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에 집을 나섰다.
7시에 친구랑 친구의 딸과 그 딸의 친구를 태우기 위해.
친구는 차가 없다.
그리고 몸이 아프다.
게다가 오늘은친구 아들의 훈련병 입소가 끝나는 날의
첫 면회가 허락된 날이다.
나에게 조심스레 타진하는 동행을 기꺼이 운전기사가 되겠다고
말해버린 까닭에 일찍 집을 나섰다.
친구는 30분 늦게집 앞으로 나왔다.
이왕에 좋은 마음으로 가는 거…웃자, 웃어!!
손이란 손에는 먹을거리를 잔뜩 든채..
차에서는 음식냄새가 진동을 하고
친구 딸의 친구는 더 늦게 도착했다.
생전 처음 가는 길…
네비게이션의 힘만을 굳세게 믿었다.
역시 기계도 믿을 만하다.
늦을 줄 알고 걱정을 했으나 다행하게도
그 밀린다는 길이 하나도 밀리지 않았다.
친구는 자기랑 같이가면 이상하게 차가 밀리지 않는다고 한다.
매화꽃이 만발할 때 홍쌍리를 휴일에 가도 하나도 안밀렸다고
전설을 이야기한다.
너무 일찍 도착한 사단엔 미리 말해 둔 차번호 덕에
들어가자마자 입구에서 아들이 있을 자리가 표시된
그리고 식순서가 쓰인 종이를 나눠준다.
미리 차 번호를 말해야했고, 나올 때도 들어갈 때와 같은
인원이 나오나를 확인해야 한다.
그 사단의 군가는 랩화되어 너무 신나는 곡이었다
에픽하이의 한 멤버가 들어왔고 타블로까지 와서 곡을 만든 모양이다.
아들은 좀 살 빠진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식 중간에
엄마가 아들모자에 이병계급장을 달아주는 행사가 있었는데
아들들이 하나같이 동상처럼 꼼짝도 않고 눈도 마주치려하지않았다.
모든 훈련병들이 다 그랬다.
우는 부모도 있었지만 친구는 너무 웃겨 웃으며 자리로 돌아왔다.
사단장은 투스타였다.
훈련하는 동안 상점을 많이 받아 최고우수상과 우수상을 받는 훈련병들이
귀엽고 훈련된 걸음걸이로 상을 받으러 나왔다.
하나같이 여드름 투성이에 까맣게 그을린 얼굴이다.
나중에 보니 최고우수상을 받은 훈련병은 아무도 면회를 와주지
않아 직접 부모가 달아주는 계급장을 중령이 나와서 달아 주었다.
마음 한 구석에 뭔가 예리한 바늘이 콕하고 찌르는 걸 느꼈다.
친구아들 말이 자기랑 같이 훈련받은 반원 중에 엄마가 못온다는
연락을 받은 한훈련병은 구석에 가더니 그렇게 울더란다.
며칠 후 희희낙락해서 물어보니 못온다던 엄마가 오겠다고하더란다.
그만큼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힘은 정말 거대한 것이었다.
엄마가 없는 아이들도 있을텐데 마음이 짠하다.
친구는 남편과 사별했다.
아빠가 없는 공간을 엄마가 그렇게 사랑해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내 보기에 아들을 아직 군대에 보내본 경험은 없지만훈련이 고되
보이진 않았다.
표정도 밝아보이고 물어보니 그런대로 받을만 하단다.
일체의 도구나컴퓨터 등의 기계등 모든 걸 통제받은 상황인데
면회시에 훈련병들이 제일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부분이 엄마 전화기를
들고 친구들이나 그리운 사람들과 통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기한 건 휴지를 그렇게 애타한다는 건데 배당받은 휴지가
항상 모자란다고 한다.
지나가는 병사들이 든 종이백에는 모두 동그란 휴지가 하나씩 들어있다.
번개같이 적의 허를 찌르자는 문구라든가
김일성과 그 3대 사진이 걸린 현수막엔 피를 이마에 흘리면서
총탄 구멍이 뚫린 그 부자들의 모습이 선명하다.
그 현수막을 보는 순간 북한의 그 현란하고 공포스런 문구들과
시뻘건 색들이 떠오르며 막상막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기기도 하고 촌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군의 이미지가 그렇게 딱딱하거나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다.
군도 많이 변한 것 같다.
면회를 마치고 오는 길에 친구는 살이 빠진 아들의 모습이 안스러운지
계속 몸이 나쁜건 아닌지 걱정이다.
보기 좋기만 하던데…난 속으로 내 두 아들의 미래를 그리고 상상하며
그때 내가 싸고지고 갈 음식들을 계산하고 있었다.
오현기
2011년 5월 7일 at 6:03 오전
좋은일 하셨네요. 이렇게 후덕하시니 복 받는 모양입니다.
Lisa♡
2011년 5월 7일 at 8:13 오전
일단 물을 때 그날 약속이 없다고 말을 했고
매정하게 뿌리칠 줄 몰라서…후후
사실은 처음에 입대할 때 데려다 줘야 하는데
그때 제가 미국에 가고 없을 때라 마음이 영
찝찝했었거든요….^^*
김술
2011년 5월 7일 at 9:04 오전
역시, 오지랍, 외계아지매답소.
글을 읽으며, 내가 훈련받던 시절이 떠올라 눈물이 돕니다.
게다가 큰 놈, 작은 놈 면회갈 때 집사람 모습이 꼭 친구분 같고…
리사님 두 아들 군에 갈 때는 더 좋아지겠지만…
아마 눈물 좀 날 겁니다.ㅎㅎ
Lisa♡
2011년 5월 7일 at 9:10 오전
술님.
아들이 군대간다고해도 울지 않을 것 같은뎁쇼..
아마 잘 갔다와라..자슥아..이럴 거 같은데.
오지랍이 나를 멍들게 하네요—-흐흑~~
나를 찾으며...
2011년 5월 7일 at 12:04 오후
ㅋㅋ.. 훈련병이 이등급 계급장 달때도 오마니들이 마구마구 뚜ㅕ가야하나요?
저도 군에 보낼 아들이 이쓰니니니니
아우cccc 괜히 걱정되네요~
훈련이 그렇게 고되지 않다니 정말 다행이다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울 아들은 대꾸 공군을 지원하겠다 그래서 머리 아퍼요~
아이아빠도 괜찮다 그러는데~
난 왜이리 걱정거리가 많은지….원 …원….
어머~낫!!!! 이 글 읽으니 걱정거리가 팍팍,,,,
그나저나…밑에서 두 번째 꽃,,,, 쫌 특이하네요…
나는 저런 꽃 좋더라!~ㅋ
빈추
2011년 5월 7일 at 1:27 오후
혹시 논산훈련소 다녀오셨나요?
없어졌다가 다시 부활시켰다고 하던데요.
80년대 후반에 입소대대에 면회장소를 만들었고 퇴소식을 하면서
가족들 면회도 했었는데 왜 없어졌는지 모르겠네요.
다시금 생겼으니 다행이죠 뭐.
Lisa♡
2011년 5월 7일 at 1:51 오후
나찾님.
아드님이 있으니 은근 관심가죠?
저도 그랬답니다.
훈련강도는 그다지 세어 보이지 않더라구요.
괜찮을 거 같으니 걱정마요.
공군좋쵸…..
우리집 남자들은 모두 공군출신이랍니다.
근데 오타가 좀 났네요….ㅋㅋ
Lisa♡
2011년 5월 7일 at 1:52 오후
빈추님.
논산 아니고 17사단요.
송내쪽…
없어졌다가 이 번에 생겨 처음이라고
하더라요.
다행이지요.
괜히 찔끔거리는 엄마들보니 저도 괜히 눈물이 핑그르
돌더군요.
벤조
2011년 5월 7일 at 2:03 오후
최고상 받은 훈련병 엄마대신 리사님이 나갔으면 좋았을걸…
기왕에 오지랍 넓다는 소릴 들었으니까…ㅎㅎ
저도 괜히 마음이 짱~하네요.
‘군인에게도 엄마는 있다!’ 인가요?
Lisa♡
2011년 5월 7일 at 2:07 오후
저도 말입니다..벤조님.
나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답니다.
정말입니다.
그러고도 남는 사람이니까요.
게다가 우리팀에 불러서 같이 밥을 먹고 싶었답니다.
닭튀김 3조각 먹는 아이에게 친구는 4마리나 튀겨서 갔거든요.
추억
2011년 5월 7일 at 5:38 오후
미리 예행 연습을 잘 하셨구먼,,,
Lisa♡
2011년 5월 8일 at 1:11 오전
그니까요..
추억님도 아드님 군대갈 날이
머지않았네요.
어디든 가거나 보거나 듣거나
다 배울 점이 있으니 좋은 일하고
배우는 것도 있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