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어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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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위험하거나 힘들 때 신을 찾는다.

그러나 그 위험이 지나가면 신을 곧 잊는다.

폭풍우때 한 맹세는 잔잔해지면 잊어버리듯이.

나 또한 결혼때 한 서약은 잊은지 이미 오래고

작심삼일의 수많은 맹세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채

공중으로 산산이 부서지고 흩어지고 말았다.

또 한 해가 가고 있다.

어쩌면 올해보다 더 힘들지도 모를 다음 해 이고 재수가

좋다면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한 맹세는 어디로 사라지고 다시 그 자리에

새로운 맹세가 자리잡겠지.

이젠 맹세조차 하지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올 때쯤이면

늘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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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모르는 자가있다고 하자.

사람들은 그 자가 가엾고 불쌍하다고

비록 은혜를 모르더라도 자꾸 적선을 한다.

그런데 은혜를 모르는 자에게 베푸는 행위는

그것 또한 죄악이라고 한다.

살면서 무한정 잘해주려고만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게 잘못된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혹은 자립할 기회를

놓치게 하거나 고마움조차 잊게 한다는 점이다.

언젠가 히말라야 알치에서 너무나 예쁘고 순수한

아이에게 끌린적이 있었다.

이름이 남진이었다.

그 아이 생각에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데려오고싶었고 뭐라도 주고싶었다.

그러나 내가 책임질 수 없는 그 아이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바람을 들게 해서는 안된다는 마음도 들었다.

자신을 감추고 매정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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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있다고 누가 말했다.

가만히 되짚어 내 행동을 보면 그런 면이 없잖아 있다.

누군가에게 잘 해주고 그 상대가 좋아하거나 고마워하면

그런 것에 위안을 받거나 만족을 얻는 것이다.

착한 척…하는 그런 종류.

무한정 착하게 말하거나 남에게 좋은 말만 하는 경우도

싫어하는데 그런 사람들의 경우에 가식적인 면이 있어서다.

그러나 어떤 행위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내가 앞장서고파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구세군냄비라든가 지나가다가나 혹은 식당에 있을 때

들어오는 스님이나 장애우나 연변말을 쓰면서 유학생이라며

뭐라도 하나 사달라고 할 때도 그냥 가만있질 못한다.

지하철에서도 나이드신 분이나 장애우가 뭘 팔면 필요없는

뮬건이라도 꼭 사고야 만다.

지하철공사에서 금지하는 것 중에 하나가 그런 걸 사지 말라는

것인데 이상하게 알면서도 지켜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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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어망전(得魚忘筌).

고기를 잡고나면 고기를 잡게해준 통발을 잊어버린다는

뜻으로 고기를 잡게해준 고마운 통발은 아예 까마득하게

잊고 은혜를 모른다는 뜻이다.

배은망덕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렇듯 우리는 사람속에서 은혜를 모르고 살아갈 때가 많다.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늘 잊고만다.

나는 올해 내게 은혜를 베푼 이들을 잊지는 않았는지

인사나 안부라도 한 번 전해야 하는 건 아닌지.

한 해가 마무리되는 마당에 이런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돌이켜보면 내게 올 한 해는 좋은 일들이 많았다.

여러가지로 많은 이들에게 은혜를 입었음은 당연하다.

하나하나 되짚어가면 혹시 인사가 빠졌나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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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Comments

  1. 말그미

    2011년 12월 10일 at 2:17 오후

    득어망전(得魚忘筌)-
    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은 잊고 사람들은 대개
    자기가 잘 한 줄 알지요.
    저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리사님…   

  2. shlee

    2011년 12월 10일 at 2:44 오후

    헤이리 풍경 ~~
    예뻐요.
    은하철도999~
    옛날 생각나네요.   

  3. TRUDY

    2011년 12월 10일 at 6:37 오후

    버진에어라고 브리디쉬 항공기를 날고 있어요.
    와싱톤 디시에서 샌프란시스코로 5시간 20분정도 걸리며
    지금은 켄사스주를 날고 있네요.

    기내에서 블로그 탐방요..ㅋ 인테넷 사용료가 $12.95
    어디냐고 질문에 대답이 늦었죠?

    영화도 대한항공처럼 무료도 아니거니요.
    공짜로 보여주는 건 완전 재미없어요. ㅠㅠ
    물과 쥬스만 무료고 다 유료죠.

    내부는 짐칸위로 산틋한 보라색 불빛을 온해두고 있는데
    흰색의 인테리어에 보라빛 불빛과 검정색의 가죽 의자가
    안전감과 깔끔한 인상을 줍니다.

    미국내에서 여행할때는 자주 사용 하지만
    인테넷 구입은 처음입니다. 어떤지 시험삼아 구입해 보았는데
    직접 구입 연결을 하는데 승무원한테 묻고 또 묻고..ㅋ

    해피 할로데이스 투유 앤 올~!    

  4. TRUDY

    2011년 12월 10일 at 6:52 오후

    적고보니 내 생각이,,
    기내에서 읽히는 블로그가 대체 몇개나 될까?
    것도 저렴하지 않은 인테넷 사용료 지불해 가면서,, 라는.. 후후   

  5. 나를 찾으며...

    2011년 12월 11일 at 12:28 오전

    글 읽다가 괘아니~
    왜 이리 제 가슴이 찔리는 듯 한지요??
    혹여~
    지 보고 하신 말씀은 아니신거죠?ㅎㅎㅎ

    연말쯤되면 지도 이 생각…저 생각이 들더군요.

    리사님께선..머…늘… 제 편이란 생각도 감히…히힛^^   

  6. Lisa♡

    2011년 12월 11일 at 12:45 오전

    말그미님.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정말 잘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거의 다 모르고 또는 알고도
    잊고 사니까요.
    즐거운 일요일 아침입니다.   

  7. Lisa♡

    2011년 12월 11일 at 12:45 오전

    쉬리님.

    헤이리 좋아하시죠?

    저기 만화 주인공들이
    섞여 있더군요.    

  8. Lisa♡

    2011년 12월 11일 at 12:46 오전

    트루디님.

    미국 비행기들은 그렇게 유료가 많아서
    거의 모든 걸 다 해결해주는 한국에서만
    놀다가 짐도 유료로 부치니 어색하고
    당황하게 되어요.
    그렇지만 이유가 다 있겠지요.
    인터넷을 유료로 하시는데 그 귀한 시간을
    제 블로그 탐방에 쓰셔서 고맙습니다.
    ㅋㅋㅋ……비행기 안에 대한 설명 참 좋네요.   

  9. Lisa♡

    2011년 12월 11일 at 12:48 오전

    나찾님.

    올해가 가기 전에 신세진 분들이나
    적게나마 은혜입은 이들이 있다면
    우리 빨리 안부나 전합시다.
    저도 제게 김치 보내준 분 있는데
    남편과 친한 분 부인이세요.
    오늘 선물이라도 하나 사서 보내려구요.
    나찾님 편 맞아요.   

  10. 빈추

    2011년 12월 15일 at 5:57 오전

    득어망전..
    어느 정치인과 채팅으로 수담을 나누다가 득어망전을 말했었던 기억.
    그 득어망전이라는 사자성어를 수~년만에 리사님 방에서 읽게됨으로써
    새삼 그 깊은 뜻을 다시금 새겨봅니다.    

  11. Lisa♡

    2011년 12월 16일 at 12:09 오전

    아 그 정치인 혹시 이 해박는 ㅊㄱ
    아닙니까?
    지난 번 시집 이야기를 했던 같이…
    득어망전이 살아가는데 참 중요한
    요소같아요.   

  12. 빈추

    2011년 12월 16일 at 1:43 오전

    기억력 짱이십니다.ㅎ   

  13. Lisa♡

    2011년 12월 16일 at 2:58 오전

    아네——그 정도갖고.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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