 끼나보다 했다.
근래에 새로 맞춘 거란다.
어디서?
음—동네상가에서.
보나마나 오래된구석에 쳐박혀 팔아도 그만, 안팔아도 그만이던
물건을 만지작거리니 그냥 넘겨 버린 게 분명하다.
"야—그런거 사려면 나에게 물어보고 같이 가거나 해야지…"
띠용~~하는 표정이다.
그러더니 그 후에 또 아무도 안낄 것 같은 왕구슬 같은 휘황찬란한
반지를 턱하니 끼고 나타났다.
"이것도 그 상가에서?"
응————–근데 왜?
"음–암 것도 아냐"
누구말마따나 세련됨은 3대나 걸쳐야 하는 거라더니.
얼굴이나 체형을 물려받은 그대로써야지 바꾸기는 힘들다.
아무리 성형을 한다고해도 뭔가 틀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나 또한 기형적인 체형이라 어디가서 외모로 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안목이라는 것은정말 바꿀 수 있다.
작은 차이 하나라도 집어내는 야시(여우)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남들이 하는만큼은 해야 뭐가 통해도 통한다.
이상한 옷들이 팔려나가는 걸 보면서 저걸 누가입나해도 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또 그런 옷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건 다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안목들이
꼭 있는데 가까이서 그걸 보고있자니 답답하기도 하도 웃고 넘기자니
또 그렇고 돈은 돈대로 다 주면서 50년 고리짝의 물건을 집어오는
친구를 뭐라 그래야할지.
아줌마 파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해하고 긴 월님치마를 입는 것도
다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안 사는, 구석에 먼지끼고 평생 그 자리
고수할 반지를 끼고 나타난 그녀를 어찌하리…
빨간 루비반지를 끼고 나간 자리에서 누군가
내게 그거 스와로브스키예요? 한다.
겸손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나는 말한다.
"루빈데요"
아–네—–비슷한 게 스와로브스키에서 나와서요.
"아 그래요? 저는 진짜만 하거든요"
집으로 오는내내 후회를 했다.
한 번은 해운대 호텔에서 계산을 하는데 목걸이를
쳐다보던 직원이 친근하게 그 목걸이구슬공예로 만들었냐고 묻는다.
귀엽기도 하고 불쾌하기도해서 대답한다는 게
" 이 거 블랙다이아예요"
아—네—–비슷하게 보이네요.
진짜 비쥬공예할 때파는 까만 일본제 구슬이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그걸 알아보는 시력은 있어야 하는 걸…ㅎㅎ
그나마 갖고 있는 자랑거리를 몰라보다니…절대 겸손은 금물이야.
집으로 오는내내 그때도 후회에 후회를 거듭했다.
난 왜이리 덜된 인간일까?
아로운
2011년 3월 5일 at 9:21 오후
우하하하하하… 빵 터졌습니다.
짧은 인생살이 ㄲㄹ 는 대로 사는 거죠, 무슨 후회는…
기도하면서는 무릎을 꿇어 보기도 하는 거고, 또 손가락으로 밥먹는다고 남들이 흉봐도 서남아시아 음식은 그렇게 먹어야 꼬질꼬질 맛도 생기고요.
정말 후회를 하셨다면 담번에는 그냥 “염화시중” 으로…
알 사람은 다 알지요.
Lisa♡
2011년 3월 6일 at 1:18 오전
비슷한 일이 생길 때마다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라든가
그냥 염화시중의 미소를 날려야지
하고 생각은 하는데 웬 걸.
직접 닥치면 또 못참고 그 예의
싸구려틱한 잘난 척을…ㅋㅋ
나 어른되긴 애시당초 글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