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는데 약수터 앞에서 어떤 기사가 체어맨 W를 청소하고
물걸레로 닦고 있었다.
"아저씨, 여기서 세차하시면 안됩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여기와서 세차를 하면 약수터가 어떻게 되겠어요?"
하면서 바로 앞에 세워둔 내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차를 뒤로 빼었다가 다시 나간다는 게 뒤에 서 있던
그 체어맨 W를 박아버리고 말았다.
방금 전 세차하지 말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던 내가 바로 꼬랑지
내리고 차에 이상이 없느냐고 물어야 할 판이다.
"괜찮아요? 어쩌죠?"
보아하니 별 이상은 없어보인다.
아저씨가 번호판을 괜히 만지길래
"아저씨, 혹시 이상있으면 바로 여기 2층집이니까요..
그리고 연락하시던지, 경비실로 연락해주세요"
그러겠다고 하는 아저씨가 순해뵌다.
내가 당할 일을 모르고 큰소리친 부분도 있지만
지적할 건 지적하고 봐야지..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공항에서 큰 놈을 픽업했다.
비행기가 30분 이상을 연착해서 좀 기다렸다.
할말이 많다더니 버클리에서 신입생들 환영회를 거하게
해주었는지 새벽 3시반까지술을 마셨단다.
샌프란시스코 택시 안에 두번이나 토했단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사고도 많이 나는데 내 아들도
여지없이 거기에 포함되고 만다.
그렇게 그런데서 술을 과하게 마시지 말라고 했건만
분위기상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소주에보드카에 그리고 와인에 완전히 뻗었단다.
20살의 앞날에 얼마나 술 때문에 뻗을 일이 많을지
걱정이 찬란하다.
엄마도 다 당해본 일이니 뭐라하긴 그렇지만 그래도
몸 상할까봐 걱정이다.
요즘 아이들이 나갔다하면향긋한 술냄새를 풍기고 들어온다.
아들을 유학보내고도 대학을 보내지 못한 엄마가
얼굴이 반쪽이 된 채 호프 한 잔 하잔다.
그 아들은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밤늦도록 게임이나
채팅을 하고는 아침늦도록 일어나질 못한단다.
공부를 하지않으면 돈도 더 든다.
이래서 다시 학원, 저래서 다시 학원..매번 그 꼴이니
돈은 돈대로 들고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이래저래
짜증만 나는 모양이다.
속상해하는데 들어주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밤늦도록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주다가 꼭 공부를 하지 않으려는
애를 대학에 왜 보내려느냐고 내가 달랜다.
대학을 가서도 일학년도 제대로 다닐까말까 한 아이인데
아둥바둥 애를 써서 집어넣으면 무슨 소용인지.
척보면 공부와는 담쌓은 아이로 보인다.
아이들이 하는 짓을 보면 대충 그 아이의 미래는 나온다.
조카가 아기를 낳더니
눈이 찢어졌는데도 눈이 동그랗다거나
까만대도 하얗다는 둥, 뻥이 늘었다.
아무리봐도 자기 닮아서 눈이 찢어지고
코가 들창코인데 너무 예쁜 얼굴이라며
연일 내게 사진을 보내준다.
내가 그 사진을 보고 "어머, 이쁘다, 너무 이쁘다"
이러기를 바라는 모양인데 내 입에서는 그 말이
나오질 않고 그저 귀엽네…라고만 한다.
그런데 귀엽긴 정말 귀엽다.
조카가 자기는 요즘 아무 것도 관심없고 자기 딸에만
관심이 있다면서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단다.
자기딸 서윤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아이지만… 낳았다.
하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니..
앞으로 거짓말 하루에 하나씩 하게 생겼다.
시누이와 나는 사진을 찍을 때 우스꽝스런 포즈를 좋아한다.
꽃잎을 입에 물고 있는 나, 귀에 뽑는 공주 누나…
누나를 때리려고 주먹으로 치고 있는 사진도 있는데 차마
못올리겠다.ㅎㅎㅎ
김진아
2011년 6월 14일 at 9:19 오전
고슴도치 엄마가 …저절로 된다는 것이죠.ㅎㅎㅎ
이쁘쟎아요. ^^
아, 궁금궁금 ㅎㅎ (사진요 >>)
아이들이 중학교에 올라가니 좀더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보이는 것이 있어요.
학습과 관련된 꾸준한 타입이 있는가면, 일찌감치 자신의 특기를 찾아 그길로 가야 하는 아이…요즘…이러저러한 생각이 많아졌어요. ^^
Lisa♡
2011년 6월 14일 at 12:08 오후
진아님.
아이들 어릴 때보면 싹이 좀 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구요.
아마 그냥 놔둬도 잘 할 아이들인 걸요.
특히 그림은 정해졌잖아요.
때리는 사진이 어딨더라~~~
Hansa
2011년 6월 14일 at 2:25 오후
대학에 가면 특히 남자아이들, 강제로 술먹이는데..
부모로선 불안합니다. 지혜롭게 먹어라 하지만 그게 아이 뜻대로 되지 않는 듯.
저는 그 고비는 넘겼습니다. 하하
Lisa♡
2011년 6월 14일 at 11:24 오후
한사님.
저도 못마시는 척 해라..
속이 아프다해라..
한약 먹고있다해라..
별 주문을 다 해봐도 그게 분위기상
잘 안되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같이 마셔보니 울 아이들이 술을
꽤나 잘 먹네요.
제 부모를 닮아서 그런 걸 야단치기도 그렇고
진퇴양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