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밤에 하차해 본 사람들은 느꼈을 건데
역 앞 버스 정류소가 복잡하면서도 질서가 있고 상당히 생동감이 넘치고
밤이 주는 묘한 느낌과 더불어 카오스적 세계로 가는 체험까지 하게된다.
수많은 인파와 버스도착 알림을 미리미리 알려주는 완전 짱!! 알림판까지
발전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실감나게 한다.
여전히 못생긴 아이들끼리 껴안고 난리부루스를 추기도 하지만
귀가하는 젊은 이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들에게서는 언제나 힘이 느껴지고 늦은 밤 피로도 보담아주고프다.
오랜만에 좌석버스를 타봤는데 좌석버스도 요즘은 환승이 되니 편하다.
종로쯤 왔을 때 좌석이 만석이 되면서 입석손님들이 늘었는데
배가 불룩하게 나온 아저씨가 앞자리에 앉은 내 주변에서 계속 트림과
휴우~~하는 숨을 내쉬며 비스듬히 기대어왔다.
도대체 생각이 어디로 간건지..트림에 긴 숨에 오늘 먹은 음식냄새를 뿜어내고
같이 탄 깡마른 아저씨는 통로건너 옆자리가 나자마자 쏜살같이 비집고 앉았다.
그러더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깡마른 아저씨는 통아저씨를 늘인 모습인데 졸다가 갑자기
"뭬야~~ 이 게…이 자슥이 학생이면 다야? 학생답게 굴어..엉?
너보다 나 공부 100배는 더 ==해써—알아~~~새끼가 말이야"
고성을 꽥꽥 지르며 공부안한 티를 팍팍냈다.
"니 꼬라지를 보면 말야~~네 애비를 알 수가 이써—이 거 왜이래?"
뭘 어쨌다구—-듣자니 비위가 상했다.
두어 정거장 가서 내릴 때까지 진짜 듣자니 뭐 저런 인간이 다 어른
쪽을 팔고 난리야~~싶었다.
꾸지람을 듣던 그 남학생인지 청년인지는 일어나서 꾸벅 절을 하며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하는 것이었다.
배불뚝이 아저씨가 그래도 같이 내리면서 "학생 술취해서 그래~~미안하다이~~"
하며 여태껏 내뿜던 이산화탄소를 약간 거두어들이며 내렸다.
잠이고 뭐고 다 깬 나는 그 학생이 친구랑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탈 때 문과 좌석 사이의 칸막이에 운동화를 중간쯤 걸치고 있었는데
졸면서 노를 젓다가 화들짝 깨더니 느닷없이 고함을 치더란다.
이유없는 반항도 아니고 뭐여??
그냥 학생 거기 운동화대면 더러워지잖아..이러면 될 걸.
그 청년은 계속 웃으며 착하게도 뭐 그럴 수 있다며 친구에게 나이라는 게
한 살이라도 많으면 자기도 후배에게 그리 할 때가 있다며 쿨하게 군다.
요즘 젊은 이들..예전과 달리 예의가 없다고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더 나은 아이들이 많다.
물론 자기세계에 빠져 살고, 다른 것에는 신경을 안쓰는 경향이
강하고, 소통이라는 게 SNS같은 따위로만 하는 성향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기성세대보다 더 나은 길을 가고 있는지 모른다.
이해할 건 하고, 아닌 건 아니고..그런 젊은이들이 많이있다.
어른들이 보여야 할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 어리다고 혹은
젊었다고 무조건 나무라는 태도는 정말 못마땅하다.
세살 어린 아이도 다 생각이 있고 나름 인간이다.
그 복잡한 버스 속에서 그렇게 고함을 치는 자신은 돌아보지 못하면서
잘났다고 씩씩거리면서 내리는 그 태도는 무언지.
나이들수록 젊은이들에게 양보할 건 하고 대접받을 건 또 받고
해야지, 그렇게 복잡한 버스에 밤늦게 술이 취해 타서는 어른망신
다 시키고 꼴같잖다.
나이들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
완고해지는 나이에 들어가면 되도록 젊은이들을 위한 세상을 열어주는 게
도리다.
물론 그 젊은이가 운동화를 그 칸막이에 걸친 건 잘했다는 게 아니다.
버스 전용차로가 어쩌구 저쩌구해도 참 편하긴하다.
정류소도 밝고 도회적인 색체에 불빛에 좋은 세상이다싶다.
자정이 되어서야 동네근처에 내렸다.
처음 생긴 정류소라 좀 헤맸다.
한 젊은 청년이 길을 가르켜준다.
마지막 버스인지 내가 길을 묻는 사이에 놓쳐 버린 것이다.
10분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않고 빈 정류소에 열심히 문자를 하는
청년과 게슴츠레 흐느적거리는 어린 여학생 한명만이 나와 서 있다.
사실 나는 걸어가도 되는 거리다.
가로등이 밝은지 .. 멀리서 가늠하는데 청년이 내게 묻는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택시비라도 아껴서 동승을 하려는 낌새인데 어쩌나 나는 바로
걸어가도 되는 한 정거장이라..
그 여학생이 자꾸 신경이 쓰인다.
자정인데 쟤는 어디서 뭘하다가 혼자 여기서 이렇게 떨고 있는지..
나는 아예 걸었다.
밤길이지만 밝고 아카시아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밤.
간간이 운동하는 사람들이 걸음을 재촉하며 멀리서 걷고있었다.
그고함을 치던 아저씨가 과연 세상을 살아가는데 무리는 없을까?
얼마나 많은 이들을 괴롭혔을까를상상하니 진짜 싫다.
식사를 주문하다가도 제 맘대로 안나오면 고함을 칠 것이고 거기서
또 그 되먹지 못한 자기는 어쩌구 할 것이고, 집에선 마누라에게
간혹 고성이 오갈 것이고 어디가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면
늘 불만을 내뱉을 게 뻔하다.
그런 류의 사람들은 그 행태가 정해져 있다.
세상에 수많은 종류의 성격들이 있는데 점잖으면서때론 유쾌하고
간혹 엉뚱한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캐릭터들이 넘치면 좋겠다.
그런 어른들을 보면 늘 내가 죄스러운 건 나도 어른대열에꼈나보다.
아쉽지만…
나이가 들수록 행동에 신경이 쓰이는 요즘이다.
6BQ5
2011년 5월 27일 at 2:27 오전
마지막 사진 죽입니다. 이 동작 역시 나름 카오스적 세계 를 담고 있군요. 카오스란 개념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본 단어 입니다.
아그들 곧 졸업 하겠군요.
빈추
2011년 5월 27일 at 2:51 오전
술 마시면 택시를 타지 버스나 전철은 타지않는 습관이 있었지요.
특히 갈비에 소주가 곁들인 냄새는…요즘은 아예 술도 입에 안 대지만.
그런데 왠지 측은하다는 생각도.
나를 찾으며...
2011년 5월 27일 at 3:01 오전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
완고해지는 나이에 들어가면 되도록 젊은이들을 위한 세상을
열어주는게 도리다란 말씀….
이 말씀 가슴에 와 닿는 것 보면 저도 나이를…ㅎㅎㅎ
Lisa♡
2011년 5월 27일 at 4:48 오전
6BQ5님.
그러잖아도 내일 뉴욕갑니다.
아이들 졸업식도 하고해서..
남편과 동행이라 별 재미는 없을 것 같네요..ㅋㅋ
어제 하버드에서 편지가 와서 깜짝 놀랬는데
보니 결국 경제학과에 자리가 안났다고…ㅋㅋ
Lisa♡
2011년 5월 27일 at 4:49 오전
빈추님.
측은하다고 볼 때도 있어요.
하지만 돈이 없으면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있어도 아끼면 그럴 수 있지만
입 다물고 예의를 좀 지켜줬으면…하지요.
그 트림..일명 개트림?
Lisa♡
2011년 5월 27일 at 4:49 오전
나찾님.
그러니까요.
아직 젊은 것 같고
부인하고 싶지만 어느 새 중년입니다.
요즘은 중년을 즐기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