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걸었다.
새벽부터 걷기 시작해 한없이 걷는 길의 연속이었다.
히말라야의 밤하늘과 새벽녁, 그리고 눈덮힌 설산들과
무섭도록 공포스럽던 눈사태의 굉음, 싱싱하고 솟구치는
계곡물소리, 바람소리,바로 쌓이던 구슬 아이스크림같던
우박눈, 밖보다 더 춥던 롯지, 아침마다 깨우던 "띠—–(Tea)"
하던 셀파들의 소리, 차갑지만 들어가서 나오고 싶지않던
오리털 침낭, 걸을 때가 차라리 나았던 추위..
그러나 지나간 길이 있었듯이 가야할 길이 있었고 어느 새
나는 그 길 위에서 가야할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눈부신 태양 아래, 광활하게도 거대하게도 우뚝 서서
그림처럼 날 내려다보던 안나푸르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어두운 새벽녁 일찍 안나푸르나를 향해 걸어갈 때
아무 생각도 나지않았다.
간밤에 심하게 앓았던 감기의 흔적조차 나를 배제시킬까
두려워서 표시를 감추고 헤드렌턴을 켰다.
정오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착을 했을 때 눈부신
태양은 거만하게 뽐내듯 안나와 마차푸차레를 비추고 있었고
50%는 보지못한다는 그 장엄한 산을 나는 마주하고 있었다.
시간이 멈추고, 바람도 멈추고 모든 앵글이 다 정지한 채
빙글빙글 돌고 있었으며 더 이상은 발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카메라도 얼었고 손도 발도 다 얼었지만 가슴 속에서는 울컥
기쁨과 함께 수없이 죽어간 영혼들이 기억되었다.
많은 이들이 " Very nice view"를 외치며 그 감격 속으로 빠지고
있었으며 한 시간만 지나면 사라질 풍경들에는 서서히 구름이
산을 잠식하고 있었다.
눈부셨다.
아무 생각도 나지않았다.
우리 일행은 16명이었고
11명의 여자와 5명의 남자들이었다.
여자들은 나는 오빠와 한 명은 남편과 그 외에는
단 두 명을 제외하고는 다 혼자 온 여성들이었다.
한 여성은 에베레스트 BC에 갔다가 내려와 바로 합류한
상태였고 킬리만자로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안나푸르나 트래킹은 일반적인 코스가 몇가지 되는데
우리는 가장 길고 험난한 그러나 가면서고산증 적응부터
아름다운 광경들을 다 보는 코스였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비행기로 이동 후, 차를 타고
나야폴로 간다.
나야폴-비레탄티-힐레-티케동가-울레리-고라파니-푼힐
-고라파니-데우렐리-타다파니-촘롱-시누아-도반-히말라야롯지
-데우랄리(3200m)-마차푸차레BC-안나푸르나BC-마차푸차레BC-
도반-밤부-촘롱-지누단타-사울리바잘-나야폴-포카라의 과정이다.
보통 봉사활동이나 안나푸르나 보러간다는 이들이 대부분
푼힐 전망대에서 보고 다 내려간다.
혼자 온 대학생들과 무수히 만났고
혼자서 50여일을 히말라야 전체를 도는 한국인
아저씨들은 거의 네팔인이나 히말라야 산신령이
다 되어있었다.
한국인들이 제일 많이 오고 그 다음이 차이나라고
셀파들이 말해주었다.
내가 만난 외국인들은 주로 네델란드인들과 스웨덴
덴마크등 북유럽인들이 많았고 단 두 명의 일본인을
만났으나 싱가폴에 사는 이들이었다.
미국인은 단 한 명을, 호주인은 기타까지 들고 ABC에서
노래를 부르려고 했지만 고산증으로 가지도 못했다고..
내려오다 만났다.
바로 옆에서 중국인이 죽어 시체가 내 옆에 있었고
헬리콥터가 와서 실어 나르는 일도 있었다.
얼마나 위험한 곳을 다녀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처럼 나도…정말…다시…갈지 모른다.
내려오자마자,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그리운 안나푸르나.
소영
2012년 1월 24일 at 12:28 오후
무사히 잘 다녀오셨군요….축하드립니다…기다리는 내내 약간의 조바심과 걱정…리사님의 상쾌한 에너지가 그리웠습니다….푹쉬시고 올라오는 글과 사진 열심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Lisa♡
2012년 1월 24일 at 12:31 오후
소영님.
그러잖아도 소영님께서
걱정하실 줄 알았습니다…ㅎㅎ
정말 어느 싯점에서 보니 가야할 곳에
제가 있더라구요.
힘들고 어려웠던 여정이지만 재미있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지요.
푸나무
2012년 1월 24일 at 12:53 오후
이따아아아아만한
부러움을가지고 귀환을 환영함!!!!
하라그랜
2012년 1월 24일 at 12:56 오후
용하십니다. 축하드립니다.
나이를 이길 장사는 없다던가?
푹 쉬세요. 건강 유의하시고
Lisa♡
2012년 1월 24일 at 2:37 오후
푸나무님.
살 항 개도 안빠지고
그대롭니다.
뭥미?
이게///// 항 개도 힘 안들었나봐요.
워낙 요리사가 따라다니니….하여간..
으휴~~완주는 했습니다.
ABC엔 선두그룹으로 도착을…ㅎㅎ
Lisa♡
2012년 1월 24일 at 2:38 오후
하라그랜님.
우리 일행들이 10대 한 명
20대 두 명, 30대 세 명, 40대 4명.
50대 다섯명이었답니다.
앗..60대 우라버니 한 분 있었구요.
아무튼 나이랑 뭐랑 건강이랑 상관없는 게
고산트래킹입니다.
고산증이 가장 강적입니다.
말그미
2012년 1월 24일 at 8:21 오후
안나푸르나 트레킹이라니요, 리사님?
참으로 용감하십니다.
살 항개도 안 빠지고 지니신 기술 까정?
애를 정말 많이도 쓰셨을 텐데…
참 용하십니다.
깨달음(인회)
2012년 1월 25일 at 12:21 오전
여행이나 트레킹하면서는 절대로 감량은 안되더군요.
제가 연이년에걸쳐 티벳트레킹을 하면서 느낀것입니다.
먹는게 남는거다 하면서…먹어야지 견딜수있다 이러면서 먹은것만큼은 빠진다..이런면서 걷는것이 오지트레킹이었습니다.
저도 곧 그곳을 갈터인데….
트레킹 즐거우셨겠습니다.
바위섬
2012년 1월 25일 at 12:54 오전
리사님~무사히 다녀오셨군요^^
도전은 아름다운것이라는 것을 실감하셨겠네요
축하해요
Lisa♡
2012년 1월 25일 at 2:34 오전
말그미님.
잘 먹지 않으면 체력이 딸려서 못갈 것 같아
늘 잘 먹게 됩니다.
하루에 8-10시간을 걸으니 그런데 신경이 많이
쓰이거든요.
ㅎㅎㅎ…그래서인지 먹은만큼만 빠지고 더 이상은
빠지면 힘이 딸려서 …그대롭니다.
기술인가?
아무튼..그런 기대는 미치지 못하고 왔네요..^^*
Lisa♡
2012년 1월 25일 at 2:36 오전
깨달음님.
티벳요~~와아~~ 대충 그려집니다.
저도 티벳은 그냥 여행 정도로만 가봤구요.
그때 다람샬라에서 어느 남자분이 새벽에
나가서 나타나지 않았는데 하루종일 있다가
나타나서는 혼자 트래킹을 하고 왔다고 했어요.
무슨 캠프까지 갔다고 했어요.
곧 가신다구요?
그럼 3,4월이면 랄리루라스 꽃이 천지를 뒤엎을
때이니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끽하시겠습니다.
저도 그때 다시 가고파요~~~헤헤.
Lisa♡
2012년 1월 25일 at 2:37 오전
바위섬님.
무사히..정말입니다.
우종형과 한 번 가셔요~~
제가 프라이빗하게 다녀오는 법을
터득하고 왔거든요.
알려드릴께요.
도토리
2012년 1월 25일 at 6:30 오전
잘 다녀오셨군요.
축하합니다…!!!!!!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상상만 해도 덩달아 좋습니다.
계속 사진과 여행기 기대하겠습니당..^^
Lisa♡
2012년 1월 25일 at 6:51 오전
도토리님.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닌 산입니다.
대단하더군요.
8000미터 정도의 산들에 둘러싸여
있는 나는 하나의 점이었지요.
네–계속 올릴께요.
리나아
2012년 1월 25일 at 4:35 오후
와 무사히 무사히 ..
잘다녀온것같아 반갑네요~~
귀걸이를 귀바퀴전체에 둘러 귀 뚫어 주렁주렁 매단 할머니도 보니 즐겁고..
트래킹..
말만들어도 힘이 들어보이는데.. 추운데 하여간 수고많았어요
강 대식
2012년 1월 25일 at 10:39 오후
담아갑니다/감사합니다
Lisa♡
2012년 1월 25일 at 11:56 오후
리나아님.
무사히….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무사히..다녀오는 곳이 아닐 수 있더군요.
Lisa♡
2012년 1월 25일 at 11:56 오후
강대식씨….고맙습니다.
강정애
2012년 1월 26일 at 7:46 오전
드디어 !무사귀환 하셨군요!
리사님 ! 갈채를 보냅니다
많이 고생하셨지요?
갈라진 입술
얼어서 푸르죽죽한 얼굴이
아름다워요
고난도의 수행을 끝낸 수녀님같이
시험공부로 몇날밤을 새운 고시생같기도 한ㅡ
세속의 모든 걸 내려놓고
자연의 정기로 가득채운
보람과 긍지로 충만한 얼굴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리사님!
오늘 안나푸르나 소식
제 1탄만 먼저 보고
내일 부터 는 매일 출석할게요
Lisa♡
2012년 1월 26일 at 2:41 오후
강정애님.
반갑습니다.
무사귀환 맞습니다.
옆에서 사람이 죽었으니까요.
정말 기가 막히더라구요.
그렇게 고상증이 무섭습니다.
정말 앞으로 더 어려운 일에 도전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 어떤 일도 말이지요.
걷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아요.
춥고 높고 그게 문제이지요.ㅎㅎ
비풍초
2012년 1월 27일 at 5:02 오전
고산증 피하고 잘 다녀오셨네요.
저는 뭐 한라산이나 갈까 합니다. ㅎㅎ
Lisa♡
2012년 1월 27일 at 8:30 오전
비풍초님 생각했어요.
오셨으면 사진을 얼마나 잘 찍으셨을까..
하고 말이지요.
오현기
2012년 1월 29일 at 8:33 오전
재밌는 글… 멋진 사진들… 잘 보았습니다.
실제 가보면 사진보다도 훨씬 장엄하고 멋진 곳이라는 것 잘 알지요.
정말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Lisa♡
2012년 1월 29일 at 11:00 오전
현기님.
강추닙니다.
현기님 정도면 충분하고 남습니다.
김현수
2012년 2월 2일 at 7:26 오전
아니, 리사님께서 안나푸르나를 정복하신겁니까?
놀라운 일이네요.ㅎㅎ,
맨위의 사진이 리사님인가?!
살은 안빠졌는지는 몰라도 얼굴은 30대의 건강미가 엿보입니다.
리사님의 열정적인 도전정신에 찬사를 보냅니다. Fighting !!
Lisa♡
2012년 2월 2일 at 1:54 오후
현수님.
제 사진없습니다.
제일 위의 사진 10대 사진입니다..ㅎㅎ
감사합니다
2012년 2월 18일 at 12:37 오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안나푸르나를 너무 가고 싶은 39살 여성입니다. 정보를 찾다 보니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조선.com"에 일부러 가입하여 글을 남깁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메일 하나 부탁드립니다. 제가 조선.com에는 잘 들어오지 않아서요.;;; oldbigtree@daum.net 감사합니다. *^^*
Lisa♡
2012년 2월 21일 at 7:03 오전
메일드렸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