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여행 041.jpg

가는 날 아침까지 고민을 하다가 결국 부산으로 고고~~

비도 마땅찮게 오고, 차는밀린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움직이기도 반갑지않은 후텁지근한 날이었지.

중부내륙을 타고 대구부산고속도를 이용한 우리는 세상에

4시간도 안 걸려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아 너무 더웠다.

휴가란 모름지기 시원한 호텔에서 자다가 깨다가 심심하면

내려가서 바에서 칵테일이나 마시고, 부페나 흔들거리며 먹고

수영장에서 잠깐 흐느적거리다가 그렇게 쉬고 싶은데…

적어도 나는 그런데…그게 쩐이 안된다.

어쨌든 그 ‘쩐’ 때문에 더워미쳐버릴 지경인 습기짱인

부산으로 갔던 것이다.

해운대에 도착과 동시에 김해쪽에 사는 조카가 전화를 하더니

자기집으로 와야한다고 난리 버거지를 썼다.

이유인즉 자기 딸을 봐야만 한다는 이유다운 이유였다.

여행 043.jpg

조카가 결혼 일년만에 낳은 딸은 코알라로 보였다.

4개월이 된 꼬마숙녀는 눈이 거의 없었고, 표정변화가 없다.

예쁘다 하기도그렇고 못생겼다 하기에도 그렇고 아빠는

계속 자기 딸 이쁘지? 이쁘지?를 연발하는데 대답이 궁했다.

결국 나는 ‘단추구멍’ 이라고 그 아이를 부르기 시작했다.

조카는 빨리 짐을 싸서 서울로 올라가라고 악을 썼다.

사실은 단추구멍 중에도 와이셔츠 단추구멍이었다.

아이를 키워봐서 아는데 어릴 때 이쁜 아이들이 크면 좀 별로라하고

어릴 때 눈이 찢어지고 못생긴 아이들이 자라면서 멋져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걸로 위안을 주려니 무슨 소리하느냐며 눈을 크게 뜬다.

아이들은 좀 못생기고 넙적한 아이들이 귀여운 면이 많긴하다.

그날 조카 많이 놀리고 놀았다.

여행 042.jpg

부산은 바야흐로 성수기였다.

차는 가는 곳마다 밀리고, 교통법규는 왜 있는지

위반하는 차가 너무나 많았다.

게다가 남편은 네비게이션을 틀고도 엉터리로 가는

이상한 짓을 여러 번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오는 길에 칠곡IC로 나가기도 했다.

띠용~~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남자다.

그러니 작은 도로가 많은 부산에선과연 어떠했을까?

휴가 중에 받은 커다란 스트레스 중에 하나다.

더 기가 막히는 건 이성하에 성수기에 태종대를

가고보 싶다는 것이다.

태종대…완전 졌다.

차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순환열차는 2시간은 기본 기다려야 하고

날씨는 가만있어도 줄줄 땀이 흐르는 지겨운 날이었다.

땡볕에2시간이나 걸어야 하는태종대를…남편의 실수.

한진중공업을 쳐다보면서 골리앗크레인을 찾기도 했지만 태종대는

도착과 동시에 돌아나와야 했다.

여행 040.jpg

첫날은 조카집에서 조카와 남편과술을 못마시는 언니와 앉아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시다가 남편이 아웃되고 나머진 웃다가

마시다가 지나간 이야기하다가 시끄럽다가 잤다.

둘째날은 조카사위의 손에 이끌려 해운대식당과 술집을 돌다가

새벽 3시에야 쓰러졌다.

첫날 마신 양주보다는 이튿날 마신소주가 확실히 내 체질이다.

먹는 것은 세꼬시, 양대창, 장어구이, 우럭구이들을 먹었는데

우럭구이가 그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

살은 2키로 증가, 눈 아래 다크서클은 30% 이상 증가…

수면 부족에이건 뭐 휴가인지 뭔지 아무튼 재미는 있었고 몸은

많이 힘들었다.

내 아이들은 조카들의자녀들과 만나고 쳐다보고 놀아주는 걸 즐긴다.

오면서도 연신아기들 이야기에 침튄다.(평소에 말이 없는 것들이~)

풍광을 즐기는 휴가가 아닌사람들과의 휴가 끝…………

남은 건 인간에 대한 진한 애정들이 좀 생겼다는 점이다.

여행 044.jpg

19 Comments

  1. 푸나무

    2011년 8월 3일 at 3:01 오후

    인간에 대한 진한 애정이 생긴 여행이라면
    에이 플러스네요.

    태종대 가서 …..
    거기 많이 걷던데,,,,


    고생한 이야기는
    여행 못간 사람에겐 흐뭇하기도 하네요. 하하,
       

  2. Lisa♡

    2011년 8월 3일 at 3:19 오후

    앗—자려고 했더니

    푸나무님.

    히히히…
    위안이 좀 되셨나요?
    더워서 미쳐돌아버리는 줄 알았어요.
    에어컨도 그렇게 도움이 못되는 건
    처음이었어요.

       

  3. 八月花

    2011년 8월 3일 at 3:24 오후

    휴가..
    나도 리사님과 같은 생각..
    ㅎㅎ
    근데 쩐 때문에..완전 동감.   

  4. 벤자민

    2011년 8월 3일 at 11:00 오후

    휴가란 참좋은거같군요^^

    여긴겨울이라보니 좀 기분이다르지만
    전 금년에는 좀색다른여행을준비중입니다
    어쩌면 내생애 두번은가기힘들지도모를
    그런여행!!

    갔다와서 얘기드리죠
    아직 시간도남앗는데^^   

  5. Hansa

    2011년 8월 4일 at 12:06 오전

    음.. 단추구멍,, 하하
    귀여웠겠습니다.

       

  6. 김술

    2011년 8월 4일 at 12:09 오전

    어라?
    같은 코스로
    같은 김해에
    같은 시간에
    잠시 같은 하늘을 보았는갑네.   

  7. 김진아

    2011년 8월 4일 at 2:54 오전

    애들 셋 캠프 보내고 나니, 휴가는 물 건너 갔지요.ㅎㅎ
    그래도..괜찮은 휴가였습니다.

    단추구멍…그렇게 작은 눈을 좋아하는 막둥이가 생각났습니다. ㅋ

       

  8. Lisa♡

    2011년 8월 4일 at 3:28 오전

    팔월화님.

    그 쩐때문에….ㅠ.ㅠ
    쩐과의 전쟁을 치를 수도 없고
    그냥 되는대로 살아봐야지~~해요.
    언젠가 아이들이 한 번은 그런 휴가를
    내게 서비스 할 날을 기대하믄서..ㅋ   

  9. Lisa♡

    2011년 8월 4일 at 3:29 오전

    벤자민님.

    사람 궁금하게 만드시네…
    두번은 가기 힘들지도 모를 여행이라~~
    혹시 북극이나 남극이나 뭐..아프리카?
    사실 멀리 가는 여행은 두번가기 거의
    힘들거덩요.
    좀 더 색다르다면 봉사활동?
    ㅋㅋㅋ—이러다 못가실라…기대할께요.   

  10. Lisa♡

    2011년 8월 4일 at 3:29 오전

    한사님.

    단추구멍이 확실합니다.
    와이셔츠 단추구멍이더군요.

    웃는건지 우는건지 구별이 어려운
    입도 있었구요…ㅎㅎ   

  11. Lisa♡

    2011년 8월 4일 at 3:30 오전

    술님.

    그런 일이..

    테레파시는 통하지 않았군요.
    근데 김해까지 뭣땀시?   

  12. Lisa♡

    2011년 8월 4일 at 3:31 오전

    진아님이야 아이들 캠프보내는 게
    휴가 아닙니까?
    그때 혼자 음악듣고 커피마시면서
    책이나 읽고 그러는 거..잠도 좀..
    하기야 아버지랑 조카가 있으니
    그것도 쉽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13. 김삿갓

    2011년 8월 4일 at 3:48 오전

    와 부산 해수욕 장 갔다 오셨네요. 좋은 세월 보내십니다.

    저기가 해운대 인가요? 3년전 리사님 덕분에 겁 안먹고 해운대로 해서 태종대 용두산
    국제시장/평화? 자유? 시장 으로 해서 자갈치로 휘익 잘 다녀 왔던 기억이 나는 군요.
    저 갔을 떄도 휴가 철이 였는데 태종대 그 여왕벌 같은 열차가 그리 붐지지 안았었는데
    요번엔 사람들이 많았군요.

    제눈도 와이샤쓰 단추 구멍인데…그덕(?)을 본건,,,, 흑인 여자 와 아이리쉬
    멕시코 여자들이 유난히 좋아 했었 습니다. 제가 워낙 박력이 넘치는 남자 였어서
    그랬는지 (험~!험!!) 암튼 머~어 섹쉬 하다나 머 하다나 카면서… 하이고 아이만
    이라도 하나 만들수 있게 해 달라던 여자 들이 둘씩(라티나 와 흑인) 이나 있었고
    이혼 하면 자기가 넥스트 라꼬 기달린다는 아이리쉬 여자도…ㅋ 저 같은 눈을
    갖은 아이를 너무 갖고 싶어 했었죠. 그떄 보다 한참 더 젋었을땐… 도망 다닐 정도
    였었고요 넵. ㅋ ㅎ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 해보니 아마 고인이 되신 이소룡 영화
    배후 떄문에 그랬을런지도 모르겠다 생각 합니다.

    오랜만에 올리신 글 잘 보고 감니다.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벅!! ^_________^
       

  14. Lisa♡

    2011년 8월 4일 at 4:08 오전

    저 사진은 해운대 아니고
    송정이라는 곳입니다.
    해운대보다는 덜 붐비지요.
    해운대는 차도 지나가기 힘들답니다.
    ㅎㅎ.
    단추구멍도 크면서 커지는 아이들이
    많아요/혹은 성형의 힘을 빌려서라도.   

  15. 화창

    2011년 8월 4일 at 11:59 오전

    휴가라… 가급적 성수기에는 안다니려고 하는데….

    그래도 한 사흘 쯤? 어디로 갈꺼나?   

  16. 화창

    2011년 8월 4일 at 12:01 오후

    한 때는 5~6시간쯤 휘리릭… 차몰고 부산까지 후딱 다녀오던 체력과 열정이….

    해운대…민락.. 영도…. 태종대… 다 그립기는 하네~~~   

  17. Lisa♡

    2011년 8월 4일 at 10:23 오후

    화창님.

    아는 동네 많으시네요.

    해운대와 태종대는 미어터지고
    영도는 사람이 살데가 못되더군요.
    빽빽하게 무질서로 지어진 집들이
    보통 문제가 아니더군요.
    행정이라는 게 그렇더군요.
    지방이나 시골로 내려가면 갈수록
    더더욱 문제가 만연하게 보이는..   

  18. 추억

    2011년 8월 6일 at 4:34 오후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탔으면 분명 동대구ic를 지나 수성ic를 지나갔을터인데 수성ic에서 1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우리 집을 간발의 차이로 지나가셨군요. 휴가 복닦거리는데서 고생하는 것도 한국적 휴가잖아요.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을 터입니다.    

  19. Lisa♡

    2011년 8월 7일 at 2:48 오후

    네—그기로 지나갔떠요.

    다음엔 들릴까요?

    오라시면 꼭 갈꼬예염..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