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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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몹시 불었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길에 담벼락을 손가락으로

쭈욱 훑으며 걸어오는 꼬마를 봤다.

문득 한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퉤~~침을 뱉는다.

땀에 절어 콧등과 옷까지도 젖어 보였다.

귀여웠다.

아이 때는 개구리 배가르기나 붕어비늘치기라든가

파리다리 뜯어내기 등만 아니라면 어지간한 건

다 귀엽게 보인다.

까만 땀을 쬘쬘 흘리며 축구공을 치면서 오던

아들의 초등학교 3학년때 모습이 떠올랐다.

" 얘, 너 거기 침 왜 뱉었니?"

라고 내가 묻자 그 아인 머쓱해하는 표정이 하나도 없이

" 아—네—" 하더니 그만이다.

갑자기 모개랑 둘이서 오줌을 섞으면 친해진다는 말을 하며

둘이서 같이 땅에 앉아서 장난처럼 놀던 그때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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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쏙독 하면서칼로 뭔가 베는 소리를 내는

쏙독새인지 뭔지…새가 창가에서 종일 운다.

말벌인지 땡벌인지 내 방 창앞에서 웽웽거린다.

부산 다녀오는 길에 시부모님 산소에 들렀는데

그때도 엄청 큰 벌들이 우리 차 앞에서 떼를 지어

놀더니 연이어 벌들의 놀잇감이 되었나?

벌이라면 치를 떠는 아들이 질겁을 하고 창을 닫지만

난 벌이 반갑다.

물론 꿀벌이 사라지면 4일 안에 지구가 멸망한다던가

하는 소리를 들어서인지 벌을 보면 쏘여도 반갑다.

환경계 순환의 시초가 되는 게 벌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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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야채라는 걸 사봤다.

색다른 메뉴를 준비해야 가족들도 덜 지겹지 싶어서다.

아삭야채와 두부튀긴 것을 샐러드로 만들어 간장소스로

끼얹으면 된다는 레시피가 보인다.

그냥 생두부에 야채를 얹고 먹다남은 깨드레싱을

쳤는데 거의 손들을 안댄다.

저녁을 건너뛰기로 작정한 내가 또 못참고 비우고 만다.

근데 진짜 웰빙요리다.

밍밍한 게 간도 싱겁고 기름하나없이 뭐 양념이 없다.

그러니 자연 웰빙이 되고도 남는다.

웰빙요리가 주로 맛은 없지///

요즘은 물가가 하도 비싸니 주로 저렴한 버섯이나

아삭야채같은 싸고 건강에 좋은 재료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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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어딜가자니 움직임조차 끔찍하게 땀난다.

그래서 아이들과 대부 2 를 봤다.

아는 척 하면서몇 번을 봤노라며 스포일러짓을

했으나 내가 죽을거라던 배우는 죽지않고 멀쩡하고

살아남을 거라는 배우는 바로 살해당한다.

내 기억력의 한계?

진짜 세 번은 봤을 건데 모르는 장면 투성이다.

이래서야 원..잘난 척하기 어렵다.

아침 프로에서 아이들이 ‘바스키야’에 대해 봤는지

내게 묻는다.

마침 내가 사둔 바스키야 CD가 있길래 포장을 뜯고

드뎌 빛을 본 그 CD를 한편 뗐다.

유명한 그림쟁이가 되는 길은 미치는 길 밖에 없는지..

마약을 하거나 호모이거나 뭐 그런 길로..

아이들아 너네들은 유명해지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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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omments

  1. 나를 찾으며...

    2011년 8월 7일 at 6:02 오후

    이 시간에 오니 다른 분들 댓글 엄어서 제가 일뜽!~
    마지막 얘기~공감가요~

    럴수 ~ 럴수~ 이럴수가~ 리사님께서도 함서요.^^   

  2. 김삿갓

    2011년 8월 7일 at 9:45 오후

    저는 갓파더 영화 본다 본다 하고 아직 보질 못했는데 리사님은 여러번 보셨었군요.
    영화 나오고 느즈막 하게 보려 했더니 2편 나와서 에이 한번에 1-2편 봐야지 했더니
    싶더만 3편도 나오고… 마지막 편엔 심형래 씨도 나온다 하여 언제 날짜 잡아
    1-5 편 까지 다 보려 합니다. ㅋ 그리 많은 시리즈를 몇번씩 보셨으니 기억이 안되는게
    정상 입니다. 저도 007 영화를 여러번 다시 봤는데…(한국 살떄 본건 자막으로 봤기
    때문에…) 지금 생각 하면 그거 였던가? 숀? 롸져? 헤깔림니다.

    샌프는 여름에 선선 하지만 저 사는 곳은 매해 여름에 40도 를 웃도는 동네인데
    올 여름은 벌써 한달 이상 무척 선선 하네요. 집에서 목 양말 안신으면 발이 시렵고
    아침에 담배피러 나갈떈 겨울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 임다. 이슬또한 많이
    맺히는 늦가을 현상이 일어 나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이구 추워…ㅋ
    작년에 했던 샌프 시작– 골든게이트—쏘쌀리토—페리로 다시 샌프 오는 운동
    을 함 하려 하는데 오금이 시려서 아직 못하고 있네요. 이러다 여름이 그냥
    가는 건지 궁금 합네다. 아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그리 많던 벌들이 가끔 한두마리
    만 봅니다… 채소건 과일 이건 열매들이 그리 많이 안 열리네요.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벅!!! ^________^    

  3. Lisa♡

    2011년 8월 7일 at 10:03 오후

    나찾님.

    마지막 얘기요?
    기억력?
    혹은 정상적인 생활?
    후후후..
    기억력에 대해선 정말
    책으로 써도 모자라요.   

  4. Lisa♡

    2011년 8월 7일 at 10:05 오후

    삿갓님.

    그러잖아도 샌프가 계속 20도를 유지한다고
    아이가 빨리 학교로 가고프다네요.
    찝찝하고 후텁지근한 서울을 빨리 탈출하고프다네요.
    이해는 하지만 이 어미를 두고 빨리 가고프다니
    섭한 부분도 없잖아 있답니다.
    아…쏘살리토….말만 들어도 영화네요.

    벌들이 많이 웽웽거려줘야 지구가 제대로 도나보다
    할텐데 말입니다.   

  5. 김술

    2011년 8월 7일 at 11:32 오후

    나, 여름에 똥파리 잡아
    바늘에 살짝 꽂고 다리 뜯고
    날개 뜯다가 성냥불에 끄슬려가며
    놀아본 적 있는 무시무시한 사람입니다. 으흐흐흐   

  6. Lisa♡

    2011년 8월 8일 at 12:34 오전

    앞으로 아는 척 하지마세요~~

    똥파리 귀신 나에게도 씌울라~~겁나요~~ㅇ   

  7. 김진아

    2011년 8월 8일 at 1:34 오전

    아삭 야채에 간장 소스를 살짝 둘러쳐서 먹는걸 좋아해서요.저흰 ^^

    무무님 알려주신 간장 소스 만드는 법에다 양파와 마늘을 첨가해서 만들었는데..
    좋았어요.

    두반장에 약간의 설탕과 식초(맛없는 와인 첨가해서 만들어도 좋구요.)넣어서 요즘 오이나,야채와 함께 하는데, 입맛 없어지는 여름 더위에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옛날 영화 보고 싶어도 방학이라 제 차지가 안되어요.ㅎㅎ
    순 전쟁 다큐프로그램이나 전쟁영화 아님 우주와 은하계에 대한 것만 보고 있어요. ㅜㅜ   

  8. 박산

    2011년 8월 8일 at 1:38 오전

    ㅎㅎㅎ

    정말 읽으며 소리내어 웃습니다

    죽을 거란 배우는 죽지않고 …

    그래요

    나도 종종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디가서 아는 척 안 하는 편 입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리사님은 여러 면에서 우수하시니 걱정 붙들어 놓으시길 ,,,

    그만하시면 훌륭하십니다    

  9. 화창

    2011년 8월 8일 at 6:38 오전

    어제는 날이 개이더니 또 비바람이…..

    비오는데 트럭에 나무 싣느라 직원들 고생이 너무 많네요~~

    비오면 두배 세배로 힘들거든요~~ 맑을 때 앞마당에 쪽 깔아놓고 수월하게 실을 수 있는 걸 좁은 창고 안에서 지게차가 묘기대행진을…..

    일요일에 비오고 평일에 맑기를 기도하면 관광지의 상인들에게 야단 많이 맞겠죠?   

  10. 벤조

    2011년 8월 8일 at 7:09 오전

    그런데,
    그 꼬마의 "아, 네…"는 무슨 뜻?
    여기선
    "I don’t know" 라는 대답을 잘 하는데, 그런 뜻인가요?
    너 왜 침 뱉었어? 아이 돈 노우.

       

  11. Lisa♡

    2011년 8월 8일 at 10:10 오전

    후후…진아님.

    요즘 다쿠에 전쟁영화..
    많이 유식해지겠습니다.
    본래 역사는 전쟁부터 시작하잖아요.

    간장소스가 제일 어울리는 야채가
    아삭야채에 두부구운 것인 것 같네요.
    ㅎㅎㅎ   

  12. Lisa♡

    2011년 8월 8일 at 10:11 오전

    박산님.

    모쪼록 건강하셔서
    저를 그렇게 치켜 세워주심
    더더욱 제가 엉터리로라도
    잘난 척 할텐데 말입니다.
    부탁합니다.ㅎㅎ   

  13. Lisa♡

    2011년 8월 8일 at 10:12 오전

    화창님.

    상상이 갑니다.
    비오는 날은 그렇군요.
    묘기대행진.
    땀 꽤나 흘리는 여름에 말이죠.
    그래도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부럽습니다.   

  14. Lisa♡

    2011년 8월 8일 at 10:13 오전

    벤조님

    그 아이가 아무 표정없이
    미안해하거나 무안해하는 게 없이
    아—-네—이러고 마는 겁니다.
    벽구멍에 침을 뱉고는 말이죠.
    부끄러워하는 기색이라는 게 없더군요.   

  15. 말그미

    2011년 8월 8일 at 2:20 오후

    맛 없는 것, 웰빙요리. 맞습니다.
    웰빙요리는 싱겁고 맛이 없지요.

    마약을 하는 사람은 왜 유명인이 많은지
    유명인이라 언론에 노출이 돼 많아 보이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아이들이 되길
    저도 바라고 있습니다.   

  16. Lisa♡

    2011년 8월 8일 at 2:36 오후

    말그미님.

    웰빙요리 자꾸 먹다보면
    양념이 진한 음식을 먹으면
    속이 거북해요.
    저는 주로 웰빙스런 음식을
    많이 먹는 편인데 단 것을
    좋아해서 디저트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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