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다가 그냥 휘리릭 떠나버렸다.
작년 5월에도청산도엘 가려다 풍랑탓에 배를 타지못했다.
이번엔 날짜를 제대로 잡아 비가 자주 오는 5월에도 비를
피해 다녀왔다.
청산도는 내게 언제나 서편제의 기억안에 머물러 있었다.
가슴 아프게 만들었던 서편제의 기억 속에 돌아본 청산도는
언제나 그렇듯이 영화촬영지가 주는 허무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능가하는 아름다움 또한 존재하고 있었다.
전라도 사투리를 너무나 좋아하게 된 이번 여행이다.
구수하다는 의미를 알고 욕을 해도 욕같지 않은 그런 말이
전라도 사투리이며 정이 뚝뚝 묻어나는 말이 전라도 방언이다.
아줌찬…이라는 말이 있다.
태백산맥에 자주 등장하는 방언이다.
때로는 그 방언이 또 다른 방언으로 아슴차다던가
아즘찬 이라는 말로 변형되기도 하는데
방언 중에 표준말은 ‘아줌찬’이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고마움을 표시하는 말이다.
예기치 않은 선물이라도 받았을 때에 고마움의 표시로
"아이고 아줌차게 뭔 이런 걸 다~~주신다요~~"
이렇게 쓰이는 말이다.
그리고 전라도 방언 중에 귄이라는 말이있다.
"그 사람 참 귄이 있어부러~~"
즉 귀티나고 매력있고 귀염성있다는 말이란다.
나 귄이 있다는 말 들은 적 있다.
헉? 자랑질?
갈대와 억새의 종결의미를 알았다.
확실하게.
갈대는산? 억새는 강가?
뭐 이런 식이었는데 갈대는 대竹 자를 연상하면 된다.
대나무엔 마디가 있는데 갈대에는 마디가 있고
억새에는 마디가 없다.
확실한 의미를 알아부렀다.
주변에 흔히 희미하게 의미를 알고 인식해버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그 중에 심봉사가 있다.
봉사라는 말을 막연하게 장님의 다른 뜻으로 알고들 있는데
심청의 아버지가 초시를 치른 사람들이 갖는 직업 중의 하나인
‘봉사’ 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단다.
그래서 심봉사라 부르게 되었단다.
심첨지, 심이방 이런 일련의 부름이다.
안산에서 온 10명의 아줌마들과 함께 다닌 여행이었는데
KTX에서 부터 무수히 주의를 들었음에도 너무나 떠들었다.
봐줄 수 있는 들뜬 여행에의 수다이기도 하지만 열차 안도 그렇고
같이 다닌 단체 여행객이 33명인데 그들은 너무나 시끄러웠다.
별 말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깔깔거리고 자기네들끼리 웃겨 죽는다.
재미야 있어보이고 순박한 건 알겠는데 여행내내 피곤의 요인이었다.
33명 중에 남자가 두 명인데 남자들이 있건 없건 야한 말도 스스럼없이
해대며 가이드가 하는 말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도 해대었다.
제일 싫어하는 질문들..특히 저 나무 무슨 나무인지?
저 꽃은 무슨 꽃인지..보아하니 50줄은 넘어 보이는데 다들
모란을 보고 나팔꽃이라고 했다.
아~~~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들려와서 절로 듣게되는 대화내용들이 하나같이 필요도 없는
쓰잘데기없는 내용들이었다.
대체 이 줌마들을 어떡하면 좋을꼬~~~~
김술
2011년 5월 25일 at 11:49 오후
흐메~잡것이,
시방 나라말쌈지가 떼놈들 말하고 솔찬히 거시기혀서 글씨로는 이녁들끼리 통헐 수가 없응께로 요로코롬 혀갖고는 느그 거시기들이 씨부리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 뜻을 거시기헐 수 없은께 허벌나게 깝깝허지 않겄어?
그렇고롬 혀서 나가 새로 스물여덟 자를 거시기 했응께 느그들은 수월허니 거시기 혀부러갖고 날마동 씀시롱 편하게 살어부러라
계백장군께서 창조하신 훈민정음입니다.
Lisa♡
2011년 5월 26일 at 12:19 오전
흐미~~~
듣기 좋은 거~~~
어짠다냐~~느낌이 아주 긍께 솔찮타야~~~
나 전라도 사투리 넘조아~~~~~
화창
2011년 5월 26일 at 12:27 오전
저는 팔도 사람들이 모여있던 직장에서 근무하며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사투리를 조금씩 구사할 수 있는 단계인데요~~
전라도 사투리도 전북양반들은 맛깔나게 못쓰고 남도의 서남해안 주변 출신 호남양반들이 쓰는 사투리가 완전 (솔차니) 정감이 가고 듣기 좋지요!
Lisa♡
2011년 5월 26일 at 12:37 오전
화창님.
정말 그렇더라구요.
원래 싫어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이번에 남도 사투리에 솔차니 반해부렀네요~~ㅎㅎ
경상도 말보다 더 나은 것 같아요.
그런데 남성적인 면으로는 경상도 사투리가 단연
압권이구요.
Hansa
2011년 5월 26일 at 1:17 오전
아즘찮다->"아슴찮다" 가 표준 방언일 겁니다.
‘고맙게도+미안스럽게도’ 란 뜻으로 쓰입니다.
손님이 고깃근이나 들고와 내밀면, 주인왈
"아따, 아슴찮게 뭘 이런걸 다 사오십니까?"하며 고마워하며 미안해하며 받습니다.
하하
억새는 으악새의 준말입니다.
"으악새 슬피우는 가을인가요~"
억새는 산에, 갈대는 습지에 삽니다.
일반적으로 산에서 보이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이쁜 것이 갈대.
저수지 주변에 보이는 이삭이 털뭉치 같은게 갈대랍니다.
귄은 정확히 알고 계십니다.
"쟤는 빤짝 이쁘진 않지만 참 귄있다." 라 표현합니다.
귀티나고 처신이 바르고 다감함이 있어 왠지 정이가는 아이들에게 씁니다.
성형미인은 전혀 "귄"이 없지요..
하하
Lisa♡
2011년 5월 26일 at 1:19 오전
한사님.
그러잖아도 한사님 생각 많이 났답니다.
해남에 가면 늘 그렇치요.
두륜산을 봐도 그렇구요.
아줌찮이 그렇군요.
저는 반대로 알았네요.
인터넷을 보니 아줌찬이라고 나와있길래.
후후후..너무 말씨가 예뻐요.
정말 반했어요…사투리에.
그것뿐만이 아니라 여러 사투리들요.
갈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없어요.
이 참에 많이들…..ㅎㅎㅎ
한사님//해남이랑 남도가 너무 좋아요.
나를 찾으며...
2011년 5월 26일 at 2:46 오전
와~아~
며칠 조용하시던니만~ 그사이 청산도엘 다녀오셧군요..ㅋ
리사님~
그사이 전라도 분이 다~아 되셨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ㅎ
나이들어가면서 사투리는 왜그렇게 정겹게 들리는지..요..ㅎ
사투리에 반한다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아요.
전라도하면 떠오르는 생각들이
쓰신 글에서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사진도 넘 좋고…글도 넘 좋고…..
왕소금
2011년 5월 26일 at 4:46 오전
오늘은 외국어 공부를 하는 시간 같네요ㅎ
사투리란 그 지방의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에 때론 다른 지방 사람들한테서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이 게시물로 인해 올린 저 위 김술님의 댓글을 읽으며 낄낄낄…했습니다^^
Grace
2011년 5월 26일 at 7:42 오전
거기가 어디였든..
여행 자체만으로도
무지 부럽소이다..^^
Lisa♡
2011년 5월 26일 at 9:09 오전
나찾님.
시방 들어왔땅게….
후후후…오늘내내 전라도 사투리 흉내를 어줍자니
내면서 다녔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이 전라도 사투리를 솔차니 좋아하시네요.
ㅎㅎ…앞으로 더 배워볼려구요.
청산도 강추입니다.
Lisa♡
2011년 5월 26일 at 9:09 오전
왕소금님.
앗….위에 제 사진봤겠네요이…
술님 글 읽다가 저도 깔깔 웃었답니다.
사투리가 갈수록 참 조으네요~~
Lisa♡
2011년 5월 26일 at 9:10 오전
그레이스님.
그렇쵸?
더우기 외국에 계시면 한국의
모든 곳이 다 좋기 마련이지요.
레오
2011년 5월 26일 at 2:37 오후
리사님~
아이들 졸업과 입학 축하해요
졸업식사진 기대하고 있을게요^^
Lisa♡
2011년 5월 26일 at 3:15 오후
레오님.
ㅎㅎㅎ…
네—-입학이야 9월이니.
그래도 땡큐~~~
졸업식 사진 찍을 수 있을래나?
옛멋
2011년 5월 27일 at 9:17 오후
모란을 나팔꽃이라 했다는 말에 새벽부터 웃습니다^^
귄덩어리란 말의 의미를 아시고 아즘찮하다의 의미를 깊이있게 아시네요?^^
사람이 아무리 예쁘기만 하면 뭐하겠어요? 귄이 있어야 인간관계도 편하게 풀리고 타인의 이븜을 받는걸^^ 세종에서 뵈었던것 같지요? 이렇게 뵈니 반갑습니다.
Lisa♡
2011년 5월 29일 at 1:30 오전
옛멋님.
맞구나….아고 반가워라.
자주 뵐께요.
멀지만 않으면 내가 당장 배우러 가는건데..
반가반가..또 방가…요!!
지금은 뉴욕이구요.
아이들 컴으로 겨우 들어오네요.
malibu
2015년 12월 19일 at 7:50 오전
여러분이 남겨주신 따뜻한 댓글 한 줄이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