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일어나니 산이 붉게 물들었다.
떠나는 날이별식을 멋지게 해주는 나의 안나.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여~~ 언제 이리 가까이 보려나.
조용한 사방을 둘러보며 우리는 분주히 채비를 한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저기 쯤이었나.
헬리콥터 소리가 요란하다.
저 세상에서 편히 쉬세요~~만리장성 아저씨!!
헬리콥터에는 시신포함 5명 밖에 못탄다.
그러면 나머지 한 명은 따로 가야한다는 결론이다.
그 팀이 6명이었으니까.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이내 재잘거리는 다른 만리장성팀을
보며 잊어버렸다.
그들도 뭔가 장비가 허술한 채 돌아다녔다.
내려오는 길엔 저런네팔리 집들과
상점을 무수히지난다.
누군가 맥주 4병을 쏜다고 해서 질세라
끼여서 마셨다.
내 걸 남겨두었다며 먼저 내려간 룸메가
컵에 벌컥벌컥 따라준다.
맛있다.
히말라야 맥주~~~~크악~~~부르르~~
나 간다.
뒤돌아보고
자꾸보고
이상타…
왜 자꾸 멈추게하는거지?
또 멈추고 뒤돌아보고..
경치와 동네가 순수함 그대로
기막히게 아름답다.
오빠는 연방 아름답다고 흐뭇해하며
여기서 살면 좋겠단다.
무공해 인간인지라 무공해를 보면 알아본다.
순수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아시아적
미적 요소가 골고루 배인 곳이다.
사울리바잘.
우리 하산하는 거 맞아?
왜 자꾸 등산이야?
올라가는 거 이제 싫다니꽈~~~
그래도 여전히 업다운이다.
엄청난 고사리과 나무.
저렇게 큰 고사리과 나무 첨이야.
자연방목 양들아.
너네들과도 아듀~~
참 네팔 말로
앞에—-는 ‘아가리’
뒤에—-는 ‘와사비’
이다.
"너 왜 자꾸 내 아가리야?"
"빔 내 와사비에 서서 와"
나는 빔이 내 아가리나 와사비에
있어야만 안심이 되어 트레킹을 잘 했다.
아마 빔이 없었다면 어쩌면 난 이 트레킹을
완주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거의 나의 프라이빗 세르파였던 빔.
오빠도 나에게 너는 빔때문에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지 아니면 실패했을 거란다.
내가 조금만 빨리 걸어도 " 노노~~슬로리, 슬로리~~"
하던 빔은 나에게 커다란 버팀목이었다.
학교.
우리는 가방 안에 먹을 것이란
먹거리는 다 꺼내어어린 교사에게
전해주고 왔다.
하나같이 손을 흔들고 악수를 청하며
"나이스 밋츄~~"
하는 게 아닌가?
손등에 뽀뽀까지 서슴없이 해주는 아이들.
조용히 내면을 돌아보고
정리를 나름하여야 하는데
어제 죽은 중국인 땜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가야할 여정이
끝나가고 이젠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10일간 떠난 속세로 다시 가야하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서울이 그리웠다.
그리고 집이, 침대가, 뜨거운 물이
다 그리웠다.
나야폴로 가는 길은 지루하고 돌이 많았고
먼지가 많은 흙길이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2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두 팀으로 나뉘어 차를 타고 가기로 합의를 했다.
오빠와나는 말없이도 그냥 걷는 게 좋았지만
다들 차를 타고 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려면 트래킹은 왜 오는거야? 싶지만 뭐 단체인지라
하는 수없이 그 의견에 따를 수 밖에..
짚차 두 대가 금방왔다.
우리를 따라 다니던 떠돌이 개와도 이별을 해야할 싯점이다.
30분 가량 차를 타고 나야폴 첫 지점인 포터 배정을
받던 곳까지 왔다.
우린 거기서 주방팀과 포터와 세르파들과 헤어져야 한다.
나는 멀미를 해서 차를 타고 오다가 중간에 내려서 걸었다.
최변과 빔이 같이 내려서 걸어주었는데걸음이 빨라 혼났다.
내 카고백을 맨 라주가 늦게 도착해 다행하게도 멀미기운이
심한 나는 좀 쉬다가 다시 버스를 탔다.
한국 아줌마 두 명이 자기들도 포카라까지 간다며 버스를 구걸했지만
단체이기에 안된다고 대장이 선을 그었다.
좀 태워주지…
안녕, 빠담, 안녕~~~라주~~~~(생글생글..여전)
빔과 수만은 우리 버스를 타고 포카라까지 와서 헤어졌다.
포카라 페와호수.
일행 중에 쇼핑을 할 사람들은
쇼핑을 하고
호수에서 배를 탈 사람들은 호수로.
나는 쇼핑을 좋아하지만 포카라에서
쇼핑은 거의 다 건질 게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7명은 배를 타러갔다.
물고기가 살고있는 페와호수도 볼 게 없는 건
마찬가지이지만날씨가 맑은 날은 멀리
히말라야의 산이 쫙 전개되는 곳이다.
멀리 산등성이의 사랑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많은 패러글라이더들이 멀리서 보였다.
20-30분 배를 타고 내려 우리도 포카라
중심지에서 쇼핑을 할 시간이 있었다.
우리 팀들이여기저기서 치약도 사고
배낭을 사는 이들도 있었고 지도를 사거나
캐시미어를 사곤 했다.
캐시미어를 왜 여기서 사나몰라?
거의 다 속는다고 치면 된다.
한국말을 잘 하는 점원들이 우리만 보면
유창한 한국말로 말을 건다.
그냥 시간을 보내다 버스에 올라 호텔로 향했다.
호텔은 포카라에서 제일 좋은 축에 속하는
샹그릴라 빌리지 리조트이지만 여기도 물도
시원찮고 뭔가 이빠진 호랑이 같다.
저녁디너에는 우리 테이블 4군데에 오빠가 다
와인을 한 병씩 쏘았다.
그래도 호텔인지라 가격이 꽤 나왔다.
다들 무사귀환을 축하하는 와인이고특히 이 물랭이
나의 무사한 트레킹 완주를 누구보다 오빠가 좋아했다.
날더러 너대단하다고 여러 번이나 칭찬했다.
와인을 마시고 저녁 후 2차로 정원에 나무장작을
피우고 다 둘러앉아 양주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와 룸메는 호텔서 하는 맛사지를받으러 갔다.
약간 엉성하기는 하지만 네팔식 맛사지로 옴메니 옴메니
하는 음악이 흐르는가운데 한 시간을 하고 약 4만원이다.
가격대비 괜찮아 만족스러웠다.
아래 지도를 보면 포카라에서 출발해서 우리가
간 지도가 보인다.
어떤 이들은 페디에서 간두룽-촘롱 코스를 택하는데
초보에겐 좀 위험한 코스이다.
내려오다 만난 한국 40대 초반의 남자는 처음엔
ㅎㅊ로 우리 코스로 와봤는데 ABC를 못보고 가서
다시 이 코스로 올라간다고 했다.
처음엔 우리가 간 코스가 제일 안정적이고 고산증
적응이 잘 된다.
우리는 100% 다 완주를 했고 무사하게 돌아왔다.
한국산보다 길이 재미있고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요소는 고산증과 함께 저체온증이라는
무서운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늘 조심하고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도전해보는 게
바람직하고 60이 넘은 경우엔 산을 아무리 잘 타도
고상증의 위험이 있다면 절대 가면 안되고 고혈압이나
심장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권하고 싶지 않다.
나도 여러 번 가슴이 뛰고, 화살같은 것이 머리를
콱콱 찌르는 경험을 했었다.
이제 우리는 다음 날 아침에 카트만두로 간다.
11일째는 별 화젯거리가 없고 공항씬만 있기에
여기서 트레킹 스토리는끝을 맺는다.
뽈송
2012년 1월 28일 at 4:05 오전
드디어 대 단원의 막을 내리는군요. 오래전 막내 동서가 네팔을 갔다가
예정에도 없는 물론 준비도 없이 이천 몇백 미터쯤 언덕(이 동네에선 이렇게 부르는 게
맞을듯) 올라갔었는데 갑자기 앞에 흰 병풍(산)이 펼쳐 보이드라는 겁니다.
한참 감탄을 하고 있는데 아줌마 두명이 내려오면서 무슨 BC에 있다가 내려오는
길이라면서 안 가면 후회할 것이라고 했단 말을 듣고 그 말을 마치 내가 직접 들을 듯
오늘날 까지 마음 한 구석에 보관(?)하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이제 잊으려고 했는데
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으로 Lisa님이 다시 일깨워 준 것 같았습니다.
내가 못 올라갔지만 그런대로 대리만족을 얻어서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또 무엇보다는 꺼진 불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느낌입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너무 대견하시구요…
Lisa♡
2012년 1월 28일 at 5:21 오전
뽈송님.
네—-대리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자세하고 현실적인 사진들이라 충분히
대리만족이 되었을 겁니다.
그때 동서는 물론 BC에 가셨겠지요?
뭐라 장단점을 말하긴 그렇치만 아무튼
대단한 곳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靈산이 틀림없습니다.
카리스마가 가득한 포스가 찬 산이지요.
아름다움은 이루 형언키 어려울 정도이구요.
밤과꿈
2012년 1월 28일 at 8:01 오전
BRAVA~
무사 귀환을 축하합니다^^*
평생 있을까 말까한 멋진 경험을 살려 보다 더 멋지고 아름답기를…….
한 편의 대서사시를 감사하게 잘 보았습니다. 땡큐!
Lisa♡
2012년 1월 28일 at 8:23 오전
ㅂㄲ 님.
고맙습니다.
소영
2012년 1월 28일 at 1:27 오후
귀한 글공양 잘 받았습니다…거침없는 글솜씨 부럽습니다….오빠와 함께라니 더더욱 부럽습니다….일상으로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Lisa♡
2012년 1월 28일 at 1:30 오후
소영님.
드라마 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공양이라시니 부끄럽지만….
고맙게 생각하겠습니다.
ㅎㅎㅎ
그리고보니 2000미터 이상 올라가면
가스가 찬다는 말을 빼먹었네요~~ㅎㅎ
douky
2012년 1월 28일 at 4:48 오후
대단한 리사님!!!!!
이 말밖엔~
며칠 쉬시고 여행기 찬찬히 올리시려니 했는데
어느새 다 올려 놓으셨네요.
풍성히 올려 주신 멋진 사진들과
서둘러 쓰셨지만 그래서 더 사실적이고 생동감 나는 후기까지…
여행이 끝나실 즈음에는 거의 도 트신 느낌까지…ㅎㅎㅎ
들려주신 이야기 만으로도 정말 다시 한 번 가고 싶으시겠다는 느낌이
확 옵니다.
감기에, 추위에, 경증 고산증까지…
고생 많으셨지만 늘 즐거운 마음과 모습으로 완주하신 리사님.
축하 축하 합니다~~~
Lisa♡
2012년 1월 29일 at 12:26 오전
덕희님.
자기라면 충분해요.
언제 종준이랑 한 번 가세요.
3-4월이 좋겠네요.
10월은 사람들이 미어터진다네요.
좋기는 최고로 좋은 달이니까요.
있는 그대로 생동감있게 쓰려고
후다닥 써버렸어요…ㅎㅎㅎ
감기가 아직…..고산증이 살짝 왔다가면
괜찮을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더군요.
머리를 숙여도 누워도 일어나도 늘
느끼게 되더라구요.
축하합시다….같이~~
JeeJeon
2012년 1월 29일 at 11:34 오후
어머나 감동스러워라, 안나푸르나여!!!
Lisa♡
2012년 1월 29일 at 11:36 오후
지전님.
잘 다녀왔습니다.
가는 줄 모르셨죠?
제가 무턱대고 다녀왔지요.
ㅎㅎㅎ..축하해주세요.
박산
2012년 1월 30일 at 7:22 오전
쭈욱 훑어 다 읽어 봤습니다
역시 트레킹도 리사틱하게 하셨습니다
사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친한 친구가 하도 히말라야를 들락 거려서
마치 다녀온 곳 보는 듯, 보고 읽었습니다
Lisa♡
2012년 1월 30일 at 8:21 오전
박산님.
리사틱하죠?
히히히….
제가 쫌…사고를 칩니다.
리나아
2012년 1월 31일 at 5:45 오후
며칠 못들어왔다가 … 이 밤에 밀린거 읽느라…
대충 다 읽었습니다.
아휴..! 옆에 이런 여행하는 사람 가차이 있으니 참 좋다..! 이 말이 하고 싶었네요..
Lisa♡
2012년 2월 1일 at 12:39 오전
리나아님.
^^*
미소가 절로.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좋더라.
그지요?
저도 그렇거든요.
강정애
2012년 2월 2일 at 4:06 오전
리사님!
대장정의 휘나레답게
화려한 필치와
아기자기한 스토리들
그리고 멘 윗 사진
-아침해를 품은 산의
황홀한 장관
그리고 호수에서의
뱃놀이 사진
너무 멋지네요
그리고 동생의 완주를
축하하노라 와인턱으로
거금을 쓰신 멋쟁이 오빠가
너무 부럽네요
리사님
수고많이 하셨어요
리사님 덕에
이번에 대출해온 책은
다 못 읽고 반환하게 생겼네요
Lisa♡
2012년 2월 2일 at 6:31 오전
정애님.
자세히 읽으셨구나.
대출 한 책이 몹니까?
궁금하네요.
어제 누가 책읽으라고 5권을
빌려주던데 그 중에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가슴과
신경숙의 모든..어쩌고 정유정의 7년의 밤도 있네요.
나도 읽은 책이 잔뜩 쌓여있습니다.ㅎㅎ
강정애
2012년 2월 3일 at 4:03 오전
리사님 !
책 권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네요
그것도 부러워요
나 읽는 책?
물어봐 주시니
고맙고요
내겐 책권하는 친구는 없고
정보도서관 대출을 이용해서
그저 닥치는대로
4권씩 빌려다 보거든요
이번엔
색에 미친 청춘
여행자의 철학법
낚시하는 소녀
스도쿠 살인사건
리사님
두근두근 내인생은
나도 지금껏
차례오기를 기다리는 중이고요
해를 품은 달은
지난번 대출때
새로나온 책 코너에서
얼핏 봤는데
냉큼 집어오지 못한게 유감
리사님
읽을만한 잭정보가
필요하신 거 라면
지난 번 대출분 중
마에스트로를 권합니다
Lisa♡
2012년 2월 3일 at 9:15 오전
정애님.
정은궐 작가 책을 그냥?
다른 거 다 읽으셨잖아요.
저 책도 재미있답니다.
드라마랑은 비교가 안되지요.
마에스트로요?
입력!!
강정애
2012년 2월 6일 at 6:59 오전
리사님!
해를 품은달?하고는
책장에 꽂힌채로
눈길만 한번 주곤
그냥 지나쳤거든요
성균관~
규장각~
정말 재밌었는데
그 정은궐
그 저자 이름을
읽어보지 않은 건
큰 실수
드라마는 안보는지라ㅡ
(자랑은 절대아니고요
개인사정으로)
리사님!
마에스트로는
자비에 로랑 쁘띠著
윤예니 譯
바람의 아이들 刊
볼리비아가 배경
부패장치가 민생을 좀먹어
민심이 피폐해진 사회에서
고통받는 고아들과
과거 오케스트라의 명지휘자였던
독지가 할아버지가
엮어내는 감동스토리로
음악을 가르치는 걸로도
인성을 구제하는 복지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소품으로
웃다가 울다가 하면서
읽고나니까
마음 속 꼬마전구 하나에
불이 반짝 켜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답니다
스도쿠살인사건
셀리 프레이돈트 著
조영학 譯
밀리언하우스 刊
아름다운 전원마을에
쇼핑몰을 건립하려는
부동산열풍이 몰아치고
ㅡ그걸 반대하는
퍼즐박물관 원장이 살해된다
관장의 애제자 케이트가
엉둥하게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경찰서장이 등장
공교롭게도 두사람 다 독신
엎치락 뒤치락
치열한 두뇌게임이
흥미진진한
로맨틱스릴러
Lisa♡
2012년 2월 6일 at 10:30 오전
아…..볼리비아라면
읽어볼만 하겠는 걸요.
베네주엘라 엘시스테마가 언뜻 떠오릅니다.
스도쿠살인사건은 알고 있는데
읽어보고 싶었답니다.
두 권 다 꼭 읽을께요.
네잎클로버
2012년 2월 21일 at 12:51 오후
리사님의 안나푸르나 대장정~!
지각이지만
마치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실감나게
쭉~ 다 읽었습니다.
돌아오기 전
자꾸 멈춰서 뒤돌아보게 되는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
잊을 수 없는 그 벅찬 감동과 성취감을 경험하신 후
이제 무서울 게 없으실 것 같아요.ㅎㅎ
대단하신 리사님,
완주를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
Lisa♡
2012년 2월 21일 at 1:18 오후
요새 무서운 게 없어서 그게 무섭답니다.
후후후…폐활량이 많이 커진 것 같거든요.
헤헤헤~~~날씨 많이 풀렸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