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6번 출구로 언니가 나타났다.
허둥지둥거리며 친구를 찾는다며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내언니는 친구인 나미언니 손을 잡고 나타났다.
걸어오면서 연신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는다.
나미언니는 핸드폰이없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핸드폰없는 사람 몇 안된다.
그런 사실이 내게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나미언니는 생활이 어렵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한참 동생인 내게 존대를 쓴다.
배시시 웃는 모습이 아직 소녀다.
오래됨직한 백을 부끄럽게 움켜쥔 모습에서
가방이 싸구려라는 걸 직감하지만 그게 대순가.
등산복을 입은 내가 오히려 더 미안하구먼..
그럴듯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다.
뭐든 해주어야 마음이 편할 거 같다.
그녀는 이가 아프다는 시늉을 한다.
내가 이가 아프냐고 식사는 할 수 있냐고 묻자
얼굴을 숨기며 괜찮다고 부끄럼피운다.
나미언니네는 어릴 때 잘 산 축에 속한다.
그때부터 착해서 언니와는 그냥 붙어다녔어도
주로 언니의 의견에 따라주는 눈치였는데
지금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언니가 말만하면
실눈을 하고 웃음을 참지 못한다.
웃는 소리도 내지 않고 끝없이 실눈이다.
언니는 연방 부드러운 쪽으로 고기를 골라
나미언니 나눔접시에 담아주느라 정신없다.
언니나 나미언니는 자식이 아들만 둘이다.
아들 둘이 스스로 잘 자라서 알아서 척척
직장에 잘 다니는 언니와는 달리 나미언니
아들 둘은 아직 취직을 못하고 논다고 한다.
그건 매우 중요한 문제로 생활과 경제와
친구사이에서도 기를 펴느냐 마느냐이다.
나미언니는 기가 죽어있었다.
울언니는 아들에게 학원하나 보내지않고 키워
당당하게 좋은 직장에 두둑한 연봉을 받고 다니고
그렇게 키운 아들들이 거의 효자이듯 당연히
부모에게 잘하는 아들들이다.
나미언니를 보니 측은지심이 발동하고 나의
그런 건방진 속내는 동정인지 혹은 이유없는
잘난 척인지 구별이 안간다.
울언니도 부유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그런 그녀들의 눈엔 유학간 자식이 셋이나 되는
내가 마냥부러워보일 수도 있다.
다들 뒤져보면 골이 아픈 계산이 숨어있는데 말이다.
재빨리 지갑 안을 뒤져보니 돈이 얼마없다.
나미언니만 주면 미안할테고 울언니도 용돈이 궁할텐데
5만원씩 나누어주자니 내가 차비가 모자란다.
언니에게 덜 가지라고 하고 나미언니에게 차비나
주라고 가다가 둘이사고픈 악세서리나 길에서 사라고
돈을 건넨다.
그래야 마음도 편하고 기분도 내고싶었다.
언젠가 식구들 모인 자리에 여자들이길거리 쇼핑이나
하라며 시아주버님이 여자들에게 10만원씩 주었는데
그날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서울로 올라와 언니에게 전화를 하니 들뜬 목소리다.
자기 친구가 너무 좋아했다는 거며, 5만원에 그렇게
기분이 종일 좋아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단다.
내 지갑을 보니 4000원 남았다.
즐거운 4000원인 셈이다.
김술
2011년 3월 14일 at 1:33 오전
Lisa님 매력이 바로 그런거,
너무나 인간적인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외계인 아지매.
싸랑해요~~~
김진아
2011년 3월 14일 at 2:49 오전
하..참…
즐거운 4000원에 저도 덩달아 오늘 하루,
아침 신문기사 읽다 찡그렸던 것..
이젠 툴툴 털어버리고 웃겠습니다. *^^*
Lisa♡
2011년 3월 14일 at 4:22 오전
술님.
싸랑한다고요?
흠———
입력했써요.
Lisa♡
2011년 3월 14일 at 4:22 오전
진아님은 내 저런 마음 이해
더 잘 할수있쪄?
ㅎㅎㅎ…기분 좋게 하는 방법
조금만 신경쓰면 되더라구요.
더 연구 중—-ㅋㅋ
이진우
2011년 3월 14일 at 7:06 오전
항상 마음이 따뜻한 분 글을 읽게 되어 행복합니다.Lisa님과 비슷한 친구가 있어 항상 즐거운 만남을 가지고 있지요.
나를 찾으며...
2011년 3월 14일 at 7:25 오전
리싸님♡♡♡♡♡♡♡♡♡♡♡♡♡♡♡
리싸님♡♡♡♡♡♡♡♡♡♡♡♡♡♡♡
리싸님♡♡♡♡♡♡♡♡♡♡♡♡♡♡♡
리싸님♡♡♡♡♡♡♡♡♡♡♡♡♡♡♡
리싸님♡♡♡♡♡♡♡♡♡♡♡♡♡♡♡ …마음 껏 그려드리고 시포요..!!!!!!
Lisa♡
2011년 3월 14일 at 8:25 오전
이진우님.
가끔 아주 차갑게 변할 때도 있답니다.
후후후…..늘 그런 건 아닌데…어쩌다
엎드려 절받고 있네요.
Lisa♡
2011년 3월 14일 at 8:25 오전
나찾님.
고마버요~~~~ㅇㅇ
벤조
2011년 3월 14일 at 2:05 오후
기분좋은 돈이 바로 이런것!
행복한 세 여인이 눈에 서~언 합니다.
그 돈으로 비싼 음식 사 먹었다면 이리 좋았을까요?
이건 여담이지만,
5년 전에 20불 짜리를 줏은 적이 있는데, 아직도 그 근처를 지나갈때마다
그때 ‘횡재’했던 기분이 되살아나서 기분이 좋답니다.
그리고 혹시 또 없나…하며 두리번거리지요.ㅎㅎ
그 20불은 동행했던 미국 학생에게 주었습니다.
슈카
2011년 3월 14일 at 3:10 오후
언젠가 작은 고모 별장에 신랑과 간 적 있는데
식탁 위에 흰 봉투가 있었어요.
집에 마땅한 먹거리가 없으니 맛있는 거 사 먹으라며 고모가 놓고 간 용돈 십만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용돈이라 기분이 좋았더랬어요^^
그 뒤로 저도 가끔 뜬금없는 용돈을 조카들에게 줄 때가 있어요.
십만원씩 주지는 못해도 용돈 받는 조카들은 좋아하더라구요^^
오스칼
2011년 3월 14일 at 7:45 오후
돈? 돈 좋지요!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돈의 값어치를 제대로 느끼는 사람한테 건네는 돈은 더할나위 없이 보람이 있다고 봅니다.
저도 결혼전에는 정말로 제대로 고생한번 안하고 자랐는데요
그래서 철딱서니가 없고 남을 제대로 배려할줄을 모르는데요
이젠 돈의 소중함을 알고 힘든 삶을 경험하고 인생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것 또한 안답니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비교만 하고 열등감에 사로잡히고 우울증에 불면증까지 앓았지만 지금은 다 초월했어요
어쩜 다행인지도 몰라요
지금 힘들지 않다면 여전히 나만 잘났고 기고만장했을테니까요
저도 여유가 있어서 나눔의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싶네요
부럽네용~
Lisa♡
2011년 3월 15일 at 8:23 오전
벤조님.
그 아깝고 행운인 20불을….ㅎㅎ
잘하셨네요.
역시 멋지세요.
정말 돈 주우면 그리 기분이 좋을 수 없더라구요.
나로 인해누군가 행복해 한다면 저도 덩달아
행복해지구요….
Lisa♡
2011년 3월 15일 at 8:24 오전
슈카님.
용돈은 언제나 좋은 것이지요.
많던 작던 간에 —마다않는…ㅋㅋ
슈카님도 그런 기분을 잘 알기에
조카들에게 베푸는 거지요.
그렇다고 너무 자주주면 버릇되는데…ㅎㅎ
Lisa♡
2011년 3월 15일 at 8:28 오전
오스칼님.
누구나 겪어보지 않고 관심가져보지 않은
부분들은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막상 자신이 당하거나 겪으면 와 닿지요.
삶은 정말 호락호락하지 않죠?
갈수록 더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적당히 개인적으로 살 필요도 있고 말이지요.
돈은 더더욱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부분이구요.
저는 늘 그런 처리를 잘 하지 못해 스스로 고민구덩이를
파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