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척해진 산길을 따라 집으로 오기로 했다.
비탈진 길을 엉덩이를 뒤로 빼고 엉거주춤한
모양새로 여유를 부리며 오르는데 보이지 않던
숲에서 검은 점퍼차림의 여자가 검은 카메라를
들고는 들킨 짐승처럼 머뭇거린다.
흐리멍텅한 하늘멀리 지려는 듯 기웃거리는
낙조를 담으려는 제스춰이다.
거의 마흔을 바라보는 노처녀라는 느낌이다.
모른 척 지나치며 아무도 느껴지지 않을 즈음
나도 눈에 가시처럼 걸리는 흐린 낙조를 찍어볼까
스마트 폰을 어줍잖게 꺼내든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그녀만 할까?
몇 년 전 히말라야 근처를 돌다가 다음엔 안나푸르나야“
했던 기억이 있다.
오빠가 뜬금없이 11월이나 12월에 안나푸르나를 가야
겠다면서 은근 내 의중을 떠보는 느낌을 받았다.
같이 가자는 말을 기다리는 게야?
조선일보에서도 12월18일인가 출발한다.
안나푸르나 나도 너무 가고싶다.
하지만 용기가 나질 않고 나로 인해 같이 간 동행들에게
피해를 줄지 몰라 망설여진다.
아직 산을 잘 타는 것도 아니고, 미숙해서 때가 이르다.
물론 쉬운 코스라하고, 오빠가는 편에 끼이면 경비도
해결이 된다.
아…..그러나 내가 가야할 코스는 아직 아닌 것 같다.
우리동네 미스 마플은 현미경만 손에 들지 않았다
뿐이지 거의 사생활을 손바닥보듯이 꿰고 있다.
어제도 누군가의 차에 타려는 순간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서 그 방향으로 쳐다보니 마플여사가 나를
뚫어져라 꼬나보고 있었다.
순간 지은 죄도 없이 뒷골이 서늘해지면서 뭔가가
찝찝해지면서 개운치가 않았다.
왜 언제나 어느 자리나 나타나 사건이 생긴 것도
아닌데 빤히 캐고 있느냐 말이다.
도대체 뭔데? 왜그러는데? 시시때때 늘 마징가Z도
아니면서 번개처럼 나타나느냐고~“`
마플들의 특징은 남 일에 지대한 관심이 많은데
내 보기에 몹시 바쁜 모양인데도 왜 그림자마냥
따라다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날씨가 유례없이 따스하면서 우리집 모기는 극성이다.
벽 틈이나 검은 색 라디오 아래부분, 혹은 문고리,
검은 유리나 교묘한 곳에 붙어있다가 불을 끄면 존재감을
영락없이 표시하는데 놀리는 건지 주로 귓가에서
날개짓을 하며 웽웽거린다.
이 녀석들 탓에 매일 낮에는 눈이 시리고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건강을 해치기도 하겠다.
안나타나면 오히려 기다리기도 하니 이젠 틀림없는
동거인이다.
잡으면 잡았을 때 그 손맛도 느낌이 생길 정도이다.
이래저래 모기와 함께 가는 가을이다.
뗄레야 뗄 수 없는 희귀한 흡혈존재감.
어제 자다가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쳐버린 모기의
마른 시체가 이마에 깨처럼 붙어있다.
벤조
2011년 11월 8일 at 3:46 오전
안 나타나면 기다려지는 동거인? ㅎㅎ
마지막 사진 참 좋습니다.
저런 구름도 있군요…
색연필
2011년 11월 8일 at 7:22 오전
지금 리사님 댁 모기는~
미친 존재감을 넘어서 거의 공포 수준이네요…
음..
전기 콘센트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모기킬러 사용해 보시면 어떨까요? 냄새도 안나고…
효과 만점~!
한국에도 있을텐데…
Lisa♡
2011년 11월 8일 at 7:53 오전
벤조님.
마지막 사진 퍼온건데
몽골이죠?
저긴 저렇대요.
하늘이….부러워요.
Lisa♡
2011년 11월 8일 at 7:54 오전
마쯔님.
(발음 맞나요?)
에프킬러 아무데나 안 팔더군요.
일요일 남편이 3군데를 돌고 돌아
겨우 사왔더라구요.
피우는 거요.
가을이 가긴 하나봐요.
그래도 아직 더워요.
Lisa♡
2011년 11월 8일 at 7:56 오전
색연필님.
공포입니다.
금마들 때문에 요즘 건강이.
그 전기로 하는 거 다들 얘기해서
사로 다니는데 요즘 모기제품이 다
철수했어요.
시중에 다시 나온다는 말이 있어서
구하러 다녀보려구요.
있던 거 다 버렸더니 올해는 완전
극성입니다.
사서 효과보면 말씀드릴께요.
김술
2011년 11월 9일 at 1:25 오전
대체 아직도 모기가 있다는건,
모기들 입장에서 보면
먹을게 그만큼 풍족하다는건데…
세 쌍동이는 미국에 있고
아저씨와 둘이실텐데…
모기가 누구피를 그리 좋아하는건지
지금까지 쌩쌩하게 사는 모기라면
안드로메다에서 온게 틀림 없을 듯.
지구인 피는 몸에 안 맞는게 당근.
푸나무
2011년 11월 9일 at 10:01 오전
대신 내가 가면 안될까요?
우리집 모기도 극성
Lisa♡
2011년 11월 9일 at 3:38 오후
술님.
아무래도 모기들이 겨냥하는 게 나인 듯…
Lisa♡
2011년 11월 9일 at 3:38 오후
푸나무님.
소개라도?
ㅋㅋㅋ….
극성인 모기가 있다는 게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우리만 그런 줄 알다가..
소리울
2011년 11월 11일 at 12:50 오전
북 인도보다 덜 힘든 곳이 안나푸르나란다.
그냥 오빠 따라 나서시오. 공짜로 갈 수 있는 기회는 얼른 잡아야쥐…
복많은 것도 죄냐면서.
정말 북인도보다 덜 힘들다구. 그곳에서 멀쩡했잖아.
내말은 정말이라구.
Lisa♡
2011년 11월 11일 at 12:53 오전
거기보다 덜 힘들다구?
설산을 막 등산하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