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좀 취했나보다.
그녀도 나도..
내가 그녀를 안 건 초등학교 때이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지내다 20대후반,
다른 친구와 만난 자리에서였다.
약사가 되어있었는데 말수가 적고
그다지 재미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우린 집도 가깝고, 같이 만나는 친구땜에
자주 보게되었다.
그녀는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않았다.
나에 비해 훨씬 윤택하게 살아온 그녀였지만
어딘지 어두운 부분이 잠깐씩 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어젠 같이 취했나보다.
여전히 묵묵한 그녀였지만 현재도 가까이 살고 있어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편이다.
그런데 술이..허무는 부분이 확실히 있다.
언니가 있는 줄 몰랐다.
오빠들 틈에 귀한 외동딸로만 알고 있었다.
그녀가 운다.
갑자기..
취중이라 나도 "감수성~~~" 하며 장난을 쳤다.
그런데 자기에게 언니가 있었고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대박.
화들짝 술이 다 깨는 것이다.
그런 일을 여태 한마디도않고 살아온 그녀가 대단하다.
물론 숨기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녀 이야기를들으며 미안해서 계속 술만 마셨다.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었는지 너무 미안했다.
그녀는 언니이야기에 이어 엄마이야기로 넘어가면서
더욱 찔끔찔끔 우는 것이었다.
막을 수도, 막기도 싫었다.
그렇게 감춘게 있다는 사실에 그녀가더 좋아지는 걸.
사람들은 대부분이약자편이다.
자기보다 가난한 이에게서 위안을 받고
그러면서도 자기는 더 높은 곳으로 가길 원한다.
정치가도 부유한 출신보다는 노동계급 출신에게
더 표를 몰아준다.
장폴벨몽도와 제라르 빠르디유나 쟝가방이
프랑스 국민들에게 인기있었던 것도 그들의
계급과 편안함과 서민적인 이유였다.
내게 있어 그녀는 나보다 더 부르조아지였고
사는데 별 불편함이 없는 친구였다.
숨겼던 아픔이 드러나자 안도라면 뭣하지만
그녀가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게 나 또한
위에 열거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그 위안을 얻으려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 친구는 걸핏하면 눈물이 자기도 모르게
난다고 하면서눈물을 뚝뚝 흘리거나자주 눈시울을
붉히기도했다.
혹시 내가 무슨 말이라도 실수한 게 아닐까 싶을만치.
그 친구는 술을 전혀 못마시는데 자기는 자율신경이
고장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눈물이 자주 흐르고
신경이 예민해지고 잠도 잘 오지않는다했다.
그녀도 올케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얘기를 했다.
부끄러워서 그동안 말도 못했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그녀가 차라리 그건 인간적이라고 했다.
인간적…
무슨 일에든 다 이유가 있다.
제 삼자는 알지 못하는 자기만의 이유들이 있기 마련이다.
자살도 바람도 또 다른 사건들도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남아있는 자들에겐 또 하나의 상처가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말야.
Grace
2011년 7월 31일 at 3:11 오전
사람 살아가는 데…
결과가 좋던 나쁘던…다 이유가 있지요…ㅎ
그래도 늘 기쁘게 살고 싶네요~~
모처럼 방문해서 좋은 글 읽고 갑니다..행복한 주말 보내시구요~~
오를리
2011년 7월 31일 at 5:49 오전
슬픔을 감추고 가슴에 두고 꾹꾹 참는것 보다
마음을 열고 친한 친구에게 털어 놓고
나면 마음도 후련해져 건강에 좋답니다…
Lisa♡
2011년 7월 31일 at 7:47 오전
그레이스님.
모처럼 글 남겨주셨네요.
반갑습니다.
이유없는 건 없죠.
제게는 이유인데 남에겐 핑계로
들릴 수도 있고 말입니다.
ㅎㅎㅎ,,,비 또 옵니다.
Lisa♡
2011년 7월 31일 at 7:48 오전
오를리님.
저는 그 친구가 그런 이야길 가슴에 묻고
혼자 여지껏 견뎌온 게 기특하구요.
정말 밖으로 표하나 내지않던 그녀가
대단하게도 느껴집니다.
제주도 엄마를 두었는데 제주도 여자들이
강단이 있나봐요..^^*
화창
2011년 7월 31일 at 11:59 오후
좀 배웠다는 사람들이나 인품이 있다는 분들은 대부분 자신의 약점이나 어두운 면을 남에게 잘 얘기를 안하지요~~ 그저 반듯한 것모습만 강조하구요~~
확실히 믿을 만한 친구라고 생각될 때에만 치부를 털어놓는데…. 아마 리사님이 흉금을 털어놓을 만한 친구라고 생각했을런지 모르겠네요~~
아니면 혼자 간직하기에는 너무 삶의 무게가 무거웠거나….
아니면 취중 진담? 아니고…취중 실수…..
밤과꿈
2011년 8월 1일 at 12:47 오전
헐~~~~~~~
비가 또 내립니다.
빗속에서도 안전 운전하시고 즐겁게 8월을 영위하셔요^^*
김술
2011년 8월 1일 at 4:39 오전
그래서 남자들에게 술마시는 핑계가 늘어나는 겁니다.
술마시고 주저리주저리 떠드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추억
2011년 8월 1일 at 8:15 오전
"무슨 일에든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남아있는 자들에게 또 하나의 상처가 되기도 하는 이유가 되고 말야"란 말이 꼭 맞는 말로 다가오네요. 무슨 일이든 다 이유가 있죠. 그렇지만 그 이유때문에 남아있는 자들에게 또 하나의 상처를 주어서는 아니되지만 세상은 상처가 상처를 체인처럼 물고 물려 주저리주저리 상처뿐인 사람들만 남게되네요…ㅠㅠ
Lisa♡
2011년 8월 3일 at 2:08 오후
화창님.
취중진담이고
아마 흉금을 털어놓을만도 했지요.
제게 털어톻지않으면 언젠가는
또 그렇게 털어놓았을 겁니다.
Lisa♡
2011년 8월 3일 at 2:09 오후
밤과꿈님.
부산다녀오는 길인데
경기지역에는 들어서니 비가//
번개가 계속 치구요.
조심조심 왔찌요~~~ㅎㅎ
Lisa♡
2011년 8월 3일 at 2:10 오후
술님 아니시랄까봐
술에 관한 이야긴
너무나 꿰뚫고 계신다는….그?
Lisa♡
2011년 8월 3일 at 2:11 오후
추억님.
사실 상처도 받아들이기 나름이랍니다.
난 남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많이 주는 형일 겁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내게 상처를 줘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답니다.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살아요~~
박산
2011년 8월 8일 at 1:51 오전
울 일이 있으면 울어야겠지요
이 세상 울 일이 많아요
저 같은 경우는
눈믈이 흔해져서 가끔 곤욕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뭐 중년의 홀몬 변화라는데
연속극 보고도 눈물이 팽 하니
때론 자존심 상하기도 합니다
울기라도 해야
물이 먹고 싶어 질 지 않을지 …
Lisa♡
2011년 8월 8일 at 10:18 오전
남자들이 나이들면서 잘 울더군요.
우리 아버지가 나이들면서 자주 우시더군요.
그래서 아…남자도 저렇게 인간적이구나 했어요.
우세요—저는 워낙 울보라서 할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