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즐링을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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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름간 제주를 돌고 온 이교수가

제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2월 둘째주에

다시 간다고 같이 가잔다.

콜~~

게스트하우스에 자도 되겠냐고 묻는다.

아무렴 빙판이던 화장실보다 더 하려구.

뜨거운 물도 나오지않던 호텔보다야 낫겠지.

눈꽃을 다시 보고파서 못살겠단다.

맞다, 눈꽃은 한국의 설악산이나 한라산이나

덕유산이나 소백산이 최고지..아암~~

매일 설악산 대청봉을 10일간 오르내린 것과

마찬가지라던 우리 일행이 어딘들 못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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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을 돌아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번 주 까지는 제대로 정신 차리기 힘들 것이다.

할일이 태산이다.

멍때리고 그냥 있다가는 허송세월만 보낸다.

보통 여행 후 바로 일상에 돌입하던 때와는 달리

완전가득찬 공허함이 나를 메우고 있다.

어젯밤에 ‘밤으로의 긴 여로’를 좀 읽다가 잤다.

유진 오닐의 슬픔이 첫장부터 확 끼치는 걸 체험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아픔이나 슬픔이 좀 더 가까이서

느껴질 것 같다는 예감이다.

나는 슬프고 싶지않다.

하지만 남의 그런 슬픔을 알아주고픈 인간이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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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커피를 마시고

히말라야 야크치즈를 먹으며

그 시간들을 반추한다.

행복하다.

일반적인 문화여행보다 이런 여행이

아무래도 값지다는 걸 알았다.

다즐링은 본레 네팔의땅이었다가 인도에게

빼앗긴 땅이라고 한다.

다즐링 차를 사면서 내가 묻자 그렇게 답이 온다.

영국 여왕이 여행시에도 꼭 챙긴다는 다즐링 홍차

맛이 완전 녹차의 세작 맛이다.

인도여행 때 사온 다즐링 홍차가 아직도

있는데 이번 것은 오자마자 바로 개봉이다.

아직은 살아숨쉬던 네팔 땅이 그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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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원시림을 체험할 때 발리의 기운을

느꼈고 그 후로 발리에 대한 기억이 좋다.

싱싱함이랄까~~기운을 받은 그런 기분이었다.

안나푸르나에서는 기를 받았다.

내 온 몸에 그 기가 흐르고 있고 뭐라도 할 것 같다.

강한 산들에쌓여서 내가 빙 돌고 있다는 그런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

미국 세도나가 기가 제일 센 땅이라고들 한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운, 세속적인 모든 것을

물리칠 수 있는 주술같은 힘을 느꼈다.

그래서 모두들 그렇게 가고파하는지도 모른다.

지구의 중심에서 자석처럼 잡아 당기는 힘을

분명히 갖고 있는 히말라야.

그 기운의 일부를 받아온 이 기분은 몽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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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단소리

    2012년 1월 27일 at 2:31 오전

    훌륭합니다.
    감동입니다.   

  2. 푸나무

    2012년 1월 27일 at 2:42 오전

    리사님
    기를 받아오신건지
    글도 무지 잘 쓰세요.
    멋져부러!!!!(전라도말^^*)    

  3. 뽈송

    2012년 1월 27일 at 3:52 오전

    이 여행기가 끝나면 받아온 기를 좀 나눠 줄 수 없겠느냐고
    통 사정을 하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머뭇거리다간 힘들겠다는 생각이 여기서 드네요.
    가만히 보니 벌써 기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요.
    아니면 좋겠는데…   

  4. Lisa♡

    2012년 1월 27일 at 8:22 오전

    단소리님.

    얼마든지 가실 수 있습니다.
    척보면 앱니다.   

  5. Lisa♡

    2012년 1월 27일 at 8:23 오전

    푸나무님.

    뭔 과찬을…고로콤~~
    부끄럽사옵니다.   

  6. Lisa♡

    2012년 1월 27일 at 8:23 오전

    뽈송님.

    아직 기가 충천합니다만~~ㅋㅋ

    정신 언능 차려야겠어요.
    기를 모아두고 두고두고 좀 쓰려구요.   

  7. 오공

    2012년 1월 27일 at 9:42 오전

    매일이 소회라 그러셨죠?
    사진으로만 따라 댕기며^^ 여행을 하는 저도 이젠 리사님의 소회가 더 궁금합니다.   

  8. Lisa♡

    2012년 1월 27일 at 9:49 오전

    그니까~~   

  9. 강정애

    2012년 2월 1일 at 7:05 오전

    그래요 리사님!
    여행 기념품으로 사온
    향기로운 다즐링 홍차를 마시며
    여행길을 다시 되짚어가며
    한 숨 돌리는 맛!
    포식한 고양이처럼
    가르릉소리래도
    내 버리고말 듯한
    그 달착지근한 휴식의 맛!
    푸근하게 즐기세요   

  10. Lisa♡

    2012년 2월 1일 at 3:29 오후

    정애님.

    다질링 홍차요…

    새로 딴 건지…꼭 녹차같아요.
    근데 야크치즈 진짜 맛있어요.

    그런 걸로 소회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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