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약속을 했다.
우중에 걷는 즐거움을 맞보며 약속장소로 갔다.
그녀는 30분 늦게야 비옷을 툭툭 털며 들어섰다.
오랜만에 와인을 시켰다.
그리고보니 근래에 술을 마실 일이 거의없다.
나의 화려한 사교생활도 이제 막을 내리는 중이다.
그럴 때도 되얏찌—
그녀는 술을 상당히 빨리 마신다.
5키로가 빠졌다고 한다.
나도 2키로가 빠졌는데..
아주 잘 통하는 사이임에도 거슬리는 말이 자꾸 비위를
건드리며 인내심을 자못 깨버릴 기세다.
대화 중에 나를 죽이고 남의 말을 경청할 것…할 것…할 것..
소르본느를 봤냐고 묻는다.
솔본느?
대학? 건물은 봤찌..
아니란다, 영화제목이란다.
아니————-그런 영화가 있었어?
잘 모르겠는데—-ㅠㅠ
설명을 듣자니 아는 영화인데 나도제목이 기억이 나지않으며
분명히 소르본느는 아닌데..그래도 끝까지 소르본느임을 주장하니
글타치고..그래서?
매조키즘을 아주 유연하게 보여준 영화로서..어쩌구~~
임재범의 인기가 뭐냐고 말을 바꾼다.
드라마틱함이 녹아있는 거부할 수 없는 야성미?
바로 그거란다.
우리나라에 드뎌 남자가 나타났고 그것이 바로 매조키스트 적인
느낌을 주는 거라 그 매력에 열광하는 거라고..
듣고보니 멋진 말이긴 한데 어째 술이 취했쪄?
지하철에서 한 남자가 자기에게 말을 걸었단다.
"아까 저 쪽에서 갈아타시는 걸 봤는데 이 차를 다시 같이 탔으니
우린 아무래도 인연인가봐요"
그 많은 직원 중에 자길 알아보는 남자로 착각하고 아~~네!! 했단다.
그 남자가 명함을 주면서 자기는 D건설 이사인데 곧 아부다비로
발령을 받았으니 같이 가지않겠느냐고 하더란다.
"별 싸이코 가트니라구~~"
그걸… 말을 받아줬단 말?
요즘 길에도 싸이코가 자주 등장하는 모양이다.
며칠 전 딸이 버스를 타고 가는데 한 남자가 계속 보더니 따라
내려서 뒤를 쫒아오더란다.
너무 무서워서 막 뛰려는데 어느 아줌마가 아까부터 봤다면서
같이 가자며 팔을 잡고 지하철까지 데려다 줬다고 한다.
안심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미국이나 유럽에 싸이코가 많다지만 인구대비, 면적대비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집으로 오자마자 인터넷으로 소르본느를 찾았다.
아무래도 카트리느 드뇌브를 찾는 게빠를 성..싶었지.
<세브리느>
물론 내가 본 영화다.
어릴 때 성폭행을 당한 기억이 있는 우아한 여성이
의사남편은 쥐도새도 모르게 낮에 창녀역을 하는 영화다.
말끔한 카트리느의 변신하는 얼굴이 볼만한 영화였는데
오래되서 장면장면들이 그다지 크게 기억나질 않는다.
내가 누들키친을 ‘누드치킨’으로 발음하고
어지간한 건 내 식으로 완전 바꾸어 말하듯 그녀의
솔본느를 이해한다.
하지만 요즘 내가 알게 된 정답 중에 하나는 어디가서
특히 어린 친구들 앞에서 결코 내가 아까 한 말이나
아는 단어를 맞다고 주장하지 말 것이다.
뇌의 지시와는 달리 현실의 입은 다른 걸 잘 말할 뿐 아니라
이 나이의 뇌도 썩 믿을 게 못된다.
金漢德
2011년 7월 13일 at 12:16 오전
왜 한국엔 미친 놈이 이렇게 많은지?
그걸 또 은근히 즐기는 부류도 약간 있는듯.
암튼 지하철 역 까지 동행 해주신 고마운 아줌마도 있어서 그런데로 기분은 좋군요.
Lisa♡
2011년 7월 13일 at 12:22 오전
우리 딸이 맹하게 보여서 그럴지도..
제 친구는 유혹적이라 그럴지도..
근데 요즘 여자도 남자도 싸이코 많아요.
남을 괴롭히는…귀찮게 하는…ㅎㅎ
풀벌레
2011년 7월 13일 at 12:22 오전
건설회사 이사면 못 돼도 40대는 됐을텐데,
지하철 안에서, 그것도 처음 보는 여인에게,
아부다비 동행을 프로포즈 한다니.
이게 사기가 아니라면,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면,
너무 낭만적이지 않습니까?
그 분이 카트리느 드뇌브를 닮았나 봅니다.
김술
2011년 7월 13일 at 12:39 오전
외계인 아지매도
누군가 다가와 유혹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우리 함께 안드로메다 행성으로
은하철도 999를 타고 가실래요?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듣고프다.
카탈리니로 함께 가는 것도 좋고…
순이
2011년 7월 13일 at 2:11 오전
나도 내 기억력을 내 머리를 믿지 못 한지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그냥 비슷하게 기억할 뿐입니다.
그래서 누가 자기 의견을 피력해서 내 기억과 달라도
반론을 재기하지 않습니다.
"당신 말이 맞다." 이러고 삽니다.
우기는 일은 절대 못합니다.
이게 저의 현실입니다. ^^
Lisa♡
2011년 7월 13일 at 8:12 오전
이름도 예쁜 풀벌레님.
ㅎㅎㅎ…받아들이는 시각이 신선하고 마음에 듭니다.
40대 초반이더랍니다.
여자는 40대 후반쯤인데 말이지요.
낭만적이라고 받아들이면 한없이 재미있어지네요.
카트리느 드뇌브는 안 닮은 것 같은데….모르죠..
또 제 눈에 안경이니까 말입니다.ㅎㅎ
Lisa♡
2011년 7월 13일 at 8:13 오전
술님.
저는 떠나지 않을 겁니다.
현재 행성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해서 말이지요.
누가 말 거는 것도 싫답니다.
왜냐고요?
모르는 싸이코한테 한 번 당해보면 압니다.ㅋㅋ
Lisa♡
2011년 7월 13일 at 8:15 오전
순이님.
제가 요즘 절대 우기지 않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내가 아니게 말해도 다르게 말했다고 아이들이
그러는 걸 보면서 정말 내가 다르게 말하는구나
싶더라구요.
분명히 300이라고 했는데 아이들은 제가 900이라고 했다는 거죠.
그러면 응~~그랬어?히히…그러고 말아요.
나이가 주는 한계같아요.
슬프지만.
김삿갓
2011년 7월 13일 at 3:50 오후
남자가 여자 한테 흥미를 갖는 건 이상하게 볼 필요가 없다 보는데…다짜 고짜로
아부다비 같은 이상한델 가자고 하는건 조금 도가 지나 쳤네요. ㅎㅎ 중동은 가면
법 적으로 술과 여자들이 궁하니 같이 가서 자기의 성욕을 채우겠다 정도로 해석
하면 너무 했나? ㅋ 아님 정말 더 나쁜 넘이라 왕족들 한테 팔려가 오도 가도 못하는
노예 신세로… 이곳 뉴스에 종종 나오는 스토리 입니다. 이곳은 여름이 온데 간데
없어 진것 같아 겨울 외투 입고 나녀야 될 정도 임다.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벅 ^_________^
Lisa♡
2011년 7월 14일 at 2:20 오전
삿갓님.
개그를 다큐로?
김삿갓
2011년 7월 14일 at 3:37 오전
ㅎㅎ 정말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My bad!!! ^++++++^
몬일인지 전 아부다비가 유에이 가 아닌 사우디아라비아 로 착각을…
제가 봤던 뉴스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였습니다. 남자 허락 없이는 여자가 절떄
줄국을 못하는… 그런 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넘들도 많고 그리고 많은 여자들
한테 불공평한 법들. 미국 외무부 여행자 경고에 왕창 써있는데… 그곳은 여자들
잘 못 안하고도 평생 못 나올수 있는 이상한 법들이 많이 존재 하네요. 그러니까
누가 마음만 먹으면 일생을 망쳐 놓을수도…
암튼 그 친구분 아부다비 갔나 안갔나 도 나중에 Postmortem Report 부탁
드림니다.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벅!! ^_______^
밤과꿈
2011년 7월 14일 at 3:53 오전
매조키즘??? 헐~~~~~~~
그럼 새디스트인가봐요^^*ㅋㅋ
Lisa♡
2011년 7월 14일 at 4:02 오전
삿갓님.
아부디비에 왜 가요?
그냥 지나가는 씨이코의 헛소리다 하는 거죵~~
재미있어서 걍,,,써본 겁니다.
다큐 아닙니다.ㅎㅎ
Lisa♡
2011년 7월 14일 at 4:03 오전
밤꿈님.
새디스트나 매조키스트나 거기서 거기지만
수동적인 부분과 능동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나네요.
은근 인간 본성에는 그런 것들이 숨어있는데
각자의 트라우마에 관한 것이지요.
어느 정도가 튀어나오느냐..그거시 문제로다…ㅋㅋ
말그미
2011년 7월 14일 at 7:11 오후
위의 글을 읽고 웃음이 났습니다.
제가 리사님 같아도 소르본느 대학을 이야기 했을 것입니다.
안 우기는 리사님이 더욱 멋집니다.
멋진 이웃님이 계셔서 행복 합니다.
Lisa♡
2011년 7월 14일 at 10:06 오후
말그미님.
이제 절대 안우길 겁니다.
좀 우기는 편이었는데 그게
얼마나 무식한 일이었던지.
요즘 제가 말하면서도 왜이러지?
할 때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