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의 골목골목들을
걸어서 차근차근 구경하기로 작심했다.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역사공원에서 하차한 후
걸어서 신설동 방향으로 올라가니 황학동에서
오래된 잡동사니를 팔던장사판이동묘쪽으로
다 몰려 길게진을 치고 있었다.
사실 살 것은 없는데 그냥 노인들 마냥 소일이랍시고
구경을 해봤다.
사진찍기에도 마땅한 물건들은 없었고
1000원에 파는 옷가지들부터 부서진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내 눈에는 하나도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들을 잔뜩 차려놓고들 있었다.
어디서 모았는지 오래된 핸드폰들의 밧데리부터
사진기들하며 군화에 등산화까지 신던 구두마저.
제일 인기있는 장사가 옷이었다.
공짜로 준다고 고르라고 해도 난 못해~~할만한
옷가지들인데 어떤 중년의 여성은 그 속에서 골랐는지
정말 어울리는 정장 윗도리를 골라 입어본다.
대단한 실력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낚싯대도 팔고 버려야 할만한 골프채도 여러 개.
일제 다이와 입이다..해서 보니 아니다.
손뜨개 모자가 이뻐서 얼마냐고 하니 2000원이란다.
샀다.
동묘는 관우의 제사를 지내는 곳이라는데한적하고
몇 사람만 거닐고 있었고 가운데 중심관은 공사중이다.
낮에 막걸리를 한 잔하는 아저씨들은 모두 정치가다.
아니 정치전문가이다.
정치이야기가 나오니 다들 한마디씩 한다.
"에—그거 5대강 사업 말입니다~~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 무슨 5대강이야~~"
ㅋㅋㅋ
다른 분이 또 이야기한다.
"여자가 시장한다고 말이야~~~"
맞아–소는 누가 키우나…ㅎㅎㅎ
맞장구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그 아저씨
혼자 얼굴 벌개서 낮술한 거 표 팍팍낸다.
근처 콩나물 국밥이나 짜장면들이 주로 2500원을
하고 심지어는 1500원하는 짜장면집도 보인다.
끝까지 걸어가니 청계천과 연결이 된다.
개천을 따라 줄곧 걸어내려와서 동대문까지
와서 다리를 쉰다.
자하드의 동대문 랜드마크는 아직도 공사중이고 주변에
커다란 건물들이 많이 생겨 생소하다.
들어갈 엄두를 내지않고 밖의 커피집에서 커피나
한 잔 마셨다.
들어가면 분명 견물생심이라고 또 뭘 살 것이다.
다닐 때 물은 배낭에 넣고 간편한 차림으로 다닌다.
책 한 권과 물병 하나, 그리고 지갑.
5000원 주고 머플러를 3개 샀다.
누가 쓰던 것이라도 다시 드라이해서 쓰면 깨끗하겠지.
엄청나게 비싼 머플러보다 이런 머플러에 은근 정도 간다.
쟁여놓고 꺼내지도 않는 머플러들이 빽빽하지만
또 재미로 이렇게 산 게 정이 가는 법이다.
걸어다니다보니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인다.
걷기 두 번째이다.
처음엔 남대문을 좀 휘저었다.
김삿갓
2011년 10월 22일 at 4:43 오전
우리집 앞의 단풀들은 잎사귀들이 말라 꼬부라져 흉한데 여기 사진의 단풍나무들은
무척 싱싱하게 보이네요. 암튼 요즈음 고국의 정취가 물씬 담긴 가을 풍경들 잘 보고
있습니다. 대문 사진… 데비드 보위 같이 생긴 사람은 누구?? 좋아 하는’사람? ㅋ
좋은 시간 되세유…구~우벅!!! ^_________^
Lisa♡
2011년 10월 22일 at 4:52 오전
데이빗 보위맞습니다.
말그미
2011년 10월 22일 at 7:45 오전
재미있는 취미와 걷기운동, 일거양덕입니다, 리사님.
박수… 짝짝짝. ^-^
Lisa♡
2011년 10월 22일 at 8:32 오전
말그미님.
네–맞아요.
일거양득요~~
남대문으로 해서
남산으로 게속 걸어봤거든요.
힘은 들었지만 정말 일거양득이었답니다.
청목
2011년 10월 22일 at 9:43 오전
단풍사진이 일품입니다. 구도를 조금 달리하여 찍었더라면 어땠을까…명작이 되었을 듯도 한데…뭐 그렇게 주절거려 보는 거지요.
틱낫한 스님께서 걷는 것도 명상이란 걸 배웠습니다.
단풍 든 길을 걷는 모습을 상상하려니, 어쩐지 엑조틱해 보이는데요. 원래 사상이 좀 불순하다보니…
Lisa♡
2011년 10월 22일 at 10:02 오전
청목님.
걷는 이유는 운동도 있고
안 보이는 여러 곳을 볼 수 있는
잇점도 있지만 걷는내내 명상이랄까
여러가지 자신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별 뾰죽한 수는 없지만 말이죠.
오현기
2011년 10월 22일 at 2:17 오후
걷기에는 조금 붐비고 지저분하고 좀 그런 곳이긴하죠.
‘놀멍쉴멍’ 재밌는 말 한번 사용해도 괜찮죠?
Lisa♡
2011년 10월 22일 at 2:19 오후
괜찮아요….ㅎㅎ
놀멍쉬멍이었답니다.
많이 지저분한데 누가보면
어울리지않는다 하겠지만
그런데로 재미있었답니다.
김삿갓
2011년 10월 22일 at 4:12 오후
1976? 데비드 보위 나왔던 The Man Who Fell To Earth 라는 뮤직 영화를
참 인상 깊게 보았었는데… 혹 아직 안보셨다면 함 보세요. 한국말론 지구로 떨어진
사나이… 외계인이 지구로 떨어져 인간들의 이기적인 사고방식에 결국의 희생
하는? 당하는? 영화였었는데. 제가 젊었어서 그랬는지 암튼 무척 재미나게 봤던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2번 이나… 오늘은 토요일 큰딸래미 차 연료탱크를 들어 내야
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미국차라 엄청 탣크가 크고 구조가 아주 힘들게 되여
있네요…잘 되야 할텐데… 좋은 시간 되세유!!! 아 참 담엔 단풍도 좋치만
서울 거리 사진도 좀… 구~우벅!! ^________^
6BQ5
2011년 10월 22일 at 6:35 오후
좋은 취미 시작 하셨읍니다. 저도 서울에서 10년정도 사업할때 간간이 하던 취미생활 이었고 지난 5월 서울갔을때도 닷새있는동안 하루 날잡아 퇴계로 진양상가 부터시작해서
신성상가 삼풍상가 대림상가 청계상가 거쳐 종로 세운상가 까지 걸어가 보았읍니다.
예전 서울에서 중학생때 취미생활로 전자부품 사러 다니던 추억을 회상하며…
Lisa♡
2011년 10월 22일 at 10:01 오후
삿갓님.
그 영화 보진 않았지만 내용만은 알지요.
포스터도 생각나구요.
그의 영화중에 최고는 뭐니뭐니해도 라비린스가
아닐런지요.
찾을 수 있으면 찾아서 볼께요.ㅎㅎ
차량 연료탱크도 직접?
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그런 남자가 좋은데..미국서 살면
그렇게 되나요? 후후
Lisa♡
2011년 10월 22일 at 10:02 오후
6BQ5님.
그렇게 상가들을….
다니다보니 전자부품 많이 팔더라구요.
저도 시간이 남을 때 마다 서울을 걸어서
뒤집어 보려구요.
홍릉쪽도 옛생각나고 좋다고 하더라구요.
성북동 쪽이 아무래도 재미있긴 해요.
지난 번에 한 번 걸어봤거든요.
다시 언덕배기쪽으로 걸어보려구요.
취미생활로 아주 좋은 것 같네요.
김삿갓
2011년 10월 23일 at 2:17 오전
네 데비드 보위를 좋아 하신다니 기회가 되면 한번 보십시요. 저는 이젠 뽕짝가수
깅용임씨 김수희씨 같은 사람이나 좋아 하지만 라비린스 는 저도 찿아서 함
봐야 겠습니다. 자동차요… 사실 돈벌이가 좋아 센터에 맏기는 게 제일 좋은 거죠…
그러데 요즈음 저는 .궁짜가 조금 끼어서… 센터 갔더니 2400 불 든다꼬 하며 그것도
게런티를 못한다네요…(데쉬에 엔진 체크 라이트가 들어 왔는데…) 그래서 제가 직접
하기로 한겁니다. 보통 자질구래 한건 저도 센터로 가는데 인권비로 왕창 나가는건
제가 집에서 합니다. 고등학교떄 부터 취미로 (저 다닐땐 다들 그랬어서) 자동차 엔진
튜닝 엔진 재생 같은것 해서 불법 경주도 하고 그랬었죠. ㅋ 컴퓨터 조립 하듯이 부품들
사서 자기 취향에 맞는 자동차들도 많이들 만듭니다. 하지만 새차 사는 것 보다 돈이
더 들어 문제지요. ㅋ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벅 ^__________^
Lisa♡
2011년 10월 23일 at 2:36 오전
2400불…직접 해야겠네요.
아무튼 화이팅~~
푸나무
2011년 10월 24일 at 1:11 오후
언제 같이 한번 걸을까요?
멋진 취미가 생기신것 같군요.
Lisa♡
2011년 10월 24일 at 2:30 오후
푸나무님.
언제나 콜하세요.
제가 영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