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트래킹을 마치고..

네팔 1404.JPG

걷고 또 걸었다.

새벽부터 걷기 시작해 한없이 걷는 길의 연속이었다.

히말라야의 밤하늘과 새벽녁, 그리고 눈덮힌 설산들과

무섭도록 공포스럽던 눈사태의 굉음, 싱싱하고 솟구치는

계곡물소리, 바람소리,바로 쌓이던 구슬 아이스크림같던

우박눈, 밖보다 더 춥던 롯지, 아침마다 깨우던 "띠—–(Tea)"

하던 셀파들의 소리, 차갑지만 들어가서 나오고 싶지않던

오리털 침낭, 걸을 때가 차라리 나았던 추위..

그러나 지나간 길이 있었듯이 가야할 길이 있었고 어느 새

나는 그 길 위에서 가야할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눈부신 태양 아래, 광활하게도 거대하게도 우뚝 서서

그림처럼 날 내려다보던 안나푸르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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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새벽녁 일찍 안나푸르나를 향해 걸어갈 때

아무 생각도 나지않았다.

간밤에 심하게 앓았던 감기의 흔적조차 나를 배제시킬까

두려워서 표시를 감추고 헤드렌턴을 켰다.

정오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착을 했을 때 눈부신

태양은 거만하게 뽐내듯 안나와 마차푸차레를 비추고 있었고

50%는 보지못한다는 그 장엄한 산을 나는 마주하고 있었다.

시간이 멈추고, 바람도 멈추고 모든 앵글이 다 정지한 채

빙글빙글 돌고 있었으며 더 이상은 발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카메라도 얼었고 손도 발도 다 얼었지만 가슴 속에서는 울컥

기쁨과 함께 수없이 죽어간 영혼들이 기억되었다.

많은 이들이 " Very nice view"를 외치며 그 감격 속으로 빠지고

있었으며 한 시간만 지나면 사라질 풍경들에는 서서히 구름이

산을 잠식하고 있었다.

눈부셨다.

아무 생각도 나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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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16명이었고

11명의 여자와 5명의 남자들이었다.

여자들은 나는 오빠와 한 명은 남편과 그 외에는

단 두 명을 제외하고는 다 혼자 온 여성들이었다.

한 여성은 에베레스트 BC에 갔다가 내려와 바로 합류한

상태였고 킬리만자로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안나푸르나 트래킹은 일반적인 코스가 몇가지 되는데

우리는 가장 길고 험난한 그러나 가면서고산증 적응부터

아름다운 광경들을 다 보는 코스였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비행기로 이동 후, 차를 타고

나야폴로 간다.

나야폴-비레탄티-힐레-티케동가-울레리-고라파니-푼힐

-고라파니-데우렐리-타다파니-촘롱-시누아-도반-히말라야롯지

-데우랄리(3200m)-마차푸차레BC-안나푸르나BC-마차푸차레BC-

도반-밤부-촘롱-지누단타-사울리바잘-나야폴-포카라의 과정이다.

보통 봉사활동이나 안나푸르나 보러간다는 이들이 대부분

푼힐 전망대에서 보고 다 내려간다.

네팔 748.JPG

혼자 온 대학생들과 무수히 만났고

혼자서 50여일을 히말라야 전체를 도는 한국인

아저씨들은 거의 네팔인이나 히말라야 산신령이

다 되어있었다.

한국인들이 제일 많이 오고 그 다음이 차이나라고

셀파들이 말해주었다.

내가 만난 외국인들은 주로 네델란드인들과 스웨덴

덴마크등 북유럽인들이 많았고 단 두 명의 일본인을

만났으나 싱가폴에 사는 이들이었다.

미국인은 단 한 명을, 호주인은 기타까지 들고 ABC에서

노래를 부르려고 했지만 고산증으로 가지도 못했다고..

내려오다 만났다.

바로 옆에서 중국인이 죽어 시체가 내 옆에 있었고

헬리콥터가 와서 실어 나르는 일도 있었다.

얼마나 위험한 곳을 다녀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처럼 나도…정말…다시…갈지 모른다.

내려오자마자,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그리운 안나푸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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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Comments

  1. 소영

    2012년 1월 24일 at 12:28 오후

    무사히 잘 다녀오셨군요….축하드립니다…기다리는 내내 약간의 조바심과 걱정…리사님의 상쾌한 에너지가 그리웠습니다….푹쉬시고 올라오는 글과 사진 열심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 Lisa♡

    2012년 1월 24일 at 12:31 오후

    소영님.

    그러잖아도 소영님께서
    걱정하실 줄 알았습니다…ㅎㅎ
    정말 어느 싯점에서 보니 가야할 곳에
    제가 있더라구요.
    힘들고 어려웠던 여정이지만 재미있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지요.   

  3. 푸나무

    2012년 1월 24일 at 12:53 오후

    이따아아아아만한
    부러움을가지고 귀환을 환영함!!!!    

  4. 하라그랜

    2012년 1월 24일 at 12:56 오후

    용하십니다. 축하드립니다.
    나이를 이길 장사는 없다던가?
    푹 쉬세요. 건강 유의하시고   

  5. Lisa♡

    2012년 1월 24일 at 2:37 오후

    푸나무님.

    살 항 개도 안빠지고
    그대롭니다.
    뭥미?
    이게///// 항 개도 힘 안들었나봐요.
    워낙 요리사가 따라다니니….하여간..
    으휴~~완주는 했습니다.
    ABC엔 선두그룹으로 도착을…ㅎㅎ   

  6. Lisa♡

    2012년 1월 24일 at 2:38 오후

    하라그랜님.

    우리 일행들이 10대 한 명
    20대 두 명, 30대 세 명, 40대 4명.
    50대 다섯명이었답니다.
    앗..60대 우라버니 한 분 있었구요.
    아무튼 나이랑 뭐랑 건강이랑 상관없는 게
    고산트래킹입니다.
    고산증이 가장 강적입니다.   

  7. 말그미

    2012년 1월 24일 at 8:21 오후

    안나푸르나 트레킹이라니요, 리사님?
    참으로 용감하십니다.
    살 항개도 안 빠지고 지니신 기술 까정?
    애를 정말 많이도 쓰셨을 텐데…
    참 용하십니다.    

  8. 깨달음(인회)

    2012년 1월 25일 at 12:21 오전

    여행이나 트레킹하면서는 절대로 감량은 안되더군요.
    제가 연이년에걸쳐 티벳트레킹을 하면서 느낀것입니다.
    먹는게 남는거다 하면서…먹어야지 견딜수있다 이러면서 먹은것만큼은 빠진다..이런면서 걷는것이 오지트레킹이었습니다.
    저도 곧 그곳을 갈터인데….
    트레킹 즐거우셨겠습니다.

       

  9. 바위섬

    2012년 1월 25일 at 12:54 오전

    리사님~무사히 다녀오셨군요^^

    도전은 아름다운것이라는 것을 실감하셨겠네요

    축하해요   

  10. Lisa♡

    2012년 1월 25일 at 2:34 오전

    말그미님.

    잘 먹지 않으면 체력이 딸려서 못갈 것 같아
    늘 잘 먹게 됩니다.
    하루에 8-10시간을 걸으니 그런데 신경이 많이
    쓰이거든요.
    ㅎㅎㅎ…그래서인지 먹은만큼만 빠지고 더 이상은
    빠지면 힘이 딸려서 …그대롭니다.
    기술인가?
    아무튼..그런 기대는 미치지 못하고 왔네요..^^*   

  11. Lisa♡

    2012년 1월 25일 at 2:36 오전

    깨달음님.

    티벳요~~와아~~ 대충 그려집니다.
    저도 티벳은 그냥 여행 정도로만 가봤구요.
    그때 다람샬라에서 어느 남자분이 새벽에
    나가서 나타나지 않았는데 하루종일 있다가
    나타나서는 혼자 트래킹을 하고 왔다고 했어요.
    무슨 캠프까지 갔다고 했어요.
    곧 가신다구요?
    그럼 3,4월이면 랄리루라스 꽃이 천지를 뒤엎을
    때이니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끽하시겠습니다.
    저도 그때 다시 가고파요~~~헤헤.   

  12. Lisa♡

    2012년 1월 25일 at 2:37 오전

    바위섬님.

    무사히..정말입니다.

    우종형과 한 번 가셔요~~
    제가 프라이빗하게 다녀오는 법을
    터득하고 왔거든요.
    알려드릴께요.   

  13. 도토리

    2012년 1월 25일 at 6:30 오전

    잘 다녀오셨군요.
    축하합니다…!!!!!!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상상만 해도 덩달아 좋습니다.
    계속 사진과 여행기 기대하겠습니당..^^   

  14. Lisa♡

    2012년 1월 25일 at 6:51 오전

    도토리님.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닌 산입니다.
    대단하더군요.
    8000미터 정도의 산들에 둘러싸여
    있는 나는 하나의 점이었지요.
    네–계속 올릴께요.   

  15. 리나아

    2012년 1월 25일 at 4:35 오후

    와 무사히 무사히 ..
    잘다녀온것같아 반갑네요~~
    귀걸이를 귀바퀴전체에 둘러 귀 뚫어 주렁주렁 매단 할머니도 보니 즐겁고..
    트래킹..
    말만들어도 힘이 들어보이는데.. 추운데 하여간 수고많았어요   

  16. 강 대식

    2012년 1월 25일 at 10:39 오후

    담아갑니다/감사합니다   

  17. Lisa♡

    2012년 1월 25일 at 11:56 오후

    리나아님.

    무사히….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무사히..다녀오는 곳이 아닐 수 있더군요.   

  18. Lisa♡

    2012년 1월 25일 at 11:56 오후

    강대식씨….고맙습니다.
       

  19. 강정애

    2012년 1월 26일 at 7:46 오전

    드디어 !무사귀환 하셨군요!
    리사님 ! 갈채를 보냅니다
    많이 고생하셨지요?
    갈라진 입술
    얼어서 푸르죽죽한 얼굴이
    아름다워요
    고난도의 수행을 끝낸 수녀님같이
    시험공부로 몇날밤을 새운 고시생같기도 한ㅡ
    세속의 모든 걸 내려놓고
    자연의 정기로 가득채운
    보람과 긍지로 충만한 얼굴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리사님!
    오늘 안나푸르나 소식
    제 1탄만 먼저 보고
    내일 부터 는 매일 출석할게요   

  20. Lisa♡

    2012년 1월 26일 at 2:41 오후

    강정애님.

    반갑습니다.
    무사귀환 맞습니다.
    옆에서 사람이 죽었으니까요.
    정말 기가 막히더라구요.
    그렇게 고상증이 무섭습니다.
    정말 앞으로 더 어려운 일에 도전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 어떤 일도 말이지요.
    걷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아요.
    춥고 높고 그게 문제이지요.ㅎㅎ   

  21. 비풍초

    2012년 1월 27일 at 5:02 오전

    고산증 피하고 잘 다녀오셨네요.

    저는 뭐 한라산이나 갈까 합니다. ㅎㅎ   

  22. Lisa♡

    2012년 1월 27일 at 8:30 오전

    비풍초님 생각했어요.
    오셨으면 사진을 얼마나 잘 찍으셨을까..
    하고 말이지요.   

  23. 오현기

    2012년 1월 29일 at 8:33 오전

    재밌는 글… 멋진 사진들… 잘 보았습니다.
    실제 가보면 사진보다도 훨씬 장엄하고 멋진 곳이라는 것 잘 알지요.
    정말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24. Lisa♡

    2012년 1월 29일 at 11:00 오전

    현기님.

    강추닙니다.

    현기님 정도면 충분하고 남습니다.   

  25. 김현수

    2012년 2월 2일 at 7:26 오전

    아니, 리사님께서 안나푸르나를 정복하신겁니까?
    놀라운 일이네요.ㅎㅎ,
    맨위의 사진이 리사님인가?!
    살은 안빠졌는지는 몰라도 얼굴은 30대의 건강미가 엿보입니다.
    리사님의 열정적인 도전정신에 찬사를 보냅니다. Fighting !!   

  26. Lisa♡

    2012년 2월 2일 at 1:54 오후

    현수님.

    제 사진없습니다.

    제일 위의 사진 10대 사진입니다..ㅎㅎ   

  27. 감사합니다

    2012년 2월 18일 at 12:37 오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안나푸르나를 너무 가고 싶은 39살 여성입니다. 정보를 찾다 보니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조선.com"에 일부러 가입하여 글을 남깁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메일 하나 부탁드립니다. 제가 조선.com에는 잘 들어오지 않아서요.;;; oldbigtree@daum.net 감사합니다. *^^*   

  28. Lisa♡

    2012년 2월 21일 at 7:03 오전

    메일드렸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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