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꽃마을을 지나 바람꽃마을도 지나 속초를 헤집고 다녔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여행경비나 시간이 아깝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그게 건축물이거나 풍광이거나 한 컷의 사진이 될 수도 있다.
비행기값 뽑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에 정말 마음을 흡족하게
채우는 행복감을 느낀다.
이번 여행에 횡재를 한 느낌이 드는 곳을 발견했다.
비를 뚫고 찾아간 그 장소에서 나는 시간과 그 모든 것이 이 한 곳을
위해 내가 여기로 오게되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금강산 줄기에 위치한 ‘화암사’로 오롯이 내 가슴에 깊숙하게
박힌 곳이 되고 말았다.
운무가 온통 휘감고 있는 설악동은 정말이지 어딜봐도
신선이 내려올 것 같은 신비감마저 더하고 있었다.
비는 많이 오기도 하고 간간이 멀멀해지기도 했지만
비의 양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병풍처럼 둘러처진 설악들과 조용하고 가지런한 무궁화
숲길을 지나 지인이 알려준대로 나는 화암사를 찾았다.
부도전이나 오르는 길이 정말 왠지모를 기대감을 갖게했다.
지인은 내게 거기가면 반드시 <송화밀수> 라는 차를
마시라고 하였다.
따로 포스팅 하겠지만….
동명항의 등대도, 복어회도, 파도소리도
날 어쩌지 못하는 건 그 송화밀수 탓이다.
화암사에 위치한 <란야원>은 내가 찾은 모든
찻집을 일순간에뇌에서 제거해버리고 말았다.
내 맘에 쏙 드는 곳.
내 맘에 완전 자리잡은 찻집이 되고 말았다.
그 모든 것이..
나만 알고있을까?
진짜다.
동명항에서 나는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최초로 죽음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했던 기억.
위 사진의 방파제 돌 사이로 빠진 기억이다.
몇 살인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바닷가에 살던 언니네 집에서 동네 꼬마들을 데리고
놀다가 돌 사이로 미끄러져 빠지고 말았는데 물 속으로
잠기어 가는데 잡을 게 아무 것도 없었고 좁아서 수영도
할 수 없었다.
내 기억력의 한계인지 어떻게 나왔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엄청난 혼비백산으로 겨우 살아나온 기억만이..
난 그때 내가 여기서 죽는구나..위에선 아이들이 재잘거리는데
나는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구나 했었다.
방파제를 지나..등대로 갔다.
회를 먹고 그 좋아하는 성게알을 먹으면서도 내뇌리에는
오로지 화암사만이 나를 또렷하게 만들고 있었다.
douky
2011년 9월 12일 at 3:18 오전
‘란야원’과 ‘송화밀수’ 차…
꼭 기억해 둘께요~~
계속 즐거운 여행하시고요~~~ ^ ^
벤자민
2011년 9월 12일 at 8:29 오전
빨간등대가 멋지군요
아~~회먹고싶어라
말그미
2011년 9월 12일 at 12:32 오후
한 편의 동양화와 참 잘 쓴 수필을 보고 읽습니다.
뜻깊은 여행이 되셨군요?
Lisa♡
2011년 9월 12일 at 12:51 오후
덕희님.
제가 모시고 갈께요.
은근 자기 생각했는데…후후
꿈에 덕희님이 나왔어요.
지전님이랑.
우리가 해남을 갔더라구요.
Lisa♡
2011년 9월 12일 at 12:52 오후
벤자민님.
보름달이 살짝 보이는 밤입니다.
이번에 자연산 회로만 먹어봤는데
그런대로 괜찮긴 했어요.
빨간 등대…예쁘죠?
Lisa♡
2011년 9월 12일 at 12:53 오후
말그미님.
여행에서 이건 나를 뭔가가 인도한다는
그런 기분을 느껴본 건 이 번이 첨입니다.
완전히 그런 느낌을 스스로 만들어서 가는지
모르지만 받긴했어요.
아주 알찐 여행을 하고 왔어요…방금.
김진아
2011년 9월 12일 at 2:25 오후
와우, 첫번째 사진 보면서 박수 치고 말았어요. ^^
편안한 여행이신 것 같아서, 덩달아 좋아라 합니다.
빨간 등대에서 숨은 그림 찾기 마냥 숨어 계신 한 분! ㅎㅎㅎ
Lisa♡
2011년 9월 12일 at 2:53 오후
깍~~~진아님.
저를 찾으셨군요…후후후.
아주 좋은 여행이었답니다.
남편이 수리새없이 먹어대는 것만빼구요.
날씨도 그런대로 비오는 분위기 고내찮았구요.
차도 하나도 안밀리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