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트레킹 7일-MBC(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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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일어났다.

아직 별들이 얼굴을 보인 채 남아있는 새벽.

헤드랜턴을이마에 걸고 방 안을 밝힌다.

버석거리는 물휴지를 손으로 잘 비비고 뭉쳐서

눈코입과 귀를 닦아낸다.

아침에 주는 따뜻한 차 한잔이 그나마 속을 위로한다.

이제 힘을 내고 그야말로 피크인 오늘을 만나야 한다.

아직 캄캄한 어둠이 지배하고 있는데 우린 길을 떠야한다.

밤새 내린 눈으로길은 미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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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두운 새벽에도 너무나 선연하게

달려있던 저 달과 그 아래 차가운 바위산.

하나의 그림이 따로없다.

그 새벽 그 와중에 룸메와 나는 성화처럼

서 있는 삐칠대로 삐친 머리를 인증샷으로

한 컷을 찍었다.

깔깔한 입속에 뭐가 달리 맛나게 들어갈리가 없다.

대충 때운 아침이지만 그래도 먹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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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쪽 절벽 쪽으로 눈사태 지역이다.

힘들지만 우리는 재빠르게 통과한다.

그때 마음이야 눈사태고 뭐고 빨리 갈 수가 없는

내 다리를 탓하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이었다.

어둠이 차차 옅어지고언제 눈이 다시 내릴지 몰라

우리는 서둘렀다.

며칠간 지켜보니 아침에 반짝 개였다가 정오를 지나면서

날씨가 급변하는 걸 지켜본 우리는 어서 서둘러

ABC에 가서 안나의 여신을 마주하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MBC에서 하루를 묶기로 결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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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공기가 우리를 감싸고

마음과는 달리 다리가 쉽게 움직여

주진 않았다.

밝아오는 아침처럼 우리를 기다려줄

안나푸르나도 갈 때까지계속 차갑게

혹은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고스란히

반겨주길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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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동물 발자국이 보이고

이름모를 새들의 소리외에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깊은 곳..

간혹 지나는 바람소리만이 긴장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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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뒤돌아보게 하는 산이 늘 거기 있었다.

가는 날부터 오는 날까지 언제나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상한 힘이작용했다.

걸으며 또 돌아보고, 또 몇 발자국 안 가서다시

돌아보고..우리는 그러면서 앞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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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안나푸르나 1봉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슴이 뛰고 어디서인지 뜨거운감정이 후욱~

튀어 나오는 것 같았다.

위 사진에 보이는 롯지가 MBC이다.

많은 이들이 저기서 안나를 보고 하산하기도 한다.

저 이상 올라가기 힘든 이들이생각보다 많다.

MBC의 고도는 37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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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력일까?

나와 오빠가 제일 먼저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앞일 것 같던 곳이 가도가도

끝이 없고 질러가면 될 것 처럼 보이는 곳도

빙 둘러가야만 하는 길이었다.

가다가 감동하고 또 가다가 서서 감동하고

봐도봐도 지겹지 않은 산들이 하늘에 있었다.

하늘 위에 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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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뻗으면 금방 닿을 듯..

그러나 너무나 먼 거리에 위치한 안나푸르나.

다리는 생각과 달리 푹푹 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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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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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셔서 보기조차 아깝던 그 산이

하늘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온 사방이 7000이 넘는 산들에 쌓여

그 속에 인간은 하나의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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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살짝 연기가 이는 곳..

저 계곡에서박영석대장이 사라진 곳이다.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같은 격한 감정이 인다.

우리 모두 안나의 여신에게 고개를 숙인다.

장엄하고 또 장엄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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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보고, 옆을 보고, 또 다른 쪽을 봐도

모두 어마어마한 산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는 그 속에 돌맹이 같은 존재였다.

엄청난 기운이 사방에서 느껴졌다.

이런 존재를 느끼고 체험하기 위해 우리는

걷고 또 걸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다들 아무 말이 없다.

위압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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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에 오르기 전 우리는 먼저MBC에서 휴식을 취한다.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다들 숨을 내쉬고 몰아쉬며 MBC로 들어갔다.

무엇보다 참기 힘든 건 추위였다.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려고 하고 올라갔던 이들이나

내려오던 이들이 모두 까맣게 탄 얼굴들로 고산증을

이야기한다.

손가락 하나라도 작은 난로에 좀 쬐어 보려고

난로 앞만 사람이 겹쳐서고 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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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서 온 라스와 마쓰를 MBC에서 만났다.

추위땜에 저래뵈서 그렇치 엄청 킹카들이다.

지성과 럭셔리함과 외모의 우월성까지 다 갖춘

두 남자로 33살이다.

그들은 노플랜으로 여행을 하는데 3개월을

예정하고 있다.

일본을 간다며 한국 말은 하지않는 게 좀….그래서

한국도 오라고 했다.

며칠 간 자주 마주친다.

ABC에서 그들은 자고 우리는 MBC에서 잤지만 내려올 때

두어 번 더 마주친다.

12등신 쯤 된다.

부러운 녀석들…언제 우리도 저렇게 마음껏 여행하는

사회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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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Hansa

    2012년 1월 27일 at 1:16 오전

    오, 3700m!

    대단해요, 리사님. 하하

       

  2. Lisa♡

    2012년 1월 27일 at 1:32 오전

    한사님.

    말이 3700이지..
    약간만 고개를 숙여도
    피가 거꾸로 돌고
    빙글빙글 돕니다.
    정말….말만 크게해도 숨이 차구요.   

  3. nineman

    2012년 1월 27일 at 1:39 오전

    이 추운 겨울날 돈 주고 하라해도 …

    힘이 남아돌아서 주체를 안 하시는 리사 여사님 …   

  4. Lisa♡

    2012년 1월 27일 at 1:54 오전

    ㅎㅎㅎ…그런가요?   

  5. 뽈송

    2012년 1월 27일 at 3:40 오전

    감동 감동 그자체입니다. 내가 남의 트래킹에 이렇게 감동스럽던 적도
    없지만 눈부셔서 보기조차 아깝던 산들이 나에게도 느껴지기 때문인가 봅니다…   

  6. Lisa♡

    2012년 1월 27일 at 8:31 오전

    고맙습니다.   

  7. 강정애

    2012년 2월 1일 at 6:45 오전

    리사님!
    사진 한컷한것이 다 영화속 장면같아요
    영산의위력에 말문이 막힙니다
    리사님의 현장감넘치는 필치땜에
    보는이도 마음조리고
    위태위태 어지럽기도 하고
    숨이 턱에 차오르기도 합니다
    나로서는 정말 꿈도 못꿀 길이예요
    운동신경도 젬병인데다
    나이땜에    

  8. Lisa♡

    2012년 2월 1일 at 9:41 오전

    정애님.

    씹고 또 씹으시는 정애님.

    단물 다 빠진 건 아닌지..걱정이..슬슬.

    정애님 산 좋아하시는구나.
    난 산 보통이었는데 이젠 좋아졌답니다.
    사진이 막 찍어도 저래요.
    그러니까 분위기가 있는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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