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 근처에 60세 중반의 대머리 아저씨가
힘든지 신문을 깔고 앉아있다.
양복을 입은 채 우리 쪽이 시끄러운지 멀거니
바라보며 늦은 밤 쉬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낙엽비가 함성처럼 쏟아진다.
옆의 친구가 " 와~~ 저봐~~저봐~~"
요즘 산을 가나 길을 가나 낙엽비가 한창이다.
노오란 낙엽 한 장이 아저씨 대머리에 가서
팔랑거리더니 자리를 잡는다.
깻잎머리가 아닌 노란 은행잎 머리다.
수영과 나는 자지러지게 웃는다.
18세 소녀들은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깔깔거린다
했던가?
저녁을 먹고 막 설겆이를끝내는 참이다.
난 점심을 거나하게 먹은터라 고민을 하다가
시누이가 준 울외나나스께의 맛이 어찌나 궁금턴지
물 말은 밥에 나나스께를 막 먹고 일어나는 참이었다.
전화다.
"밥 무거쓰?"
-막 무거쓰~~
"울 서방님과 회를 시키는 중인데 서방님과 올껴?"
-~~~~~~
"워쩔껴?"
-아이 가스나, 좀 2시간만 미리 전화 쫌 하지.
"그려도 와봐~~"
"수영도 오기로 했떠"
아—-미친다.
남편은 그네들이 왜그리 즉흥적이냐고 안가겠단다.
낮에 일자산을 산책했다.
우리동네 일자산은등산이라기엔 아쉽고
산책이라고 하면 딱 좋은 코스이다.
거기엔 늘 뇌성마비 아들을 데리고 오는 어머니도
계시고,화장에 귀걸이를 하고 오는 여자들도 있다.
비스듬히 누워있노라니 낙엽비가그림처럼 내린다.
사진에는 그게 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주변을 맴돌며 주인이 볼러도
갈 생각이 없다.
"야~~배신때리지 말고 빨리와, 쟤가 한눈을 잘 파네"
사람좋아보이는 40대 초반 아저씨가 나무란다.
"주인을 닮은 모양이네요"
다들 웃고만다.
친구들 식사가 거의 끝날즈음 식당으로 들어섰다.
회는 딱 3점만이 남았다.
숙이 시어머니가 같이 사는 동서랑 지금 냉전 중이고
그 집을 나오겠다는 것이 숙이 남편의 성질을 돋군 모양.
요양원도 싫다, 근처 사촌집으로 가겠다가 요지인데
우리는 사촌형 집은 절대 안된다면서 동서편을 들어주었다.
결론은 작은 아파트 일층에 어머님 혼자 사시는 집을 하나
구해주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였는데 그 생각을 미처 못햿다며
아주 반색을 한다.
거동이 용이하고 친구들과도 놀기 좋아하시니 집을 구해주고
일주일에 한 번 도우미를 불러줘라~~로 끝났다.
모든 비용을 다 맡아서 내는 숙이네가 당연히 그런 걱정은
하지않아도 되니 당장 그러겠단다.
노인문제가 쉬운 건 아니다.
여러가지로 복잡한 일인데 서로 불쾌하지않게 잘 처리해야
마음이 편하다.
말그미
2011년 11월 6일 at 3:01 오후
낙엽비!
이름이 아주 낭만적이고 근사하군요, 리사님.
리사님이 작명?
요즘 어딜 가나 ‘낙엽비입니다.
특히 노란 은행나무 낙엽비가…
시어머니 얘기가 아주 심란하게 들립니다.
Lisa♡
2011년 11월 6일 at 11:12 오후
말그미님.
그냥 제가 이름 붙여봤는데
괜찮았나요?
이미 누군가가 썼을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너무 분위기가 있더라구요.
바람에 우수수 깡마른 낙엽이 지는 건…
우리 모두 남의 얘기가 아니죠.
도토리
2011년 11월 7일 at 4:21 오전
젖은 낙엽…아시죠?
어제 길을 걷다가 문득 ‘젖은 낙엽’이 생각났어요.
내가 한 때 ‘젖은 낙엽’이라고 부르던 사람이 무심하게 젖은 낙엽 얘기를 들으며..
함께 걸었어요…^^*
Lisa♡
2011년 11월 7일 at 8:19 오전
젖은 낙엽…ㅎㅎ
운치있죠..
그렇게 불리는 사람이 있었단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