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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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오후에울리는 전화벨은 반가울까?

집으로 오는 전화는 거의 부동산전화거나

정치적인 질문을 하는 여론조사 기관일 확률이 높다.

예상을 깨고 70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 목소리다.

"CH 집입니꺼~~~나 일본서 온 ㅇㅇㅇ야~~나 알겠어요?"

돌아가신 시어머님 친구분이시다.

남편이 코엑스에 회의를 간 까닭에 나랑 아이들 이야기며

집안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아이들을 보고싶으니 데려 나오라는

분부를 하신다.

약간 울먹이며…

몇 명의 친구분들과 함께 계시는 듯.

저녁시간쯤으로 약속을 잡았다.

서초동으로 와 달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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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은 누가봐도 한 눈에 훤히 보이는 멋쟁이이셨다.

60대 초반에 세상을 하직하신 까닭에 친구분들의 섭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병원에 계실 때 그렇게 친구가 많이 오는 분 첨봤다고

간호사샘들이 계속 놀라기도 했다.

사우나동기에 일식집 주방장 아저씨까지 오실 정도였다.

3시쯤 들어온 남편과 나갈 채비를 하고 아이들 사진까지

챙겼다.

부산에 계시는 친구분들이 우리 아이들 근황과 사진까지

다 챙겨서 오라고 분부를 내렸단다.

세 분이 나오셨다.

우리는 제과점에서 만나 일식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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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친구답게 70대 후반이신데도 상당히 멋쟁이셨다.

한 분은 샤넬옷을 입고 나오셨다.

저렇게 다들 살아서 친구를 기억하는데 먼저 가신 분은

말없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신다는 게 현실이다.

어떤 친구는 같이 나오고픈데 우울증이라 못나오고

한 친구는 다리가 아파서 걷지 못하고..이젠 닳아지는

기계처럼 인간의 한계성을 보여주시는 나이다.

죽은 친구의 아들 내외가 나와서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는

화기애애하고 고인을추억하고 간간이 우시기도 했다.

한 분은 사는 게 힘들어 엄마 신세를 많이 졌다며 계속 우셨다.

나이가 들수록 추억의 힘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안씨엄마 말씀이 늙으니 정말 어느 순간 돈도 필요없다고 했다.

같이 나이들어가며 추억할 수 있는 친구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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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시누이도 엄마가 교통사고로 50대 돌아가셨다.

시누이는 간간이 엄마 절친들과 식사를 하고 약간의

용돈도 쥐어주시고 그 자리에 몇 번 함께 했었다.

얼마 전 시누이 딸 결혼식 때시누이는 가장 친했던

친구를 모시고 한복집으로 갔다.

엄마대신 그 분께 최고급 한복을 한 벌 해드렸다.

정말 대단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결혼식날 친구분 옆에 엄마 사진을 두고 자리를

비워두었다.

바쁘게 살다보면 엄마생각하기도 잊고 사는데 그렇게

나이든 엄마친구까지 대접하는 걸 보면 배울 점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잘 사는 게 아닐까 싶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한숨만 푹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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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김술

    2011년 10월 2일 at 4:47 오전

    ‘사람이 나이를 먹는 것은 추억을 갖기위해서이다’
    -릴케-   

  2. 밤과꿈

    2011년 10월 2일 at 8:01 오전

    에휴~~~~~~~~
    그러게 있을 때 잘하셔요!   

  3. Lisa♡

    2011년 10월 2일 at 8:19 오전

    술님, 그러니까 추억을 마니마니
    만들어야해요..
    잊히지 않는 걸로….ㅎㅎ   

  4. Lisa♡

    2011년 10월 2일 at 8:19 오전

    밤과꿈님.

    잘 했답니다.
    그래서 후회는 없답니다.   

  5. 리나아

    2011년 10월 2일 at 1:48 오후

    너무 일찍 가셨우…. 거의 지금 나 비슷할 때라고 생각하니 참. 정말…..
    요샌 90쯤 돼야 갈때라고 하는데… 또 그리 길면 뭐하나 싶기도….
    그저 80대에 조용히 오래 많이 안아프다 얌전히 갔으면 좋겠다우….(ㅎㅎ솔직히 몇년전에..
    79세 가면 좋겠다고 정해 놨었는데…세월탓에 요즘은 8학년도 일찍가는 거라해서…
    나 참, 한 5.6년 연장시켰네요…)   

  6. Lisa♡

    2011년 10월 2일 at 1:54 오후

    저랑 비슷한 나이를 셈해 두셨네요.

    저도 그 정도가 좋아요..어머님은 너무 빨리..
    아버님도 2년 뒤 이어서…두 분다 빨리..그래서 아쉬워요.   

  7. Hansa

    2011년 10월 3일 at 12:16 오전

    한숨 여러번,, 리사님 부군 심정에 공감합니다..

       

  8. Lisa♡

    2011년 10월 3일 at 1:22 오전

    그렇쵸?
    많이 아파하더라구요.
    술도 한 잔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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