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아저씨와 모대학원 원장을 하신 교수님과
뒷마당 나무그늘 아래서 오래 대화를 하신다.
나이 들면서 모든 걸 초월하는 우정이랄까?
그 교수님은 뒷산을 가도 늘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잔뜩 주워서 내려오시며 집게를 툴툴 턴다.
존경하는 분인데 나이가 드시면서 어깨도 구부정해지고
얼굴도 조글조글한게 인간은 학력이나 경제력이 아무리
높아도 나이 앞에서는 굴복이다.
어느 아저씨는 S그룹계열의 사장을 지내신 분인데
늘 경비실에 들어가 대화를 나누며 소일한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자장면 배달 아저씨와도, 우체부아저씨와도 무슨 그리
할 얘기가 많은지, 격의없는 대화라 멀리서도 편해보인다.
남편은 어버이날인데 어디 찾아갈 때도 없고 선물을
신경 쓸 일도 없으니 아주 가여운 신세란다.
어찌보면 편하기도 한데 남편은 그런 것들이 슬픈 모양.
아이들이 없어서 어린이 날도 챙길 필요없고
스승의 날에도 따로 어디 찾아뵐 분이 없으니 그 바쁜 5월의
와중에 우리만 한가한 기분이다.
요즘은 누가 말을 걸어주기만해도 반가울 뿐이다.
누가 약속이나 모임에 나가기 싫다하니까 불러줄 때
부지런히 나가라고 하더니만.
어른들이 안 계시니 집안 분위기도 해체되는 기분이고
가족모임도 횟수가 점점 줄어든다.
자랄 땐 남매나 형제나 자매끼리 그리도 친하더니
자기 가정이 생기고 나면 뭐가 그리 바쁜지 얼굴보기 힘들다.
자식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보니 아무래도
자랄 때 정은 잊나보다.
단촐함이 주는 건 절약이나 간단함, 또 그들만의 리그처럼
자기끼리 잘 먹고 잘 살면 되겠지만 나름대로 외롭다.
대 가족이 주는 번거로움이나 복잡함이 싫다고 하지만
살아가는 이야기가 대부분 그런관계에서 묻어나는 정이다 보니
아무래도 대가족이 주는 의미가 크겠다.
어느 일본인 할아버지가 늘 부르짖는 게가족끼리 모여 살자인데
그 분은 돈도 쓸만큼만 벌자.
명예에 지나치게 욕심부리지 말자.
바보처럼살자.
인데 정말 그 분은 가족끼리 모여 살면서 가까이 두고 지내면서
행복해 한다고 한다.
사업이 잘 되어 돈을 아주 많이 벌면 그만큼 가족과 가까이 있을
시간이 적어지거나 걱정이나 신경쓸 부분이 많아 병을 얻기 쉽단다.
그렇게 신경쓰거나 부지런해야 돈을 번다는 것인데 세상만사
3박자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사람이 적다는 뜻이다.
가까이서 가족들을 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추구하는 행복이다.
친구 시어머님께서 시골서 큰며느리랑 같이 사는데
작은 며느리인 친구집에 잠깐 다니러 오셨다.
친구에게 큰며느리 흉을 그렇게 본다는데 친구도 듣다보니
큰며느리에게 짜증이 난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친구남편이훨씬 부유하고 어머님께많은
용돈을 드리고 잘 해주는 편이다.
갈수록 큰며느리를 고부간에 나쁘게 몰아가는 분위기다.
내가 나서길…뭐니뭐니해도 모시는사람의 효는 너네가
못따라간다.
돈을 많이준다고 그게 다가 아니다.
그리고 좀 더 가진 너네가 모시지도 않으면서 모시는 며느리 흉을
보는 시어머님 편을 그렇게 들고 나서야겠느냐..
너는 일 년에 한 달도 안모시면서 절대 그러면 안된다고 계속 충고다.
그녀가 겉으로는수긍을 하긴 하지만 나는 정말 알아주길 바란다.
모시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간혹 한 번씩 오거나 돈으로 생색내는 며느리를 어머님들은
칭찬을 얼마나 해대는지…
같이 사는 사람이 잘 못하더라도 같이 산다는 자체를 그렇치 못한
사람은 높이 사줘야 한다.
카네이션이 자꾸 보이길래 결국 한 바구니를 사고야 만다.
나를 찾으며...
2011년 5월 8일 at 2:11 오후
제일 마지막 말씀 정말 많은 수긍이 가요,,,(같이 사는 사람이 잘못하더라도~)
어버이날 결국은 카네이션을 사 버리고 마셨군요!!!
그 맘 이해될 듯도 해요~
오늘은 홧팅~한 번 외치고 갈래요~~
Lisa♡
2011년 5월 8일 at 2:16 오후
나찾님…저는 시부모님이나 친정부모님
모시고 사는 분들은 정말 다 용서되어요.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괜히
모시지도 않으면서 불평하면 안될 거 같아서요.
어머님, 아버님들도 같이 사니 보이는 부분들이
훤하니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더라도 누구나
같이 살면 다 그렇거나 더 하다는 걸 잘 아셔야 하구요.
남의 일이 아니예요.
우리도 늙어가니까 말이지요.
Hansa
2011년 5월 9일 at 1:19 오전
집에 딸이 셋인데,
큰아이는 미국학회, 둘째는 직장 나간다 가버리고
학교 다니는 셋째가 엄마아빠 카네이션 꽃송이.
"니가 바리공주"라며 웃었지요. 하하
Lisa♡
2011년 5월 9일 at 3:33 오전
그나마 아이가 셋이라 다행이시네요.
^^*
화창
2011년 5월 9일 at 4:37 오전
저는 모시고 살던 부모님 다 돌아가시고… 장모님만 남으셔서…..
어제 장모님 뵈러 목동 다녀왔슴다…. 그래도 할 일은 다 하지요? ㅎㅎ
Lisa♡
2011년 5월 9일 at 8:51 오전
화창님.
장모님이라도 계시니 좋으시겠습니다.
저는 양쪽 부모님들이 다 안계시니
늘 이런 날이면 쓸쓸하지요…ㅎㅎ
빨리 제가 대접받는 입장이 되어야 할런지..
그럼 늙는다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