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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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가 오후의 정적을 깨며 그렇게도 쪼아대더니

어제 아침엔 콩만한 새떼가 이리저리 분주히 나무를 오간다.

어디서 저렇게 아름다운 생물들이 왔다가 사라지는지.

몸이 가벼워서인지 쫑긋거리며 바람결조차 피하며 바삐 움직인다.

새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깃털이 주는 느낌이 어딘지 기생충 부스러기라도 묻어 있을 것 같아

피하고 봤는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포레스트 검프나 아들의 그림에 나오는 깃털은 신비하지만.

숲 가까이 살면서 새에게도 고라니에게도 관심이 간다.

4월5월은 유난히 딱따구리가 나무를 쫀다.

지난 해 곤파스에 몸살을 앓고 난 야윈 나무에도 쪼아댈 곤충은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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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즈음곤파스가 훑고 지나간 텅 빈 숲길근처에 나무들을 심었다.

구청에서 하는 일인데도로에서 보아 눈에 띄는 부분들에 먼저 식수를

하는 모양이다.

뭐라 나무랠 수 없는 노릇이다.

각목들을 받쳐서 나란히나란히나란히.. 심어 논 어린 나무들을 보자니

문득 공동묘지 생각이 왜 불현듯 나는 걸까?

자연스러움이라는 게 없어서일까?

온 동네를 파헤치고 있는데 돌을 옮겨다 심고,동네 공원을 조성한다고

벤취를 만들고 철쭉들을 곳곳에 심어놓고 만족해하는 일군들이 보인다.

그냥 나무만 심고 놔두면 안되는지…

인공공원이 싫다.

젊은 엄마들 대표들인지, 반장대표들인지 다들 인공공원 조성에 찬성한다는데

글쎄..다, 나는 그냥 자연스러운 길이나 산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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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할배 한 사람이 죽어라 산에 밭을 간다.

허리가 휘고 배는 등에 붙을 것 같은 이가 힘은 어디서 나는지

죽어라 말려도 산 속에 비료를 뿌리고 씨를 심고 밭은 간다.

구청 녹지과에 아무리 신고를 해도 어쩐 일인지 그 할배 한 명을

감당을 못하는지 계속 밭을 갈고 이젠 유실수까지 심는다.

낙엽들을 긁어 버리고 깨끗하게 땅을 갈고 온갖 살충제와 자기만의

구역을 확장하기 위해 시시하고 걸거치는 나무는 다 싹둑 베어버리는

만행까지 저지른다.

예전에 우리동네 경비를 했던 사람인데 살거 다 살았는지 말이 안통한다.

구청 직원도 어쩔 도리가 없는지 말리질 못한다.

늙으면 다 살았다..배째라 한다더니..도무지….으휴~~

멀리서 보면 자기 밭 넓히느라 땅 색까지 다르다.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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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향기가 코를 찌르는 요즘..

비오기 전의 향기는 더더욱 짙다.

내 피부에 와서 감기는 향기를 촉촉하게 느낀다.

공연히 기분이 좋아지고 사랑마저 동한다.

공기 속에 퍼져있는 향기의 알갱이를 건져서 바르면

예뻐질 것 같다.

지나가는 사람들 마저 들떠 보이는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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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늘 지천을 뒤흔들던 아카시아 향이 올해는 어쩔지 모르겠다.

지난 해의 곤파스가 남긴자국이 지극해 걱정이된다.

힘없이 아직까지 쓰러져 있는 나무들의 잔해를 보니 이 번엔 향기를

기대하지 말아야 하나싶기도 한 게..그런 면에서는 슬프다.

아메리카 중부에는 토네이도가 극성이라는데 지구촌이 몸살이다.

알라배마에 사는 벤조님 걱정도 되고…

그래도 듬성듬성 비어있던 숲이 싹이 나고 연두로 물들면서 숲이

되살아나고 많은 게 가려지면서 그나마 제대로 있어 보인다.

내 소원은 숲이 무사하길 바라는데 그것마저 이루어지지 않으면

많이 허전하고 건조해질 게 뻔하다.

숲이 주는 혜택이 얼마나 큰지…언제까지나 숲은 그대로 있어주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오늘은 비에 젖은 숲길산책이라도 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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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1. Hansa

    2011년 4월 30일 at 5:49 오전

    오, 목련꽃 이쁩니다. 리사님 하하

       

  2. Lisa♡

    2011년 4월 30일 at 6:21 오전

    그쵸?   

  3. 빈추

    2011년 4월 30일 at 7:33 오전

    어제 저녁에는 집사람과 집근처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반 정도나 걸었나..왼 무릎이 왠지 불편해서 잠시 벤치에 앉았다 가자고 했는데
    잠시 후 집사람 일어나면서…내일 비 온다는데 몸이 일기예보네~! 하더군요.
    결국은 오늘 비 많이 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4. 김술

    2011년 4월 30일 at 9:11 오전

    비오는 숲 길도 생각이상으로 상큼하답니다.
    함 걸어보세요.
    우산을 쓰고 가시다,
    한 번쯤 우산을 접는 호기를 통해,
    나뭇잎을 적시고 떨어지는 비도 맞아보시구요.
    숲 자체에 함 취해보셔도 좋을겁니다.
    그리고 따뜻한 샤워뒤의 커피 한 잔도…
       

  5. Lisa♡

    2011년 4월 30일 at 2:05 오후

    빈추님.

    그러게요..몸이 일기예보네요.
    저는 아직까지는 그렇진 않아요..헤헤.
    비가 4월치고는 많이 오네요.   

  6. Lisa♡

    2011년 4월 30일 at 2:06 오후

    술님.

    그래요…상큼하더군요.
    제가 본래 우산을 잘 안쓴답니다.
    비 맞는 거 좋아하구요.
    …..따뜻한 커피 한 잔!!   

  7. 김삿갓

    2011년 4월 30일 at 8:43 오후

    지난주 비 오는날 숲속에 천막 처놓고 캠핑 하였는데… 불 지펴놓고 백알에 뜨끈뜨끈한
    도가니 탕 맛도 일품이 였죠. 쉬야 떄문에 비오는 울창한 숲속을 헤메는건 기본 이였고
    ㅋ.. 볼일 보고 비에 젖은 추운 몸 포장 마차 같은 천막 속에 들어 왔을떈 정말 아늑한
    공간… 운치의 절정이 였습니다.

    한국서 여행할떄 제일 눈살 찌프러 졌던게 아무리 아름다운 산들도 산 밑바닥에
    비닐로 방풍 만들어 만든 텃밭들 입니다. 낡은 비닐들이 여기저기 찢어진 상태로
    널려 있는 광경을 너무 많이 본것 같습니다. 그런데 불평을 하면 안되겠네요.
    저도 시골 내려가서 농사나 지으며 살려고 폼 잡고 있는데….

    좋은 시간 되세유!!! ^____________^ 구~우벅
       

  8. Lisa♡

    2011년 5월 1일 at 12:36 오전

    삿갓님.

    농사지을 수 있는 곳에 농사짓는 건 찬성입니다.
    그리고 텃밭도 너무 예쁘구요.
    하지만 공원지역 안에서 불법으로 하는 건 안되구요.
    삿갓님의 농사는 걱정일랑 마세여~~~~
    그 아늑한 캠핑 텐트가 상상이 갑니다.
    행복한 남자세요.   

  9. 오현기

    2011년 5월 1일 at 1:31 오전

    봄에는 딱따구리.. 여름엔 뻐꾸기.. 참 좋은 곳에 사셔요..
    우리동네 앞도 생태천이 생겨서 가까이는 청계천도 가고 멀리는 서울숲까지 갈 수 있어 참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이 동네 떠나야 되는 집이 팔릴 기미가 안보여 큰일이네요…    

  10. 미뉴엣♡。

    2011년 5월 1일 at 2:29 오전

    우와..목련풍경이
    완전 작품이네요..ㅎ
    목련꽃 학처럼 시
    처럼 고고한 美가..

       

  11. Lisa♡

    2011년 5월 1일 at 4:42 오전

    오현기님.

    이사가셔야 하나보네요.
    요즘 집들이 잘 팔리지않는다고들..
    우리동네는 산과 닿아있어서 살기에
    그저그만이랍니다.
    행복한 거지요.   

  12. Lisa♡

    2011년 5월 1일 at 4:43 오전

    미뉴엣님.

    목련이 저럴 땐 고고하죠?

    질 때는 정말 가슴아프게 하지만..   

  13. 벤조

    2011년 5월 2일 at 3:41 오전

    목련 사진 좋아요.
    벤조도 무사하고…
       

  14. Lisa♡

    2011년 5월 2일 at 7:15 오전

    벤조님.

    그 토네이도 사진 직접 찍은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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