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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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을 처음 본 건 6년 전이다.

아이머리가 하늘로 뻗칠대로 뻗친 채

눈은 죽 찢어졌고입은 약간 뒤집어진 얼굴이었다.

언니의 손자, 즉 나에겐 조카손주이다.

아들이 없는 언니는 막내가 낳은 그 아들녀석이

그리 대견한지 거의 눈웃음을 거두지않고 바라보았다.

아이들을 엄청 좋아하는 내 눈에 그 아인 그다지

이쁜 얼굴은 아니었다.

난, 아예 펑퍼짐하고 두리뭉실하고 바둑이같은 아이들이

좋은데 다리가 두툼하고 손이 두껍고 넙적하게

생겼으면 더 좋다.

이 녀석은 하얗고 뾰족하고 개성이 그다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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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부산에 갔을 때 아는 척하며,나라이름을 말하는데

그 이름 안에는 게임에 나오는 이름들과 상해도 나라이고

심지어는 해운대도 나라였다.

아니라고 그건 나라이름이 아니야~~ 하면 끝까지 우기면서

맞다고 해야 하는 아이였다.

그건 귀여운 고집이고 나머진 엄청난 고집의 소유자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는데 같이 자란 형들이 노는 틈에도 끼고파

늘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 그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게임을

망치거나 아예 놀이를 망치기 일쑤였다.

입에서 귀엽다거나 예쁘다는 말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귀엽다고 손을 잡고 잘도 놀아주었다.

산삼을 먹고 태어났는지 힘은 장사인데 늘 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난리를 피워야 성이 풀리는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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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여름휴가에도 만났는데 아이패드에 있는 게임을

가르쳐주면서 해보라니까 설명도 듣기전에 아이패드를 부수려고

하듯이 마구 손으로 내리치면서 깔깔거리면서 게임은 1초만에

끝나고 끝나고 하면서도 절대 놓치않는 녀석이었다.

핸드폰은 심지어 잡으면 거의 뜨거워질 때까지 손에 쥐고

하지도 못하는 게임을 엉터리로 하느라 땀을 뻘뻘거렸다

그런데 그 아이가 우리집에 온다는 것이다.

다른 조카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역사견학하러 오는 길에

그 아이와 동생 둘 해서 언니까지 11명이 온다는 건데

듣는 순간,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아니 다른 사람은 다 좋은데

범이가 미안하지만 걸렸다.

새로 산 가구들하며, 가죽소파도 마구 올라갈 소파가 아닌데

슬며시 걱정이 되면서 머리가 띵했다.

내가 아무리 아이들을 미친듯이 좋아해도 그렇치..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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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네 딸 중에 2째와 3째가 온다는 건데 그 집 아이들은

다 양순하고 너무나 귀여워서 뭐든 잘해주고파 궁리 중인데

이 범이가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뭐하나라도 작살을 내고야 말 것 같고 고민을 하다가 둘째와

셋째에게 범이가 오는 건 좀 무섭네…너네들만 오지그랬어?

범이 갸가 겁나네…했더니 당장 언니와 막내 귀에 들어가서

삐졌단다.

에그….머니나….

누가봐도 그 아이가 별나고 고집이 장난이 아니라는 건 다 안다.

게다가 그 아이는 누가 반드시 쫒아다녀야 하고 늘 걱정이다.

보통 때 같으면 어쩌나….미안미안 할텐데 나도 이젠 좀 뻔스러워져서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뭐…담에 좀 크고 순해지면 그떄오면

되지않을까?" 하고 말았다.

정말 누가 삐져도 이젠 그다지 빌고,재고 하게 안되고 어쩌겠냐..

삐지겠다는데 그것도 자기 성격이란 편한 생각하고만다.

이래서 살이 안빠지나~~~~갸우뚱~~~~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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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김진아

    2011년 8월 17일 at 1:10 오후

    부담스럽죠…솔직하게 말하면요.
    아무리 아가라도 쫌..뭐..해요.ㅎㅎ

    어린이집에서 야간 보육할때도 보면,
    막무가내로 고집 피우는 아이들이 꼭 한명씩은 있었어요.
    진이 다 빠져서, 다른 아이들 보아 줄 힘까지 없을 정도인 아이가 기억납니다.

    지금은 초등학교 다닐텐데..그 성정이 그대로 자랐다면 어쩌나..그런 생각이 드네요.

    제 조카지만 울 범준인..협상의 대가예요. 쬐끄만 쨔식이 말이죠. ^^   

  2. Grace

    2011년 8월 17일 at 2:06 오후

    그런 아이를 만나게 되면 사실…난감하지요…ㅎ

    그래도…리사님이 지혜롭게 잘 리드하시리라 믿어지는군요…

    샬롬~~   

  3. Lisa♡

    2011년 8월 19일 at 2:56 오후

    진아님.

    아이들과 잘 어울려놀아야하는
    아이들만의 사회성이 있는데 그 부분이
    결여된 것 같아 어찌보면 안타깝답니다.
    할머니랑만 있고 부모가 다 회사를 다니니
    그런가 하는 마음도 있어 짠하기도 해요.
    크면 나아지겠지요…ㅎㅎ   

  4. Lisa♡

    2011년 8월 19일 at 2:57 오후

    그레이스님.

    같이 끝없이 놀아만 준다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자기하고픈대로 해주면요…귀엽구요.
    그런데 늘 한 눈을 못팔고 다른 아이들도 다 싫다니
    문제이지요..제가 약 일주일만 데리고 있으면 고칠텐데..ㅎㅎ   

  5. 말그미

    2011년 8월 19일 at 6:35 오후

    무슨 단편소설 제목같아 단숨에 읽었지요.
    혼자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왕 오는 거, 그 아가 큰 환영을 한 번 해 주시면
    어떨까요? ㅎㅎㅎ   

  6. 오현기

    2011년 8월 20일 at 10:09 오후

    천방지축 이로군요. ㅎㅎ   

  7. Lisa♡

    2011년 8월 21일 at 2:27 오전

    말그미님.

    오면 그러려고 했는데
    다행하게도 안온다네요.
    속으로 정말 한숨 쉬었지요.   

  8. Lisa♡

    2011년 8월 21일 at 2:28 오전

    현기님.

    천방지축에

    대략난감에

    열혈남아입니다.

    모든 애들이 다 도망가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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