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이랑 점심을 먹는데 문자가 왔다.
딸이 자기집 의료보험비가 10만원 넘느냐는 질문이다.
척보기에 대학생이니 아마도 장학금 수령자의 자격이
있나없나 보는 모양이다.
숙이가 남편에게 전화를 당장 하더니 묻는다.
아니 나한테 물어보지..뭔 전화를 해?
요즘 어지간하면 10만원 다 넘거든..너네는 사업까지하고
차를 CC도 최대로 두 대다 굴리니 아마도 100만원 넘을거야.
숙이는 자기는 그런 거 전혀 모르고 남편이 다 알아서 한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치..이 나이에 말야.
그런 것 모르는 게 뭔 자랑은 아니란 말일씨–
가끔 보면 정말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이들이 진짜 많다.
나는 그 축에 끼지도 못할만큼.
‘엄마의 바다’가 생각이 난다.
50대에 남편이 졸지에 가자 아무 것도 못하던, 모르던 여자.
남편이 일찍 세상을 뜨자 그야말로 좀 비루하다면 비루하게
사는 친구가 있다.
간혹 그 친구를 떠올리면 늘상 앞으로 좀 신경써줘야지..
싶은 게 그 아이들 생각에 미치면 잠이 다 안온다.
하지만 내게 직면한 현실은 남에게 뭔가 해줄 성질의 것이
못되고 만다.
그녀는 자존심은 센 것 같은데 뭐 달라는 말을 입에 물고 산다.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하지만 둘이 벌어도 힘든 세상에
아이 셋을 데리고 혼자도 못버는데 오죽 할까 싶다.
그런데 거기에 마음단속을 잘 하는 친구가 있으니 늘 마음이
흔들리는 내가 오히려 잘못되면 욕을 듣는다.
아예 첨부터 마음하나 흔들리지 않는 친구는 아예 아무 것도
안해주니 안해도 욕을 듣지 않는데 나는 뭐 잘 하는 것도 아니면서
뭔가 베풀려고 하다보니 무슨 날 쉬게 되거나 달라는데 안 주면
바로 화살이 날아온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르시기로 살자니 그게참 안된다.
며칠 전 감자를 사서 부치려고 언니집에 전화를 하니 통 불통이다.
조카도 안되고조카사위도 전화가 꺼져있고 다른 딸들이 하나같이
모른다이며 늘막내딸 집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언니가 아무도 간 곳을
대답하지않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다 큰딸 내외와 언니가 하루 아침에 동시에 연락이 닿았다.
왜 그랬을까?
해외여행 간다고 내가 욕을 할 것도 아니고, 아이들 때문에 내게
비용책임 다 진다고 가자고해도 절대, 네버, 전혀, 죽어도 못가는데..
늘 언니는 해외여행이라는 걸 나와만 갔다.
그러다보니 나랑 같이 가지도 않는데 몰래 가야지 양심이 덜 아픈 모양이다.
난 괜찮은데…난 괜찮아…
빈정 상할 일도 아니고 부화가 날 일도 아니고 대답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에게 나는 절대 묻지 않는다.
상대가 싫어하는 질문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언니는 다른 걸 묻는 전화에 죽어라 변명을 한다.
겟군들이 모여서 서울갔다왔는데 연락 못했다고…듣기시려~~
라고 하고팠지만 아니 진짜 안들어도 되는데 좀 .. 거북했다.
유치하기는…
언니는 일찍 형부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떠났다.
그 후 고생은 이루말할 수 없다.
친구를 보면 늘 그랬던 언니가 생각나 모른 체 하기가
여간 민망한 게 아니다.
겪어보지 않은 친구들이야 비루하게 구는 그녀를
만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늘 마음 한구석에는 언니과거가 존재했다.
혼자 남는다고 다 힘든 건 아니지만 언니와 친구는 힘들다.
때론 아이들을 잘 기른 언니나 기르고 있는 친구를 보면
기특하고 과연 나라면 저렇게 이겨낼까 싶기도 하다.
남자에게 다 기대어서가 아니라 정신력이 대단해서이다.
자녀들을 하고싶은 것 다 해주는 나의 어느 부분에 그녀들이
느꼈을 박탈감도 있었을 게고, 어느 날은 쓸쓸함에 슬펐을 것이고
명절이나 휴가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사념들로 나 또한 부담스러울 수 있겠으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나만 잘 산다고 편하진않다.
언니야 이제 고생 끝 행복시작인 생을 살지만 친구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하다.
늘 잊고 사는 나를 다시금 건드려 정신적으로라도 그녀 편에 서서
내가 곁에 있음을 든든해한다면 나도 행복해질 게 분명하다.
김술
2011년 7월 22일 at 12:25 오전
제 발이 저린건 도둑이고,
여자는 약하나 강한건 엄마고,
할 일이 많은만큼 세상은 넓은거고,
더불어 살고파도 고달픈게 세상이라…
Lisa♡
2011년 7월 23일 at 3:10 오전
술님.
해탈자같은 답변이시네요.
맞습니다.
엄마는 강하다는 말에 동감이고
세상을 넓고 할일도 많아요.
고달픈 세상도 맞구요.
가끔 무섭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