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의 긴 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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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오닐.

1988년뉴욕브로드웨이 싼 호텔방에서 태어난

그는 공교롭게도 죽음도 호텔방에서 맞는다.

1953년 보스톤의 호텔에서 여생을 보내다 사망한다.

밤으로의 긴 여로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눈물로

쓴 자기 고백이자 가족에 대한이야기다.

처음 대할 때 이상하게 가슴부터 아팠다.

그의 슬픔이 전해졌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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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자기 상태로 엉망으로 살아가는 형에 대한기억과

마약중독상태로 자신도 힘들어 하고, 보는 이도 힘들게

한 엄마, 인색하기 그지없는 아일랜드 태생인 아버지에

대한 자서전적인내용으로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같은 장소인 거실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내용을 쓴 희곡이다.

아주 뛰어난 작품으로 그가 죽은 후 4번째 풀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나는책을 잡은지 두 번만에 다 읽어버렸는데 굳이 내 가족의

사연이 아니더라도 가족에 대해 사유하게 하는 힘을 가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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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과 웃음,

사랑과 욕망과 미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우리가 그 문을 지나고 나면

그것들은 아무 의미없는 것이 되리니.

술과 장미의 나날들은 오래가지않으리.

우리의 길은

아스라한 꿈속에서 잠시 나타났다가

꿈속에서 끝나리니."

둘째 에드먼드가 조소 어린 투로 낭송한 다우슨의 詩이다.

아버지 타이론은 그런 그에게 염세주의에다 병적인 기질이

다분하다며 그 시 속에는 네가 하고픈 말이 다 들어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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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는 자기인생의 하이라이트는 바다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한 때 외항선을 타고 떠돌았다. 책에서 에드먼드는 작가 자신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북유럽선적의 가로돛 배에 탔을 때의 일이죠.

무역풍이 부는 가운데 보름달이 훤하게 떴더랬죠,그 배는 14노트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고, 저는 뱃머리에 튀어나온 긴 기둥 위에 누워 배 뒤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제 밑으로는 파도가 부서져 하얀 물거품이 넘실거리고,

위로는 달빛을 받아 하얗게 밫나는 돛들을 활짝 펼치고 서 있는 돛대들이 높이

솟아올라 있었죠. 저는 그 아름다움과 노래하는 것 같은 리듬에 흠뻑 취해

잠시 무아지경에 빠졌어요. 사실은 제 인생 자체까지도 잊어버렸죠.

저는 해방되었어요! 바다에 녹아들어 하얀 돛들과 휘날리는 물보라가 되고,

아름다움과 리듬이 되고, 달빛이 되고, 배가 되고, 별들로 가득한 드높은

창공이 되었어요! 과거에도 미래에도 속하지않고 평화와 조화와 작열하는 환희에

속해 있었었어요! 나 자신의 삶, 인간의 삶, 아니, 삶 그 자체보다 더 위대한

어떤 것에! 아버지가 굳이 원하신다면 신이라고 해도 좋아요.

-또 한 번은 미국 정기선을 탔을 때였어요. 그때 전 새벽 당직이어서

돛대 위 망대에 올라가 있었죠. 그때는 바다가 고요했어요. 배는 나른하게 넘실대는

수면을 타고 졸음이 올만큼 느리게 흔들리면서 나아가고 있었어요. 승객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고 승무원들도 전혀 보이지 않았죠. 인간의 소리라고는 전혀

들리지 않았어요. 제 뒤 아래 쪽에서는 연통들이 검은 연기를 토해내고 있었어요.

함께 잠들어 있는 하늘과 바다 위로 새벽 여명이 채색된 꿈처럼 살그머니 번져나가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저는 모든 것과 동떨어진 높은 곳에서 망보는 일도 잊고, 세상에

나 혼자임을 느끼며 몽상에 잠겨 있었죠. 그러면서 황홀한 해방의 순간이 찾아왔어요.

무한한 평화, 추구의 끝, 마지막 피난처, 인간의 비루하고 가련하고 탐욕스런 두려움과

희망과 꿈들을 넘어선 충일한 환희가! 제 평생 그런 체험은 몇 번 더 찾아왔어요.

바다 멀리 헤엄쳐 나갔을 때, 해변에 홀로 누워 있었을 때도 비슷한 체험을 했어요.

태양이, 뜨거운 모래가, 바위에 걸려 파도에 씻기는 초록빛 해초가 되었죠.

성자들이 체험하는 지복의 경지랄까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베일이 벗겨진 실체의

세계 같은 것. 한순간 존재의 신비를 보고 그 신비 자체가 되어버리는 것.

순간적으로 모든 것에 대한 생생한 의미가 존재하죠! 그러다 다시 그 손이 베일을

드리우면서 저는 다시 홀로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아무 목적도 이유도 없이

비틀거리며 헤매 다니죠.

느껴본 사람과 느껴보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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