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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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데리고 7시40분까지 병원으로 갔다.

다른 이의 펑크로 딸의 수술이 진행된 것이다.

비염수술이지만 꽤 신경이 쓰였다.

수술시간은 약 40분이지만 코에서 피가 계속 나기에

콧 속에 솜을 막고 지내야하고 솜막대기를 계속

꼽은 채 며칠을 지내야 한다.

아들 둘을 운동센터에 내려주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작고 쓸쓸한 병실.

원장님을 보는 순간 마음이 놓이고 믿음이 팍팍.

8시 반에 간단한 검사를 마친 딸은 의연하게 수술실로

들어가고 나는 집으로 왔다.

비는 계속 오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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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있을 아들의 턱수술로 나는 아들을 따라

병원에 가서 입원수속과 수술동의서를 쓰고

거금 500만원을 일단 예치해야했다.

혼자 꿋꿋한 딸을 두고 발길이 안떨어졌지만

하는 수 없었다.

딸이 10시 40분쯤 전화가 왔다.

잠에서 깨어난 목소리로 "엄마~~흑흑…엄마~~흑흑"

많이 아프다며 흐느꼈다.

엄마가 갈까?

"아니….흑흑…괜찮아…"

아이고—내 맴이 짠했다.

언제나 착하고 오빠들 등살에 늘 뒷전인 딸.

엄마를 엄청 밝히는 아들 탓에 늘 양보만 하고

엄마에게 애교 한번 부리지 못하는 딸이었다.

수술하는 날까지 엄마사랑을 양보해야하는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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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목소리가 이상하고 발음이 나쁘다고 구박을 했다.

알고보니 거의 이렇게 불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수준이었다.

살이 뼈랑 붙어서 코로 공기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미리 해주었더라면 공부를 더 잘했을지도 모른다.

키도 더 컸을지도 모른다.

영어 발음이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너무나 무심했나싶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양심의 가책이 소리없이 느껴졌다.

코비한의원을 비롯 한의원만 다녔다.

알레르기 비염은 완치가 없지만 뼈나 살이 붙는 비염은

그나마 커다란 효과가 있는 게 수술이란다.

알레르기 검사에서는 아빠를 닮아 먼지알레르기가 있었다.

아이들 셋 다 먼지 알레르기가 있다.

나는 알레르기고 뭐고 아무 것도 없다.

나 참…좋은 것만 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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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데리고 간 종합병원은 정말 지루하게 기다렸다.

입원수속도 엄청 기다리고

원무과 수납도 내 앞에 36명 대기.

입원실에서도 앞선 환자가 나가지 않았다고 무작정 기다리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딸하고나 더 있다가 올 걸..

2시에 가서 모든 수속을 다하고 나니 3시 반이었다.

병실에 와서 수술설명을 하러 온다는 6시까지 기다렸다.

7시가 되어가도 안왔다.

전화를 해서 독촉을 하니 9-10시 경에 오겠단다.

아무리 환자라지만 나는 가겠다고 아이에게 설명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잠시 후 전화가 와외래로 내려오란다.

아이는 밥을 먹다가 부랴부랴 그대로 두고 내려갔다.

설명을 듣다보니 무서웠다.

언제나 수술설명은 무섭다.

최악의 상황을 다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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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하는 날하루정도나 혹은 입원환자 가족 차 한 대 정도는

무료주차를 시켜줄 것이지..그게 안된단다.

입원날 한 번, 수술날 한 번만…

단 한차례씩만 무료주차이고 나갔다 들어오면 다시 계산이 된단다.

차를 갖고 가기도 무섭다.

하루 주차티켓은 20000원이다.

고민 중…집에서 멀고 …. 차없이 가자니 교통편이 만만찮다.

하루에 두 병원에 아이를 입원시키고 이틀 연달아 수술을 하는 일은

정말 힘든 경우다.

곧 둘째조차 성형수술을 해야한다.

상처가 있어서 상처없애는 수술을 해야하니 아이들이 모두 수술해야하는

여름이다.

엄마노릇 힘들다.

내일은 어째야 할지 너무 무섭기만 하다.

턱수술한 아들 모습을 본다는 게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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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Comments

  1. 리나아

    2011년 6월 27일 at 5:08 오후

    저런………
    며칠사이에 세아이가 거의 동시에 입원..수술.. ?@
    어떻게…하여간 마음만으로도 정말 힘들텐데…
    그래도 중병과는 먼 거로 수술하는 거니까… 다행이라 생각해야 …
    수술잘되고 회복도잘되고 따라서 결과도좋길 빌어요_()_

       

  2. 김삿갓

    2011년 6월 27일 at 7:14 오후

    아이구 정말 심적으로 고생이 많으 시네요. 세 자녀 전부 수술을…아이들 수술대에
    있는것 보면 정말 마음이 찡 해지죠. 전 딸래미들 사랑니 뽑는 것만 봤어도 그랬는데.
    그나마 정말 심각 한게 아니라 다행 입니다. 암튼 자녀님들 recovery 가 빨리 되길
    바랍니다. 리사님 힘 내세요…. 핫팅 그럼…. 구~우벅!! ^__________^   

  3. 안영일

    2011년 6월 27일 at 7:15 오후

    모든것 무탈하게 잘끝나고 다시 주인장의 맑은 글을 기다림니다,

    한녀석은 지들이 데리고 자고 ?(눈물이 글성이든 큰놈 ) 울면서 제자리에간 작은손주

    놈을 보니 ,자다기 일어나 지에미방에서 *익스큐즈미 하면서 제에미애비 부를것을 생

    각하면서 축구장 복도의 불을 켜놓고 식구에게 어떠냐 하니 ? 잘햇단다 ?(평소에는 복도

    불을 우리가 끕니다 ), 아침에 어떤일이냐 하면서 아침커피를 마시며 물으니 큰녀석

    귀가 아파서 울었단다, ? 진통제먹이고 데리고 자고 작은녀석은 혼자자고 ,두 손주 옆에

    서 보니 눈에 핏발이서서 혹시나 병원 , 치과 병원 ,귀가아퍼서 병원 , 크나 적으나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 너 나없이 부모의 관심과 정성 사랑을 먹으면서 자라는가

    봄니다,같이 아이들의 병원치료를 걱정함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으로 곧 회복될

    것입니다, 같이 걱정을 합니다.   

  4. 웨슬리

    2011년 6월 27일 at 7:23 오후

    좋은 결과 기대합니다.   

  5. Lisa♡

    2011년 6월 27일 at 10:15 오후

    리나아님.

    정신없어요.
    그래도 제가 워낙 한꺼번에 오는
    이런 것들에 유능하다보니
    (아이가 원래 한꺼번에)..ㅎㅎ
    그나마 버릇처럼 합니다.
    중병 아니라 병원에서 보호자들
    표정이 완전 달라요.
    중병과 아닌 병과 그렇게 다르더군요.   

  6. Lisa♡

    2011년 6월 27일 at 10:16 오후

    삿갓님.

    아이들 아픈 건 그렇다고 봐야지요.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감기로 골골해도 걱정스러운데..
    하지만 다 컸고 좀 더 낫게 살기 위한
    수술들이니(꼭 필요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야지요.
    아들의 경우는 겨울에도 병원에 와야하고
    일 년 뒤에 금속판을 박았다가 뺀다네요.
    골치가…..쫌…   

  7. Lisa♡

    2011년 6월 27일 at 10:18 오후

    안선생님.

    반갑습니다.
    손주들 재롱에 등쌀에 즐거우시죠?
    아이들이란 별의별 일들을 다 겪고
    자라니까요.
    아이들은 정말 잠깐 크는 것 같아요.
    그 잠깐이 어른들에겐 크나큰 선물이구요.
    자라는 동안이 가장 해피한 순간이지요.
    좀 자라면 지나 나나 다 어른이고 같이
    맞짱 뜨는 걸요.
    이젠 같이 앉아 건배하는 수준이라..
    그건 그대로 또 행복하지만요.
       

  8. Lisa♡

    2011년 6월 27일 at 10:19 오후

    웨슬리님.

    좋은 결과가 기대됩니다.
    딸은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코로 들이쉬게 될 것이구요.
    아들은 교합이 바로 맞물리는
    현상이…곧 눈 앞에..한 달 뒤지만.   

  9. 김술

    2011년 6월 28일 at 12:20 오전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그래도 원캉 씩씩한 양반이니 잘 처리하실거고…
    한꺼번에 셋이 잘한적이 더 많았을테니 그까이꺼…뭐
    근데 따님이 하신 수술, 비슷한 이유로 해봤는데…
    나중에 코에서 꺼즈뺄 때… 그 고통 죽입니다.
    코안에 붙었던 꺼즈가 떨어지면서
    간지럽고…따끔거리고…눈물나면서…
    아 정말 미칩니다.
    나중에 따님께 함 들어보세요.
    그 묘한 고통…
    암튼 다 잘 끝나리라… 믿쉽니다!!!    

  10. Hansa

    2011년 6월 28일 at 12:22 오전

    딸은 코
    아들은 턱,
    리사님 마음 걱정이 많으시겠다.

    딸 아들, 수술 잘되어 쾌유를 바랍니다.

       

  11. 김진아

    2011년 6월 28일 at 12:35 오전

    한 아이만 거들어도 힘든걸요.

    한꺼번에 동시에 움직이시는 능력 , 타고나신것 같습니다.

    혼자서 병실에서 기다렸을 따님 생각에 뭉클했어요.

    모쪼록 더운 여름철 말끔하게 쾌유되시기를요.

    리사님 몸살 나실 틈도 없으시겠어요. ㅜㅜ   

  12. 바위섬

    2011년 6월 28일 at 1:22 오전

    그동안 미뤄왔던 수술- 방학을 맞아 한꺼번에…
    많이 버거우셨을텐데…

    자녀의 고통을 부모가 대신할 수도 없고…부모의 심정 이해됩니다..

    무사히 수술마치고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대학생활 할 자녀들을 생각하면
    지금의 어려움도 견뎌낼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수술 잘 마치기를 기도합니다…   

  13. Lisa♡

    2011년 6월 28일 at 1:41 오전

    술님.

    아침내

    이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다네요.

    그거 생각만해도 아플 것 같아요.

    그래도 그건 순간이잖아요.   

  14. Lisa♡

    2011년 6월 28일 at 1:42 오전

    한사님.

    코야 그렇다 치고라도
    턱이 제일 걱정입니다.
    4주간 식사를 못하고 입도’
    벌리지 못하고 필담으로..ㅎㅎ   

  15. Lisa♡

    2011년 6월 28일 at 1:42 오전

    진아님.

    우리 아이들이 착하다보니
    한꺼번에 일어나는 일들도 스스로
    잘 견디더라구요.
    엄마 복이지요.
    어젯밤 아들 혼자 병실에서 호강했을 겁니다.
    하긴 간호사님들이 들락거리니 제대로
    자기 힘들지만…   

  16. Lisa♡

    2011년 6월 28일 at 1:43 오전

    바위섬님,

    방학에 다 해야하니 버겁네요.
    헉헉…
    하지만 이왕에 할 것..빨리 해치워야지요.
    다 잘될리라 믿습니다.   

  17. 강정애

    2011년 6월 29일 at 5:55 오전

    f가엾어라! 리사님
    애들이 열심히 공부했으니
    뱡학만큼은
    온전하게 즐기고 재충전했으면 좋았으련만
    세 애들 모두 수술이라니?
    기가 막히죠?

    그 고통 알만하네요
    따님 수술 뒷바라지도 만만치가 않을 거예요
    (코에서 분비물이 계속 나올 확률이 높지요
    그럴땐 푸로폴리스를 계속 복용시키면 도움이 될거예요)
    턱수술은 27년전에 나도 했었어요
    칫솔질을 못하기땜에 워터픽에
    포비돈요드 가글액을 사용해야 했고
    먹는 건 모두 유동식으로만 ㅡ
    그때는 선식이란게 없을 때라
    검은 콩 율무 보리 현미 검은깨 참깨 찹쌀등을
    집에서 직접 볶아서 방아간에 가서 갈아왔어요
    마도 갈아먹고
    양즙도 내서 먹구요
    도깨비시장에 가서 야채쥬스도 사드리고요
    집에서도 당근 오이 사과등 쥬스를 만들고요
    고객들과의 대화도 필담으로 하고요
    그때로부터
    강산이 거의 세번이나 바뀐 요즘은
    모든게 더 많이 좋아지기는 했겠지만ㅡ
    이 더위에 그모든 걸 다 치뤄내야 할
    리사님과 애들들을 생각하면 ㅡ
    나야말로 가슴에 금이 가네요
    맹렬하신 리사님!
    힘내세요
    그리고
    퇴원하면 바로 먹어야 할
    선식부터 준비하세요   

  18. Grace

    2011년 6월 29일 at 8:57 오전

    에구에구..이런 일들이 있었다니요..ㅜ
    무엇보다 씩씩한 성격을 발휘할 때이군요ㅎㅎ

    화이팅^^

       

  19. Lisa♡

    2011년 7월 4일 at 11:24 오전

    정애님.

    일단 정보가 되네요.

    양즙,,,
    마…

    근데 아들이 깨나 미싯가루처럼
    가루가 남는 건 싫어하고 못먹네요.
    쥬스도 섬유질 없는 것만….
    또 힌트있으면 주세요.
       

  20. Lisa♡

    2011년 7월 4일 at 11:25 오전

    그레이스…오케바리.   

  21. douky

    2011년 7월 5일 at 3:04 오전

    에고… 짠하네….

    며칠 안 들어왔더니 뒤늦게 소식 접하네요.

    따님, 아드님…
    수술 모두 잘 되었지요?
    습도 높은 장마철 무더위라 덧나지 않도록 잘 조리했으면….

    리사님도 많이 지치셨겠네….
    언제 보양식 먹읍시다~~
    힘내시고요!   

  22. Lisa♡

    2011년 7월 5일 at 11:19 오전

    덕희님.

    방금 꽃등심을
    혼자서 일인분을 다
    해치우고 …아휴~~
    부르다 배~~
    아들은 우족탕 엑기스로/
    후식은 동치미 국물로…
    그리고 사과쥬스 왜 그 병에 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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