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어쩌면즐거운 일이다.
그렇다고 다 아는 내용을 모른 척 하고앉아있는 사람보다
나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잡학다식함에 있어서는 나도 뒤지지 않는다.
박학다식은 절대 아니고 잡학다식이라는 점이 여기서
중요한 말인데 진작 깊이 들어가는 학문적인지식이 많다는 게
아닌 상식적인 차원에서 얇게 넓게 안다는 뜻이다.
나는 늘 내가 얇다고 생각해왔다.
오늘 내가 만난 사람은 얇다기보다 진짜 잡학사전이었다.
대화가 무엇이 나오던 간에 다 소화가능한 위를 가진 자였다.
단호한 어투와 인간적인 음색과 강한 남성적 이미지를
지닌 남자였는데 시간이 어디로 흘렀는지 얘기에 귀기울이다보니
3시간이 훅 지나가버렸다.
미국서 오래 산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런 말들을 한다.
한국사람들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에 인색하다.
네–사랑합니다도 인색합니다.
맞다.
표현이 서툰 편인데 어릴 때부터 토론이나 자기표현하는
방식에 만만하지않다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나올 때 라든가, 식당에서 심지어는
팁을 두고 나와도 인사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 참에 인사하기 캠페인이라도 벌여야하나?
이런 사소한 부분들을 언론이나 방송에서 운동해준다면
사회분위기가 많이 달라질텐데…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지만 인사는 미소를 짓게 하지않을까?
남편이 운전을 한다.
나는 다음 큰 사거리에서 우회전이라고 말한다.
남편은 바로 우회전을 하려 제스춰를 한다.
내가 제지한다.
다음 큰–사-거-리라고 했잖아.
큰 사거리라 함은 적어도 신호등이 4개는 되는 곳이다.
정작 큰사거리가 나오자 남편은 그냥 통과한다.
아니 왜 우회전하지않는거야?
남편은 그게 큰사거리냐고 반문한다.
우리의 실랑이는 늘 그런 식이다.
다들 아는 사거리나 골목길을 남편은 감각제로다.
한두번도 아니고 정말 할말을 잃는다.
중요한 건 아닌데 매번 이런 식이니 재미가 없는 건 사실이다.
세반고리관? 전정기관?
도대체 나이도 어디로 갔는지 경험상 터득하게 되는 부분도
모르는데 공부는 어찌 잘 했는지 궁금타.
나는 확실히 와인이 맞지않다.
와인을 마시면 다음 날 머리가 찌끈거린다.
와인이 몸에 좋다는데 나만 거꾸로 가나?
그다지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4명이 4병을 마셨는데 .. 좀 마셨나?
와인을 마시면서도 입술이 꺼멓게 될까봐 신경이 쓰였다.
모르는 사람들과 편한 자리라는 이상한 공식이었지만
와인에 물들까봐 자주 거울을 보고 자주 물로 헹궜다.
와인을 한 때 좋아했는데 이젠 그다지 반기지 않게 된다.
와인공부를 할까 생각했었는데 접을까?
아직도 머리가 띵하다.
오랜만에 마셔서일까?
어젠 재미난 주선으로 이상한 모임이 있던 날이다.
웨슬리
2011년 5월 11일 at 2:50 오전
맨유 19번째 우승 축하합니다. 큰아이가 좋아하겠어요. 내년에는 아스날이 꼭!
재미난 주선에 이상한 만남이 뭡니까 도대체? 하하
화창
2011년 5월 11일 at 3:30 오전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세상이치를 잘 아는 건 아니가 봅니다.
우리 아들의 경우에는 제가 놀랄정도로 잡학다식인데… 예를 들면 느닷없이 위스키와 꼬냑의 차이를 설명해 보라고 했더니 줄줄줄 10분정도를 설명하는데 제가 이렇게 기억력이 좋으면 머리가 복잡해서 어찌 세상을 살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애가 와인 계보를 좌악 꿰고 앉아서 와인을 즐겨 먹는데… 같이 술을 할라치면 난 소주가 좋은데…혼잣말로 하다가 애엄마가 발끝을 밟는 바람에 …조용히 마십니다. 하지만 와인은 정말 저한테는 아니예요~~~
그런데 공부잘하는 사람들이 꽃뱀감은 여자들에게 잘 당한다던가… 의외로 종교집단에 잘 빠진다던가… 하여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대요~~~ 의외로 길치일수도 있구요~~
김술
2011년 5월 11일 at 4:51 오전
와인이 좋다는건 한 두잔이지,
각 1병은 아닌듯 싶군요.
이상한 주선에 재미난 만남과는 뭑 다른겁니까?
빈추
2011년 5월 11일 at 5:17 오전
와인 각 1병이라…하프는 아니었죠? 알콜량으로 따지자면 소주 한병반씩.ㅎ
와인을 가끔 마시긴 하지만 한두잔씩..
그러고 보니 올해도 소주보다는 많이 마셨네요 와인을.
와인이 약한 술은 아니거든요. 주량이 얼마나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모임이었을까 궁금하네요.
Hansa
2011년 5월 11일 at 6:05 오전
공부 잘하는 사람은 길에 신경 안씁니다.
그냥 길이므로.. 하하
Lisa♡
2011년 5월 11일 at 9:28 오전
웨슬리님.
큰아이 기분이 좋더라구요.
목소리가 밝아요.
걔는 맨유에서 주는 것도 없는데
왜그리 광팬인지….
그러잖아도 첼시 이길 때 남편이
그녀석이 좋아하겠는데..그러더군요.
엄마보다 맨유를 더 좋아해요.
이상한 만남 있어요—–모르는 사람끼리 만나는 거.
Lisa♡
2011년 5월 11일 at 9:30 오전
화창님.
와인이 안받는 분들이 좀 있더라구요.
제 주위에 와인 안받는 분들 여럿 있답니다.
ㅎㅎㅎ…다행인가?
공부랑 상관없는 꽃뱀과 종교..그건 성격같아요.
지나치게 순수하거나 뭐든 훅 빠지는 분들요.
하여간 한 쪽으로 치우친 건 별로죠.
Lisa♡
2011년 5월 11일 at 9:31 오전
술님.
아마 제가 한 병은 안마셨을지도..
앞으로는 한 두잔만 마시기로 선서!!
Lisa♡
2011년 5월 11일 at 9:36 오전
한사님.
남편말이 늘 길을 꿰뚫는 제게
꼭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길을 잘 안다고..
저는 인간 네비거든요.
근데 아마 융통성이나 센스 아닐까 싶네요.
남편과 아들들이 센스와 융통성 제로거든요.
이진우
2011년 5월 12일 at 2:24 오전
저는 특기가 남의말 들어주기라…오래했더니 대화를 하면 오히려 어색하더군요. 원래 재미가 없기도하지만… 길찾기 감각도 둔하기 그지없고…, 위의 얘기에 해당 사항많아서 찔리는군요. 노력을 많이해야 할듯!! Lisa님 와인 체질이 아니시면 일부러라도 천천히 드시는게 나을듯하군요. 소주나 맥주마실때처럼 같은 속도로 마시면 당연히 머리도 아프고 속도 안좋으시겠지요. 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Lisa♡
2011년 5월 12일 at 9:56 오전
진우님.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분들 존경합니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좋은 사람들이더라구요.
저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 중인데 아직은
제 말을 더 하는 편이라 좀 더 신중할 필요가…ㅋㅋ
네—기필코 천천히 마시기-입력했습니다.
블로그 관리자
2015년 12월 28일 at 10:50 오전
빈추님.
저는 소주 한 병 반은 먹어도 끄덕없습니다.
아마 두 병도 가능 할 겁니다.
그런데 와인은 한 병 채 안마신 것 같은데..
오늘 종일 미식거리고 어질 하네요.
모임이 황당 시츄에이션이라고 누가
미국서 오신 분들을 재미있게 해주라고
저를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급파한 겁니다.
재미있게는 오히려 상대가 해주더군요.
가끔 그런 만남 있으면 인생이 풍요로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