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커니 건널목에 목을 빼고 섰다.
손엔축처진 가방과 종이봉투에 든 수분크림.
지나가는 차들의 경적에 누가 차속에서 나를
보기라도 하는 듯 몸에 힘을 꽂꽂하게 준다.
퇴근시간무렵.
지나가는 버스속엔 지친듯한 무표정함과 졸고
있는 사람들, 모든 삶의 관심을 놓아버린 멀뚱한
얼굴들이 창마다 빼곡하다.
저마다 외로울 인생에 뭐그리 살아갈 일들이
급하던지 쓸쓸히 생각해보면 서글퍼진다.
저들도 다 사랑하는 가장이고 귀한 내새끼들.
하루에 지친 저 어리둥절함이 못내 아프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지하철 2번 출구로 나왔다.
걸을 것인가? 택시를 탈 것인가?
나는 잠시 햄릿처럼 고민을 한다.
집까지 걸어서 30분.
구두 속 발가락이 좀은 불편해 한다.
느린 어둠이 습기처럼 내 주위에 스민다.
그 속을 헤치고 나는 걷는다.
오늘 그대 행복했나?
N이 홍대앞에 ‘노스트레스 키친’을 오픈했다.
아니 오픈이라기보다는졸지에 인수한 것이다.
오픈 축하차 사업가로 발 내딛는 그녀를 보러
다녀오는 길이다.
그들과 3시간동안 행복했다.
알 수없는 게 한 치 앞이다.
N이 스파케티집라니…피자집라니…
아니 N이?
상수역 1 번 출구에서 그녀를 만났다.
치아가 가지런하고 고운 D를.
튼튼한 헝겊가방에 그녀는 싱싱하고 성스럽게
하얀 난초화분을 이고지고 와 기다리고 있었다.
공덕역에서 갈아타야 하는 상수행 전철을
몹시 헷갈려한 덕에 적당히 지쳐있었다.
길을 물을 땐 3 사람 이상에게 반드시 물어라.
우리는 홍대입구를 걸어 상상마당 근처로 이동한다.
누군가를 축하하기 위해 가는 길은 늘 그렇듯
상쾌하다.
서울 지하철은 세계제일이다.
늘 그렇게 자부심을 갖고 있다.
화장실엔어딜가나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고
따뜻한 물이 나온다.
지하철 노점인에게 물건을 사지 말라지만 내 탄 동안
나타난 두명 상인의 것을 두 개 다 사고 말았다.
어딨지?
집으로 오는 길에어디선가 본 기사에 명동의 화장품
값이 경쟁으로 60% 이상 세일을 해 기막히게 싸다한
기억에 삼각지에서 환승해서 명동에서 내렸다.
오마이가뜨 명동 6번 출구.
여기가 명동이야? 일본이야? 상해야?
길의 모든 현수막과 입간판엔 몽조리 몽조리 일본어.
지나가는 사람의 70%가 일본인, 20%가 중국인, 10%가
한국인인지 일본말하는 한국인인지 연변인인지 띵하다.
내가 캡슐 속에 든 시대를 거스르는 소외된 사람같다.
붕~~떠서 방향감각을 잃고 어느 매장으로 들어갔다.
순전히 TV에 자주 보이는 남자 연예인 광고 포스터 덕분에
길을 찾아…3300원하는 알로에수딩젤 하나, 13000원하는
막 바를 수분크림 하나를 멍한 가운데 사서 봉투에 넣었다.
전부 1-2만원하는 화장품 밖에 없는데 일본인들은
1인당 100만원어치씩 사간다고 한다.
도꾜? 교토? 오사카? 서울?
돌아오다보니 명동입구에 커다란 일본의류매장이
떡하니 제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김진아
2011년 11월 17일 at 12:38 오전
명동은 티브이 화면으로 잠깐씩 보기만해도 정신이 멍…해지던데요.ㅎㅎ
화장품 값이 싸다니….사본적이 거의 없는 저로서는 거의 무감각.
요즘 버스 타고 곤지암 오가면서, 어깨 마다 짊어진 가장의 책임들,
고단함..연세드신 어머님들의 생활고까지 생각이 많아 집니다.
Lisa♡
2011년 11월 17일 at 12:50 오전
진아님.
가장들을 생각하면 송구스러워집니다.
서로가 위안이 되도록 해야겠어요.
명동에 가끔 나가면(일년에 1-2번)
나는 다른 별에서 온 사람같아요.
혹은 거기가 다른 별이거나.
김술
2011년 11월 17일 at 2:21 오전
정말 리사님은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고
참 사랑스런 분일것 같군요.
언제 명동에 함 가봐야겠군요.
명동 ‘준’에서
죽때리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명동콜’이라는 부대찌게집이
아직 있을지…
증말로 맛있는 집인데
제 입맛으로는 대한민국 최곱니다.
Lisa♡
2011년 11월 17일 at 12:48 오후
술님.
명동 정말 다른나라같더군요.
이제 정말 그런데서 못견디는
사람으로 변했어요.
살아가는건지 악을 쓰는건지
제가 누군지 뭔지 모르겠더라구요.
명동콜이라는 집 가보고싶네요.
정말 서호돈가스도 있나볼 걸..
6BQ5
2011년 11월 17일 at 5:00 오후
한국에서 십여년 사업하는 동안 사무실이 명동 한복판 이었읍니다. 그 기간 동안 느낀것이 약 50 퍼센트에 해당 하는 매장이 육개월 주기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만큼 빨리 변하고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겠지요. 육개월을 버틴 매장은 대개 삼년 정도 있다가 사라 지더군요. 말씀 하신 서호 돈까스 육년전쯤 옛 중국 대사관 자리에서 퇴계로 쪽으로 올라간
곳으로 잠시 옮겼다가 삼사년전 완전히 없어졌읍니다.
김삿갓
2011년 11월 17일 at 11:02 오후
옌전 서울 나갔을떄 세종로 그러니까 세종회관서 덕수궁 쪽으로 혼자 걸어 가는데
갑자기 어떤 말쑥하게 정장 (미국선 대기업 익세큐티브 정도? 옷 차림) 한 중년 남성
이 저 한테 다가와서 일본 말로 혹 여자가 필요 하냐고 묻지를 않나 명동은 예전 부터
일본 사람들이 많았죠. 요즈음은 중국 사람들 까지 합쳐져서 조금 더 그럴 겁니다.
명동 그리고 지하상가 (서울 플라자랑 연결된데) 같은델 걷다 보면 소 상점 주인들이
밖에 나와서 저한테 일본말로 물건 사라고 하는 적도 많았고… 플라쟈 호텔 묵을떄도
보면 일본일들 무쟈게 많습니다. 저야 덕분에 밑에있는 나이트? 암튼 라이브 음악
있는 술집에서… 일본여자 와 아다리 맞아서 그것도 둘씩이나… 나이트 2시에 문닫
을떄 종업원이 손님 조니워카 1병 반 드신것 아시죠??? 그리곤 그여자들과 제 방에
가서 방 바에있는 술 까지 몽창… 허휴 그 방에있는 술값 술집서 술마신 값이랑
비슷 하게 나왔었죠. 담날 밑에 또 갔더니 종업원들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어제밤
잘 지내셨어요?? 하며 묻더군요…ㅋ 젋었을떄도 명동서 어떤 한국 여자 둘이 제가
일본인 인줄 알고 그랬는지 아님 꺼벙하게 생겨서 그랬는지 앞에 와서 쟈파니스?
그래서 영문을 몰라 무슨소린가 하고 응? 물었는데 이여자들이 응? 을 응! 으로
들었는지 다짜고짜로 일본말로 주절주절 대면서 양옆에 팔짱끼고 저를 구 롯데
호텔 꼭대기에 있었던 나이트 로 끌고 올라가 머 어 전 모른척 하고 같이 가서 잘
놀았던 적도 있지요. ㅋㅋ 아마 삐끼들 이였엇던 것 같습니다. 그날은 술을 너무
먹었어서 할수없이 그 호텔에서 잤었는데…숙박비가 하루 3 만원 했었을 적이니까
한참 오래전 야그 입니다…ㅋ 그당시 3만이면 김포-제주 왕복뱅기 값이였었고…
좋은 시간 되세유…. ^__________^ 구우벅!!
Lisa♡
2011년 11월 17일 at 11:55 오후
6BQ5님’
서호돈까스가 없어졌군요.
골목안 낙지집은 그대로 있을런지.
전기구이통닭집은 있는 것 같던데.
요즘 명동은 정말 끔찍해요.
마치 아이돌 가수들 과 나가수로 비교하면
아이돌 가수들 보는 기분요.
난립하는 성형인간들이 가득한 느낌?
명동성당 쪽은 덜 하겠지요.
Lisa♡
2011년 11월 17일 at 11:57 오후
삿갓님.
저도 거의 일본말로 말을 거는 이들이 예전부터
많은 편이랍니다.
어디가면 일본인인 줄 알 때가..남편은 더 하구요.
심지어는 홍콩으로 까지(남편)
요즘은 덜하지만..
술에 관한 부분은 안봤지만 삿갓님이 좀 덜퉁하게
보이는 분인가봐요.
음…좀 쉽게..ㅋㅋㅋ…술에 잘 넘어가게.
그리고 기분파 내지는 돈을 잘 쓰게 보이는 분.
너무 그리보이면 안좋은데..클났네.
근데 그 당시 돈 많았군요.
근데 갑자기 조니워커 블루 마시고 싶네요.
한 잔만….ㅋㅋ 우중충하니까..
김삿갓
2011년 11월 18일 at 2:11 오전
죠니 워커 골드나 블루보담 저는 블랙이 훨 좋습니다… ^________^
새벽 2시 까지 마시고도 아침 (몇시간 후) 에도 직장을 나갈수 있을 정도로
저랑 뒷궁합이 딱 맞는것 같기떄문이죠.
쩐이요?? ㅋ 그저 잘 먹구살수 있었을 정도 였었죠… 왜 그렇찬아요… 모국 간다고
열심히 일해 모아 나가 와장창 쓰고 오는… 그런게 있었지요. 한떄는 기분파도 해봤고..
그래서 지금 고생을 많이 하고 있고….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을 한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는 지금입니다….ㅋ 이궁 사는게 몬지!!! ^________^
좋은 시간 되세유!!! ^_________^
Lisa♡
2011년 11월 18일 at 8:20 오전
ㅎㅎㅎ
무무
2011년 11월 18일 at 9:38 오전
유네스코 한국본부가 명동에 있어 자주 갔더랬는데…
명동교자집…
눈물의 칼국수를 먹은 적이 있지요.ㅎㅎ
Lisa♡
2011년 11월 18일 at 10:30 오전
아….명동칼국수
가고싶네요.
우리동네 그 회사 사장님
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