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회

네팔 964.JPG

잇몸이 오자마자 퉁퉁 부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계속 먹고잔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확실히 이젠

나이 든 축에 속한다는 걸 알았다.

20,30대들이 주축인 멤버들 중에

내가 낄 자리는 없었다.

사진을 찍어도 그들이 예쁘고, 어딜가나

시선을 붙잡는 건 그들이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나 또한

카메라가 그들에게만 돌아갔다.

하는 짓도 예쁘고 보기만해도 싱그러웠다.

네팔 812.JPG

여행에서 돌아오니 5권의 책이기다리고 있었다.

올리뷰 무작위 책추첨에 당첨된 것이다.

아무래도 올해는 운이 작년보다 더 좋을래나보다.

오빠는 앞으로 너의 건강은 입증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어디가서 안나트레킹은 자랑할만 한 것이라고 누누하게

설명을 하고 또 한다.

언니들은 내가 오기를 기다렸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사실은 언니들도 가야하는데 고산증세가 심한 작은 언니는

그야말로 등산광이지만 가질 못했다.

큰언니는 다리가 아파 오래걷지 못하니 고산증세는 없어도

못가는 것이구 나만 다행하게도 둘 다 어중간한 상태라

다녀오게 된 것이다.

언니들을 위해 히말라야 커피와 야크치즈, 다질링홍차와

야생꿀을 준비했다.

네팔 1139.JPG

나에 대한 신체적 정비를 할필요성을 깨달았다.

이번 여행에 가보니 하나같이 다 날씬했고 다들 운동광이었다.

한 57년생 여성은 스카이다이빙까지 해봤다고 했다.

58년생 여성은 산악자전거에 내 룸메는 암벽타기에

10년이 넘는 수영에 뭐 대단한 스포츠맨이었다.

나만 물컹거리는 살을 안고 사는 물렁이였다.

32살의 연씨도 패더글라이딩을 하고 다들 대단했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동네 산이라도 열심히 다녀볼 계획을

세워본다.

이상한 건 늘 허리가 아팠다.

네팔에 가 있는동안허리가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

운동부족이란 말이련가?

다음 계획은 중국의 호도협이다.

세계 3대 트래킹 코스에 속한다.

네팔 915.JPG

3명의 세르파 중에 한 명은 ‘수만’이다.

늘 웃는 얼굴에 이쁘게 생겼고 등산화 대신

러닝화를 신고 다닌다.

다른 한 명은 ‘빔’으로 늘 나와 같이 걸었다.

수만과 사촌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내가 날진 물통을 올 때 주니까 고마워하며

영원히 잊지 못할 거라며 날진을 볼 때마다

나를 기억하겠다고 했다.

마지막 한 명은 ‘빠담’인데 에스키모인처럼

보인다는 나의 말에 다들 배꼽잡았다.

빠담과 빔은 두바이에 각 8년과 4년을 일하러

갔었는데 무지 고생을 했고 돈도 많이 벌지도

못하고 더워서 허덕이다가 돌아왔다고 한다.

두바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방송을

본 적이 있기에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한국만큼 돈을 많이 주는 나라도 없고 한국에

들어오기는 경쟁률이1/100 이라고 한다.

네팔 739.JPG

20 Comments

  1. milky way

    2012년 1월 26일 at 7:40 오전

    멋진 산행기 계속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내내
    참 많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오래도록 산행하실 수 있게 늘 건강하세요..

       

  2. まつ

    2012년 1월 26일 at 7:42 오전

    누가 운동광이고, 더 날씬하고, 더 탱탱한들,
    안나프루나 트래킹을 할 수 있었던 리사님은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지요.^^

    저런 곳에 가고싶어도
    여러가지 이유로 갈 수 없는 사람이 세상에는 더 많잖아요.
    힘들여 찍으신 사진도 잘보았고,
    맛깔난 이야기도 잘 읽었습니다.

    힘든 여행을 하고나면
    종교 하나를 마음에 안고오는 기분인데, 공감하실지요? ^^
       

  3. Lisa♡

    2012년 1월 26일 at 7:46 오전

    은하수님.

    밤하늘에 별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하나씩 유성이 지듯이 별이 낙하하더라구요.
    가득 찬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실 너무나 가슴이 벅찼습니다.   

  4. Lisa♡

    2012년 1월 26일 at 7:47 오전

    마쯔님.

    거긴 개가 야생 개인데 아주 많고 천국입니다.
    우리를 계속 따라 다니고 종일 걸어요.
    아마 나중에 우리 차에 들러붙지 않을까 걱정했답니다.
    물리지만 않으면 정말 착한 개들이었는데 그들도
    지들끼리 영역싸움을 하더군요.

    종교 하나 안고 왔습니다.
    떨치기 힘든 종교입니다.   

  5. 오공

    2012년 1월 26일 at 9:18 오전

    마차푸차레랑 안개 낀 설경이 너무 멋집니다.
    근데 설마 벌써 ‘소회’라니
    설마 안나푸르나 여행기가 끝난 건 아니지요?

    글 읽느라 바빠서
    사진은 방금 다시 찬찬히 또 보았습니다.
    씻지도 못하고, 힘들고…
    저의 안나푸르나는 리사님 덕에 여행한 걸로 하기로 했으니^^;
    쭈욱~ 여행기 써 주실거죠?^^*   

  6. Lisa♡

    2012년 1월 26일 at 9:37 오전

    오공양….그러지용~~

    매일이 소회입니다.
    그리움과 편안함이 한데 뭉쳐서.

    사진을 다 올리지 못하는 게 아쉽기만.
    카메라가 얼어서 나온 사진도 올리려구요.
    그리고 덴마크 킹카들도 올려야 하고…
    11일까지 있으니..빨리 헥헥거리며 써야해요.   

  7. 무무

    2012년 1월 26일 at 10:04 오전

    친정엄마도 허리 아프신데 공기좋은데(일본 자오온천근처-국립공원)가면
    괜찮아지신데요. 언니는 병원 처방이 운동 오로지 운동이라던데요.

    그러니 공기 좋은 그곳에서 운동하셨으니까
    허리 안아프신것도 아주 근거 없는게 아니예요.   

  8. 김진아

    2012년 1월 26일 at 10:50 오전

    오공님 덕분으로..ㅎㅎ
    아직도 기대 두근 하며 하루를 즐겁게 지낼 이유가 생겼네요. 적어도 11일까지는요..^^

       

  9. Lisa♡

    2012년 1월 26일 at 10:50 오전

    무무님…그렇군요.

    여행만하고 좋은 곳에 살면
    아픈 곳도 다 사라지겠죠.
    어머님이나 저나…크크크.   

  10. Lisa♡

    2012년 1월 26일 at 10:51 오전

    진아님.

    그러네요~~

    빨리빨리 올릴께요~~^^*   

  11. 밤과꿈

    2012년 1월 26일 at 11:35 오전

    단숨에 다 읽고 보고 느꼈습니다^^*

    10년전만해도 부럽기도하련만 이젠 그렇지 못하니 세월 탓인가요……..ㅋㅋ
    정말이라니까요~

    부러운 건 그만두고라도 열정이라도 있어야하는데
    이젠 북한산 가기도 귀차니즘에 빠져버렸으니 이거야 원…..

    겉모습과는 전혀 달리 기운 센 천하장사가 되어 돌아오셨으니
    귀국 파티 성대하게 열어 봅시다~~~~히힛
       

  12. Lisa♡

    2012년 1월 26일 at 12:24 오후

    밤과꿈님.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평소에 산에
    자주 가시잖아요.
    고산증 적응만 되면 충분합니다.
    체력과~~~할수 있다니까~~~   

  13. 뽈송

    2012년 1월 27일 at 3:10 오전

    젊음 그자체가 아름다움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 저도 그리 오래 전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은 말하는 것도 이쁘고 행동 하나하나가 돋보이지요.   

  14. 밤과꿈

    2012년 1월 27일 at 4:22 오전

    맞아요~
    걷는 건 그다지 힘들어 뵈진 않는데 그 고산증을 극복하기가 어렵죠…

    중국 아미산엘 갔을 땐데 3천미터에서 한 30미터쯤될까…..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더니 헉! 숨이 막히더군요~

    대단한 리사님 홧팅!   

  15. 비비아나

    2012년 1월 28일 at 6:50 오후

    몰래 눈팅으로 모두 읽으면서 리사님께
    경의로운 마음을 보냈습니다.
    절대 나이 많은것 아니니 앞으로도 더 열심히 걸으십시요.
    이 나이의 나도 도전해 보고 싶은데 나이를 생각 하시다니……
    힘내시고 또 다음 여행을 기대 합니다.   

  16. Lisa♡

    2012년 1월 29일 at 12:18 오전

    뽈송님.

    다들 나이가 들면서 젊음을 얘기할 때
    정말 몰랐다가 저도 나이가 들면서 젊음이
    그렇게 싱싱하고 아름다운 줄 알게 되었지요.
    이번에 보니 젊은 이들이 다르긴 다르고
    마주치는 모든 도전자들이 다 20살 초의
    대학생들이라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 열정으로만 살아간다면 무언들 못하리
    싶은 생각이 들면서 말입니다.   

  17. Lisa♡

    2012년 1월 29일 at 12:20 오전

    밤과꿈님.

    고산증이 무섭다고 하네요.
    어떤 이는 와서 한 달간 치료를 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적응을 잘 해나가면 그리 크게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팀들도 100% 다 성공했는 걸요.
    천천히 걷고 물만 많이 마시면 약도 안먹어도 되구요.
    밤과꿈님은 가셔도 충분한데…
    제일 많이 오는 나이가 60대 초반이랍니다.   

  18. Lisa♡

    2012년 1월 29일 at 12:21 오전

    비비아님.

    반갑습니다.
    많이 걸으려고 합니다.
    나이를 떠나 걷는 게 가장 좋은
    건강지킴이기 때문이지요.
    건강하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구요.
    비비아나님도 내내 건강하세요.   

  19. 강정애

    2012년 1월 30일 at 6:39 오전

    리사님!
    젊고싱싱한 일행들 바라보는
    리사님 마음
    알고도 남아요
    그렇지만 리사님
    안나푸루르나 트레킹을
    성공적으로 끝내신 리사님
    자부심을 가지세요
    리사님
    벌써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계시다구요?
    중국의 호도협?
    그런 체력을 가지고
    대체 누굴 부러워한담!   

  20. Lisa♡

    2012년 1월 30일 at 8:20 오전

    강정애님.

    호도협은 체력은 되고도 남구요.
    다만 경비가 조달되는대로….
    눈치를 봐야해요.
    체력은 어느 누구보다도 짱입니다.
    체력갖고 부러워하는 건 없꾸요~~흑흑
    다른 겁니다.
    처지는 피부~~으왕~~~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