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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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지내다가 아이들이 웃음을 참지못한다.

남편의 여름양복이 속이 비쳐 빨간도트무늬의

팬티가 살짝 드러났다.

일명 땡땡이 무늬.

아..저 양복이 저리도 비치는 옷이던가..

뭐가 그리 웃기는지 급기야 딸은 방으로 들어갔다.

웃음을 유발한 남편도 그냥 빙긋하고 만다.

제사에 나오는 웃음은 그것뿐이 아니다.

큰아이의 절은 진짜 엉성해서 내가 웃음이 터진다.

그러나 저러나 제사에는 바람같은 건 절대 불면

안되는 법이라며 남편은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다

꺼버렸다.

잠시지만 더워서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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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 아들이 처음엔 통통했다.

김조한처럼…(귀엽게)

운동에 빠진건지 살을 빼는 거식증, 혹은

다이어트병에 걸린 건지 지나치게 살을 빼더니

얼굴이피죽도 먹지못한 인민군처럼 보인다.

툭 튀어나온 광대뼈는 빈하게 보이고 쑥 들어간 눈은

쾡하면서 이상하게 빛나 무섭기까지하다.

이상하게 밤이나 낮이나 아침이나 기계가 주륵주륵 하는

소리가 윗층에서 나더니 아마도 운동기계소리인가한다.

차를 자기만 편하게 주차하고 시동을 켜고 있길래

미안하지만 옆에 많이 자리가 있으니 그리로 좀 당기면

안되겠냐고하니 나갈 거란다.

비오는데 차를 다시 주차시키려고 밖에서 차빼기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빤히 보면서도 5분은 더 있다가 나간다.

끙~~

상대를 안쳐다보는 사람도 피하는 편이지만 일단

눈빛에서 이상한 광채가 나오는 이들은 좀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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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연에인 매니저가 요즘 뜬다.

자주 잘 생긴 매니저로 등장한다.

꺼먼 스타크래프트를 내 차 앞에 자주 가로막고 세운다.

나가려다가 막혀있어 ‘빵빵’ 하면 그제야 나오는데

미안한 기색이나 움츠리는 자세라고는 없다.

잘못한 건아니지만 그래도 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좋을텐데.

지적인 부분은 다 빠져서 달아난 잘난 얼굴이다.

매니저가 무슨 잘못이 있으랴.

각 집들파출부 아주머니들이 쓰레기를 잘못 버리는 경우가

왕왕있다고, 잘못버린 쓰레기는 거의 아줌마들 탓이다.

내가 보기엔 그것 다 집주인 잘못이다.

아줌마에게 말해서 그러지 말라면 될 일이고 우리동네 룰을

알려줘야 하는 건 집주인의 몫이다.

다 부리는 사람의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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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밤늦게 날 불러낸J가 이미 취한 모습으로

계속 나를 씹었다.

어쩐지 나가기 싫어 미적거려지더니 이유가 있었네..

처음 한 번 씹을 때는 웃고 말았다.

10번 말하면 11번 이상을 씹어대니 근육이 굳어지려했다.

제가 나에게 평소에 맺힌 게 많았나보다 했다.

말 끝마다 엉터리방구로 말하면서 억지를 피웠다.

입을 아예 닫고싶은 순간들이 어디 한두번이랴.

다음날 뒤끝있게도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하나하나 짚어서 도대체 술을 끊던지 하라고..

답변인즉

"자기가 나에가 맺힌 게 많았구나…매우 쏘리"

도대체 뭘 읽고 뭘 후회하고 용서를 비는건지 모르겠다.

맺힌 게 많은 사람은 씹히는 쪽이 아니고 씹는 쪽이라는 걸

기필코 알려주고 말아야 할텐데.. )빡빡( 이 가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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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김진아

    2011년 8월 14일 at 4:04 오후

    술을 앞세워서 말 하는 사람의 말..귀 담아 들을 필요 없다고 안하고 싶어요.
    거의 다는 자신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고약한 말들을 술을 앞세워 핑계를 대고 하니까요.
    용기 없음은 그 술을 앞세움에도 나타나죠.

    무언가가 마음에 안들면, 시간내어 자리내어,
    자신의 솔직함을 드러내는 것이 서로가 더 편한 것을요.

    술을 끊지 못하는 이와 오랜 관계 유지는 어려워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그 정도가 더 해 질테니까요,
    어휴유..참말 피곤해집니다.

    못난 사람들 많아요…   

  2. TRUDY

    2011년 8월 15일 at 12:07 오전

    글 내용으로 보아 한가하게 누워서
    V자 얼굴 감상할 시간이 없는분 같은데
    글도 사진도 다 재밌네요,, 언제나 처럼…

       

  3. 화창

    2011년 8월 15일 at 9:11 오전

    우리 어렸을 때는 항아버지 그 이후에는 아버지가 읽는 祝文 "유우세에차아…(維歲次) "소리에 킥킥대고 웃다가 할아버지한테 크게 야단을 맞던 생각이 나네요~~

    해년마다 축문 읽을 때는 웃었는데… 지금은 내가 축문을 읽을 차례인데 제사지낼 때 안 읽어요! 산악회의 제사지낼 때는 내가 몇년 째 읽고 있어요~~   

  4. Lisa♡

    2011년 8월 15일 at 11:04 오전

    진아님.

    벌써 술버릇을 두번째 보았는데
    이젠 저도 참기 힘든 지경이랍니다.
    어쩌면 멀쩡하게 기억하고 있는지도
    ..내 보기에 나한테 뭐 불만이나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준 거 같아요.
    아니면 자기가 좋아하는 이들이 나를
    좋아한다던가…ㅋㅋㅋ
    상대하지 않으려고해요.   

  5. Lisa♡

    2011년 8월 15일 at 11:05 오전

    트루디님.

    아=============무지무지 덥네요.
    후텁지근함.
    오래전에 일본에 여름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일본여름 날씨가 이렇더군요.
    이제 일본은 아열대를 넘어 열대로 간다는데
    우린 그 뒤를 이어 섬나라처럼…   

  6. Lisa♡

    2011년 8월 15일 at 11:05 오전

    화창님.

    산악회 축문도 축문이긴 하네요.
    정말 제사에서 근엄한 시간에 웃음이 나면
    공연히 더 참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7. 푸나무

    2011년 8월 15일 at 1:03 오후

    빡빡! 이가는 소리가 귀여브신 리사님
    굼금해서 그러는데
    귀신이 바람을 싫어하나요?
    아니면
    바람을 못 이기나?
    같이 날아다니는 중이라서?^^*

       

  8. Lisa♡

    2011년 8월 15일 at 1:24 오후

    글쎄 남편에게 물어서 알려드릴께요.

    근데 문제는 남편도 그노무 인터넷에서
    알았을 가능성이….   

  9. Hansa

    2011년 8월 15일 at 2:44 오후

    제사의 기본은 엄숙해야겠지만,
    웃음이 없어서야 가족모임이랄 수 없겠습니다.
    아이들이 웃어야 모처럼 오신 어르신들 혼령도 즐거우실 겁니다. 하하

       

  10. 김술

    2011년 8월 15일 at 11:32 오후

    1. 피죽도 먹지 못한 인민군- 북을 찬양하는 인간들이 보면 왕테러 당함-주의
    2. 술때문이라며 핑계대면- 김 술에게 야단 맞음-경고
    3. 아랫 집 연예인- 도대체 누구?- please!    

  11. Lisa♡

    2011년 8월 15일 at 11:35 오후

    한사님.

    약간의 웃음이 에피소드처럼 남으니
    그런대로 재미있었답니다.
    아들 절이 엉성해 늘 웃음을 참았지만
    이번엔 연달은 웃음으로 …    

  12. Lisa♡

    2011년 8월 15일 at 11:36 오후

    술님.

    1- 앗,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군요.
    2- 술 때문이니 언제 한 번 그녀를 혼내주세요.
    3- ㄱㅎ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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