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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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가을날씨가 째지게 화창하다.

그냥 집에 있으면 바보같다는처량함마저 들게 한다.

하늘을 가로지르던가 산을 휘리릭 타던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손해보는 느낌 알런지.

내 방 창 밖 은행나무는 노랗게 변한지 며칠이다.

해마다 어김없이 내다보는 계절은 늘 시간이 되면

약속처럼 내 시선에 머문다.

사람도 올 때 와주고 그리울 때 그림처럼 나타나주면

어디가 덧나나?

아침 일찍 창고에 내려가 10분 정도 정리를 하고 왔다.

지하차고로 내려가는 계단에 따로 창고가 있다.

늘 미루어 온 일이라 단번에 혼자 다 해내지는 못하지만

오늘 분리수거 하는 날이라 맘먹고 일찍 내려갔다.

쓸 것 같아서 놔두던 잡동사니가 이젠 어디에 쓸래도

소용없는 물건으로 아니 쓰레기로 변해있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창고를 엎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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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씨가 떠난 날, 오빠 중에 한 명이A병원에

바로 전화해서 건강검진을 신청했단다.

그것도 췌장암 여부를 진단해 달라고 했다는데

없던 진단도 새로 나올 판이다.

머리 빠진 모양도 잡스랑 같고 성격도 같다고 본인이

말했다는데 따라할 게 따로 있지.

하지만 미리 검진하는 거야 뭐 뭐라할 건 없다고 봐.

돈 아끼려고 큰 병원 가지않고 건강보험에서 가라고 하는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했는데내년에는 종합병원에

돈 좀 더 내고 검진을 받으리라.

할 일이 왜 이리도 많은지.

친구말이 한 달동안 낼 게 많아서 돈내다가 한 달이

다 가는 꼴이라고 푸념이더니 사는 게 다 그러려니 한다.

너만 내니?

나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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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을 엄청 마시는 여자다.

그래서인지 피부 하나는 좋다.

하루에 2리터는 족히 마신다고 해도 된다.

혹은 물대신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날도 있다.

커피는 일회용은 거의 못마신다.

물을 많이 먹는데 화장실은 그리 자주 가는 편은 아니다.

그럼 물이 어디로 가느냐?

물만 마셔도 살찐다는 말이 나에게 해당되나싶다.

밥 먹기 전에 물을 두 컵 마시면 식사량이 준다는데

내게 해당사항없음이다.

물 배 따로~~ 커피 배 따로~~ 밥 배 따로~~이다.

물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그래서 물맛도 안다.

정말 거짓말 아니고 물이 엄청 맛있는 집이 있다.

믿을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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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가니 영화를 보면서 다짐한 게 있다.

아줌마들 많이 가는 영화는 절대 아줌마들이

오지않는 시간이나오지않는 영화관으로 가자.

영화내내 머리 줘뜯는 줄 알았다.

옆의 30대 아줌씨들은 중계방송을 했다.

"아이고 제도 그랬나봐…"

"저기저기 봐..골프채야…미쳤지!"

"뻔뻔스럽기도 하네"

"음..못움직이게 그러나봐 저봐~~"

다 알거든………….하고 꽥하고 싶었지만

다들 그러니 옆만 뭐라하면 형평성에 어긋나잖아.

팍 일어서서 "좀 조용히 해~~~~~~ㅅ"

할 수도 없는 용기.

싫으면 피하면 되지…애들 영화 시끄러운 거 보다

더 하면 했지 절대 덜 하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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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Comments

  1. 빈추

    2011년 10월 12일 at 12:05 오전

    저는 빵 배가 따로 있어요.
    아침밥 먹고 있는데 빵도 줘서 먹고 사과도 먹고 귤도 먹고..ㅎㅎ
    배 빵빵하게 출근합니다.ㅋ   

  2. Lisa♡

    2011년 10월 12일 at 12:09 오전

    빈추님.

    빵식이구나…..ㅎㅎ   

  3. 단소리

    2011년 10월 12일 at 12:41 오전

    당근 안 믿쥐유…^^

    가을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전화라도 주시면, 어쩌면 동행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요거, 달콤한 유혹…^^)

    늘 건강하고 씩씩하게 사는 모습이 좋아서…. 늘 좋아하는 사람이라오.^^   

  4. Lisa♡

    2011년 10월 12일 at 12:52 오전

    단소리님.

    믿어줘요~~

    보기보다 마음이 약하신 단소리님…
    동행이거 달콤한 유혹맞네요~~~ㅎㅎ   

  5. 벤자민

    2011년 10월 12일 at 2:39 오전

    가을이온다고요?

    그~참 여기는 봄이오는데 왜그기는가을이올까요 ㅎㅎ

    정말 잡스죽고나니
    나도 괜히 몸이좀이상해 오늘병원에부킹해뒀읍니다^^

    근데 최근일부블로그들을보면
    잡스를 너무영웅시하는글들이많아요
    그인물 그학력 그출생배경가지고는
    한국살았으면 어디 취직하기도힘들고
    장가가기도힘들었을텐데^^
    죽고나니 여기저기서 분석하고..
    사실 우리입장에서보면
    애플이 썩~~ 기분좋은회사는아니잖아요
    내가 해외살면서도
    너무 나라를사랑하는건가^^

    저는 처음에 인터넷에
    도가니 도가니하길래
    처음에는 제목만보고
    왠무슨 도가니탕보고 저렇게들 흥분하나했어요^^
    제 친구분 장인어른이
    한국잇을때 지방에서 무슨 정박아사설시설같는걸 운영한적이잇엇어요
    한번가본적이잇엇는데
    그때도 한눈에 참 운영에 문제가잇다고느겼더랬어요
    그분들은 그분들대로 참힘들다고하고요
    지금은 그걸 정리하시고
    캐나다에서 사시더라고요   

  6. 김술

    2011년 10월 12일 at 2:52 오전

    째지게 화창하다….
    표현 쥑입니다.ㅎㅎㅎ
    전 술배가 따로 있슴다.
    그것도, 쏘주배, 맥주배,양주배,폭탄주배까지!   

  7. 오를리

    2011년 10월 12일 at 3:41 오전

    살 만큼 살았고 또 나름 대로 하고싶은것
    다하고 살아서…난 암 진단 받으면
    살기위해 치료 받지 않고 무조건
    지리산으로 보따리 싸들고 갈 계획 이네요~~~

    한국 처럼 암진단 받기 쉽지 않은 동네라..
    죽을떄쯤 되어야 암인줄 알게 되니..
    방법이 없네요.

    그지겨운 여름도 가고 밖에만 나가면
    선선해서 요즘 살만합니다.   

  8. 6BQ5

    2011년 10월 12일 at 4:52 오전

    오늘 사진들 정말 죽입니다. 특히 세번째 와 네번째. 내가 라이카 들고 똥폼잡으며 찍어대도 저런 사진 못 찍어 봤읍니다. 찍사의 감각도 죽이지만 잡스 오빠가 아이폰에 엄청난
    렌즈를 달아논 모양 입니다.

    오라버님이 받으신 맞춤형 검진….

    남자만 받을수 있는 검진중에 최상으로 꼽으라면 전립선 검사가 아닐까 생각 합니다.
    검사 받을때의 자세와 검진 방법….etc.   

  9. Lisa♡

    2011년 10월 12일 at 8:25 오전

    벤자민님.

    거기야 거꾸로 도는 곳이니 당연 봄이지요.
    우리 겨울에 거긴 여름이니…가고싶네요.
    근데 호주랑 뉴질랜드는 몰라서 그런지
    좀 심심합디다.

    뭐요?
    잡스요?
    영웅이지요.
    그 아니면 구글이나 마이크로나 삼성이나
    돈 많이 덜 벌었겠지요.
    그리고 거기 딸린 밥줄이 엄청날 겁니다.
    저는 일단 시대를 바꾼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용~~용용!!

    도가니는 정말 괴롭습니다.
    비단 장애아학교뿐 아니라
    전부가 그런 도가니 속에서 속고 살지요.
    착한 이들이 더 많은데 왜 일부 그런 도가니들이
    그렇게 사회를 만들어 갈까요.   

  10. Lisa♡

    2011년 10월 12일 at 8:25 오전

    술님.

    술배에 엄청 웃습니다.
    혼자서 미친년처럼….ㅋㅋ   

  11. Lisa♡

    2011년 10월 12일 at 8:26 오전

    오를리님.

    암은 제가 전분가도 아니고 잘 모르지만
    일단 진단을 받으면 의사의 지시에 따르되
    무조건 지리산 산골짜기로 들어가서
    병원갈 때만 나와야 하는 게 정답같은데요.
    그러잖아도 그런 이야기를 똑같이 했는데..
    남자들은 일자리를 놓기싫어서 매달리는데
    요행은 없다고 봅니다.   

  12. Lisa♡

    2011년 10월 12일 at 8:28 오전

    6BQ5님.

    아..저거 아이패드로 찍었습니다.
    사진은 아이패드가 완전 죽이는데
    컴퓨터가 삼성이라 그나마 덜 나오는 겁니다.
    애플에 연결하면 아마 엄청 잘 나올 겁니다.
    아이패드에서 보는 영상과 완전 다르게 나와요.
    아이패드에는 진짜 환상으로 나옵니다.
    남해사진을 사진전문가가 보시더니 아이패드 사고싶다고
    하시더라구요….진짜 잘 찍힙니다.   

  13. 나를 찾으며...

    2011년 10월 12일 at 1:22 오후

    ㅋㅋㅋ..도가니 보셨꾼요~ㅎㅎㅎ

    저도 그 영화 보면서 옆의 아가씬지…아짐인지..모르겠지만
    츠암나~ 정말로 시끄러워서리~

    에효~ 마침내 옆에 혼자 영화 보러온 아가씨는 영화 보는 내내
    눈물이 줄줄줄줄줄줄줄~ㅎㅎㅎ

    가운데 10월!~
    가운데 사진 멋지네요.~
       

  14. Lisa♡

    2011년 10월 12일 at 1:26 오후

    나찾님.

    눈물은 난 단 한 번…김지영 할매땜에…
    그리고 마지막에 약간…

    보니까 답답하죠?   

  15. 풍경

    2011년 10월 12일 at 11:57 오후

    전 도가니가 무거워서 보질 못했습니다.
    다만 메스컴에 회자되는 것들만으로 느껴도 상황이 상상이 되는데
    직접적인 피해어린이들은 어땠을지 상상도 하기 싫어지더군요.
    가을이 깊어졌지요?
    그런데물을 그렇게나 많이 마셔요?
    전 물은 안마시고 커피만 하루종일 마셔요. ㅎ~   

  16. Lisa♡

    2011년 10월 13일 at 12:55 오전

    풍경님.

    가을이 되니 풍경님은 더 하시는 일과 어울려요.
    가을 좀 즐기시죠?
    도가니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진 않습니다.
    너무나 만연해 있는 사실들이니까요.
    그런데 제 생각에 안보셔도 될 듯해요.
    우리 다 약자들이 어떤 피해를 입고사는지 알잖아요.
    물 많이 드세요~~좋다잖아요~~ㅎㅎ   

  17. 박산

    2011년 10월 14일 at 5:44 오전

    째지게 좋다고요 …

    대학생 어머니께서

    아무튼 읽는 이도 째지게 즐겁습니다

    저도 물을 엄청 마십니다

    덕분에 배불뚝이 됐습니다만    

  18. Lisa♡

    2011년 10월 14일 at 10:20 오전

    혹시 술은 아니죠?

    저도 물을 상당히 마시거든요.

    오늘은 물대신 우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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