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이라는 게 참 복잡하다.
내 자식, 내 가족이 아니고는 남들에게 뭘 부탁하거나
청탁하거나 하는 일이 번거롭고 아주 큰 신세인데3자의
일까지 일일이 부탁을 들어주는 일은 쉽지 않다.
친구가 전화가 와서 누가 S병원에 결과를 일초라도 빨리 알고픈데
그 병원에 아는 사람없냐는 것이다.
암이 전이되었느냐, 아니냐 하는 갈림길에 갑갑한 심정이야 알지만
그런 일로 친구 시누이의 사돈에 팔촌까지 일일이 내가 부탁으로
알아봐주는 일은 글쎄 좀 아닌 것 같다.
내 자식이라도 결과를 빨리 알려고 부탁하진 않을 것 같다.
S병원에 정형외과 과장과 신경과 과장이 내 친구의 남편이다.
하지만 요근래 그 애들과 통화한 일도 없을 뿐더러 부탁이라는 게
한번 할 때 확실한 걸 해야지 문제의 사안을 놓고 볼 때
써먹기가 애매한 부탁이었다.
답변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아는 사람있어도 그런 걸 묻기엔
좀 아니라고 사실대로 말했다.
섭섭해도 할 수 없고 또 절친인 그녀 당사자의 일도 아니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빠들이 잘 나갈 때 뭐 한가지 부탁을 했다가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 당한 적이 있다.
친오빠에 남도 아니고 동생의 가벼운 부탁인데
절대 NO~라고 하는 통에 섭하긴 했지만 이해하는
입장이다.
고모부가 S전자 높은 자리에 있을 때 큰엄마가 친구 아들이
시험을 보는데 말 좀 잘해달라고 했다가 창피를 당한 적 있다.
그런 일은 해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자기실력으로 당당히
들어가야 자리도 편하다는 답변에 시덥잖다는 반응이었다.
부탁은 아주 적절해야하고 크게 부담이 없어야 한다.
친구 남편이 아주 힘들땐데 지점장 자리를 겨우 이어가고 있었다.
커다란 돈을 내가 부탁해서 유치해준 적이 있다.
마침 적절한 시기였고, 기회가 닿았을 뿐이다.
덕분에 그 친구의 남편은 3년간 더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탁을 한 나는 상대에게 보답을 해야만 했다.
밥을 한 끼사도 내 돈이 나가고 결과는 내가 부탁한 꼴이니
내가 신세를 진 셈이다.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부탁을 받을 때도 안될 것 같은 일은 그 자리에서
거절하는 게 낫다.
공연히 기대심리만부풀리고실현이 되지않았을 때는
그 원망이 들어주려고 노력한 사람에게도 온다.
사람들은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고 한다.
부탁할 때는 언제고 들어주면 입 닦는 게 심리다.
그럴 수 밖에 없고 그렇다고 주야장창 고맙다고 하기에도
뭣하니 심리라는 게 그렇다.
나는 늘 사실 그대로를 말해서 손해를 보는 편이다.
조금 완만한 표현을 쓰거나 부드럽게 생각해주는 척이라도
하면 욕이라도 덜 들을텐데 그게 잘 안된다.
회유법을 못쓰는 내가 때론 너무 부러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안되요~~ 보다는 아마 안 될 겁니다.
못해요~~ 보다는 제가 하는데까지는 노력해보고 연락드릴께요.
이게 훨 나은데 나는 안되는 건 딱 잘라 말하는 스타일이다.
언제쯤 세상의 이치를 알고 이용할 수 있을런지.
잘해주고, 부탁도 서슴없이 들어주던 사람이
한 번 거절하면 그렇게 섭섭할 수 가 없다.
여지껏 공들여 잘 해준 건 물거품이 되고만다.
나도 당하면서 나 또한 그런 아류가 되고만다.
정말 아니라는 것도 알고 그러면 벌받는다는 것도 알지만
자꾸 까먹고 마는 인간이라서 그러려니 한다.
늘 고마운 주변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자주 든다.
내가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거나 행했을 때 그런 걸 깨닫곤 한다.
어제 부산에 갈 때 친구가 돈을미리 내어 둔 호텔사용권을
부탁했더니 흔쾌이 2박을 하라고 한다.
이럴 땐 당연하다는 듯이 받고 뒤돌아서면 나도 잊을지 몰라
아침부터 그 친구에게 줄 선물을 챙기게 된다.
아무 거리낌없이 미리 돈 낸거니 그냥 쓰라고 해주는 내 친구..
알면서도 수시로 그런 고마운 친구에게 섭섭했던 적 많았다.
누구에게나 좀 더 넉넉한 성품으로 다가가야 할 판이다.
아들이 캘리포니아에서 찍은사진(대문사진 포함)..귀여운 짜슥..
Hansa
2011년 6월 9일 at 12:16 오전
거절하면 한동안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거절을 잘하는 편입니다.
거절을 못하거나 미루었을 때 훨씬 더 괴롭거든요.
그저, No! 하하
보미
2011년 6월 9일 at 12:28 오전
오지랖 넓으신 분들
남의 일에
자기 주머니는 가벼워지죠?
저도 매일 쓸데없는 남의 일에 …
얼마전 아들이 있던 청송사과
싸게 사도록 (한박스 15키로 꼬다마 택배비 포함 이만오천원)
많이 알려 주었는데
제가 사과라도 얻어 먹는줄 알더라고요
기필코 사과 한알 얻어 먹은적 없는데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다시는 쓸데 없는일 하지 말자 하며서도
또 교회 집사님댁 (딸기농장 하는데 마지막 끝물로 )
딸기잼 만든것 팔아 주느라
내가 생각해도 한심 합니다!!!
나를 찾으며...
2011년 6월 9일 at 2:44 오전
오늘 글 너무 많이 공감되어서 추천 많이 드리고 싶은데에요..ㅎ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좋은 목욜 되세요.^^
6BQ5
2011년 6월 9일 at 3:09 오전
사진이 웬지 낯익다 했는데… Solvang 에서 찍은듯 합니다. 아들이 아직 winery 찾아 다니진 않았을거구 Cal Poly campus tour 했던 모양 이군요.
전 저보다 형편이 못하다 생각되는 사람 부탁은 가능하면 들어 주려고 하고 나보다 낫다고 생각 드는 사람은 정중히 거절 하는 편입니다.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이 나에게 까지 부탁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많이 공감되는 글 입니다.
웨슬리
2011년 6월 9일 at 3:48 오전
솔뱅?
빈추
2011년 6월 9일 at 8:42 오전
저두 S병원에서 결과를 궁금하게 기다리는 사람중에 한 사람입니다만.쩝~!
Lisa♡
2011년 6월 9일 at 10:34 오전
한사님.
거절이 나중에는 더 나은 결과를..
처음엔 섭하겠지만 서로 편하니까요.
근데 저는 본래 거절을 잘 못해 늘 전전긍긍
했으며 한편으로는 능력있게 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더라구요.
이젠 능력 외의 것은 저도 No~~~
하지만 내 능력이 되는 한은 남을 위해 돕고는 싶어요.
Lisa♡
2011년 6월 9일 at 10:36 오전
보미님은 그러시고도 남지요.
그런데 안그런 분들이 더 많지만
그런 오해아닌 삼해를 하시는 분들이
더러는 있더라구요.
저도 예전에 동네 일을 할 때 돈을 받았다느니
뭐 말들이 많더라구요.
제 돈 써가면서 하는데도 말이지요.
고마운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입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제 부탁을 들어주던 어느 분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Lisa♡
2011년 6월 9일 at 10:37 오전
나찾님.
뻐꾸기가 끈질기게 울어대네요.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하고…
오늘 이상하게 피곤함이 일찍
밀려오는데 시차적응 상 끝까지 버티다가
11시에 자려구요.
Lisa♡
2011년 6월 9일 at 10:38 오전
6BQ5님.
아이들이 얼마 전에 서부여행을 했어요.
그랜드캐년과 함께..나와 며칠 차이로
같은 여행사를 통해…ㅎㅎㅎ
솔뱅 맞습니다.
나보다 사정이 못한 이들을 저는 무조건 도와주고 싶어요.
하지만 제 능력 밖은 과감히 안된다고 해야지요.
그러고보면 무조건 들어주려하던 이들이 몇 있는데
참 좋은 분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날입니다.
Lisa♡
2011년 6월 9일 at 10:39 오전
웨슬리님.
빙————-고!!!
Lisa♡
2011년 6월 9일 at 10:39 오전
빈추님.
아마…..결과 괜찮을 겁니다.
마음 편히 잡수세요—–ㅎ
그렇게 결과가 궁금하신 분들이 많군요.
오현기
2011년 6월 10일 at 11:06 오전
사진 앵글의 미적감각이 엄마 dna 그대로를 물려받았나 보네요… 멋지네요…
Lisa♡
2011년 6월 10일 at 11:11 오전
아하—그런가요?
자기 말로는 자기도 사진 좀 찍는다고
은근 자랑하더라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