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
은행잎 치우는 비질 소리에 잠이 깼다.
언제던가 늦은 밤이 지날 무렵 바람이
휘몰아치던 때였어.
굵은 플라타너스 낙엽들이 거친 깡마른
소리를 내며 바람에 날라다닐 때였어.
너와 난 그 소리가 좋았었지.
차 창을 열고 그 소리들을 들었어.
밤이 이슥해서 새벽으로 갈 때까지.
아무도 바람을 건드리지 못할 때였지.
말없이 그냥 어둠만을 응시한 채 바람과
낙엽이 뒹구는 소리를 들었어.
그때가 시월이었나? 아니면 11월이었나.
그것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 우리 사이.
그때 비가 조금씩 이슬처럼 내리기 시작했지.
너는 말했어.
사랑에는 종류가 많다고 말이야.
마음 속으로 하는 사랑도 있다며.
그래서 내가 말했지.
그럼…그냥 술 마시자.
술은 사람을 무정해제시키잖아.
그래서 술을 마셨지.
그리고 가을 속으로 갔어.
낙엽들과 함께.
그게 끝이었나?
아닐거야.
우리에겐 끝이 없잖아.
시작도 없었듯이 말야.
그래서 술을 또 마셨던가?
너는반팔 와이셔츠를 길게 입었더군.
그래서 내가 말했지.
넌 왜 옷을 크게 입니?
좀 있다가 더 클 거라고 하였지.
지금쯤은 많이 컸겠군.
난 너를 위해 푸른 와이셔츠를 샀어.
그리고 코발트색 넥타이도 샀어.
그런데 잃어버렸어.
조명이 눈부시게 빛을 내던 찻집에서 말야.
길을 잃은거지.
누가?
와이셔츠가 말이야.
돌아오지 않았어.
그 가을 언저리에 너를 위해 준비한 게 많았어.
너는 내게 말했어.
어쩌지..
나도 너에게 말했어.
어쩌긴..
넌 내게 말했어.
웃기는 얘길 해달라고.
5개쯤 해줬나?
안 웃더군.
어쩌지..
김술
2011년 10월 27일 at 1:49 오후
가을이 되니
외계인 아지매도 센치해지시네…
그렇게 가을과
겨울 속으로 떠나간
청춘의 사랑이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Lisa♡
2011년 10월 27일 at 2:19 오후
중년의 사랑일 수도 있지…
꼭 그렇게 청춘의 사랑으로만
치부해버리다니..으흐흑~~~
나도 사랑할 수 있다니깐요~~
김술
2011년 10월 27일 at 2:40 오후
ㅎㅎㅎㅎㅎㅎㅎㅎ — 청춘의 사랑
ㅋㅋㅋㅋㅋㅋㅋㅋ — 중년의 사랑
지구인을 사랑한 외계인의 첫 이야기
아니,
외계인을 사랑한 지구인의 이야기
@
@
@
"나무꾼과 선녀"
술 잔을 뿌리치고 들어와도
나름 할 일이 있군요.
Lisa♡
2011년 10월 27일 at 2:43 오후
본래 아닐 것 같은 이들이 더 한다니까…
젠틀하고 멋진 남자들이 거의 조신하고
못생기고 볼품없어뵈는 이들이 바람끼가 있고
여자들도 거의 다 그렇다니까요.
길에서 키쓰하는 고딩들 봐요…100% 다 못생기고
루저같은 애들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